□ 'RE100 & CF100'을 놓고서...
한동훈 전 대표가 RE100 관련해서 “신재생에너지는 한국 현실에 맞지 않고 미국도 원자력발전을 다시 살리고 있다”고 말하자 마치 RE100 문외한인양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
근래 ‘탄소중립’, ‘넷제로’를 위시한 다양한 슬로건이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주창되고 있는데 이 슬로건들의 공통분모는 탄소 저감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고 지구 환경을 살리자는 것이다.
○ ‘RE100’
2050년 까지 재생에너지로 100% 사용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것으로 몇 년 전만 해도 친환경 정책의 대세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였다. RE100은 기업이 사용 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으로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주도로 2014년부터 진행되었다.
RE100 홈페이지(2022년 10월 기준)의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385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했다. 이중 RE100 달성에 성공한 기업은 구글, 애플, 레고 등 61개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4개사, SK 하이닉스 등 21곳이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RE100에서 인정하는 재생에너지는 어떤 것일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 자원이라는 데서 재생에너지의 친환경적 대의와 미래지향적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그 이유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게 되었지만 현 상황에서 단번에 개선될 수는 없다.
재생에너지는 국가별 자연환경에 따라 에너지 밀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날씨에 따른 영향도 클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나 경제성이 낮아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부족한 면이 차츰차츰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RE100 달성 기업이라 해서, 사용 전력의 100%가 재생에너지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소비전력은 그만큼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s, Renewable Electricity Certificates)를 구매해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RE100은 이러한 활동도 재생에너지 확산에 크게 기여한다는 판단 하에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 'CF100'
'CF100'이라는 것은 “탄소 배출 제로(Carbon Free) 100%”의 줄임말로 기업이나 조직이 사용 전력의 100%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하자는 캠페인이다. 2018년 구글과 UN에너지, UN 산하 지속가능에너지 기구(SE4ALL) 등이 함께 만들었다.
CF100의 정확한 용어는 '24/7 CFE (Carbon Free Energy)'로 매일 24시간 동안 1주일 내내 무탄소 전원만 사용한다는 뜻이다. 적어도 전력 사용에서만큼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도 2023년 5월 'CFE 포럼'을 구성하여 CF100(Carbon Free 100%)을 RE100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탄소 배출 여부가 CF100 기준에 충족하는 기준점이라서 RE100보다 수용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최근 재생에너지의 낮은 범용성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의 가치가 재조명되며 다시 비중이 느는 추세로 전환되고 있는데도 현재 우리 정부 역시 원전 비중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RE100보다는 CF100의 취지에 가깝게 에너지 정책을 운용한다고도 볼 수 있다.
탄소 배출이 제로에 가까운 원자력 발전은 물론, 연료전지, 수소와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이 모두 CF100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70여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CF100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한국전력 등 14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RE100의 취지는 이상적이지만, CF100이 더욱 현실적으로 와 닿는 데에는 또 하나의 핵심적인 이슈가 존재한다. 바로 AI로 AI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 기술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전력 수요가 폭증했다.
전력 수급이 전세계적으로 절실한 이슈로 자리잡으면서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만 전력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원자력발전이 다시 국제사회에서 긍적적으로 재부상한 것이 AI의 급작스런 보편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RE100의 친환경적 대의와 미래지향성, CF100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안정성과 현실성 두 캠페인 모두 우리에게 많은 긍정적인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 위기라는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지혜, 그리고 실제 행동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