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도 되겠니?
이 질문에 현실의 무게를 다 달아보고도 ‘yes’라고 답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물었다.
망해도 하겠니?
나는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었다. 지도 밖을 알 턱이 없었다. 무엇을 꿈꿔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나의 영적 신음을 통해 교회를 품게 하셨다.
교회 개척에 대한 하나님의 비전을 함께 꿈꾸기까지 내 마음을 많이 비워내야 했다. 나는 온누리교회에서 16년을 근무하면서 청춘과 사랑과 충성을 모두 바쳤었다. 매 순간 전심으로 사역했다.
무엇보다 이곳은 나의 영적 근거지였다. 경배와 찬양 예배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하스데반 선교사님의 영적 DNA로 예배적 자아가 생성됐으며, 고 하용조 목사님께 믿음의 유산으로 청년 부흥의 비전을 받았다. 목사님의 비전은 나의 열정의 모태였다. 청년 세대를 부탁한다는 목사님의 유언 같은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매주 예배 단에 올랐다.
그런 곳을 떠나야 한다니…. 너무나 모진 결별이었다. 내 마음에서 무얼 내려놓고 비워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도 이 안정적인 기반을 벗어나는 일은 큰 결단이 필요했다. 나는 당시 대학 청년부에서 연차가 가장 오래된 목사였다. 그런데 앞으로 조직과 분리돼서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정을 넘어선 각오가 필요했다.
선택 앞에 치열하게 고민하던 어느 날, 동생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본회퍼가 미국으로의 망명과 교수직 제안을 거절하고 나치 치하의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게 우리 나이쯤이었어. 누군가에겐 젊음 전체를 걸고 축적한 것들을 제로로 만들고, 인생에 한 번쯤은 가장 중요한 가치를 위해 모든 걸 걸어야 하는 때가 오는 것 같아.”
동생의 말에 수긍이 되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그 숙명적인 선택엔 정말이지 낭만은 없는 것 같아.’
내가 개척을 계획한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SNS 청년부의 부흥이 자신감으로 작용했냐고 물었다. 이거야말로 낭만적인 생각이다. 그 자신감만으로는 그동안 쌓아온 모든 걸 제로로 만들 순 없다. 내게 안정감을 주는 모든 걸 뒤로하고 떠날 순 없다.
내가 가장 경계했던 건 경험적인 성과에 기대는 마음이었다. 언제나 절대 긍정해야 하는 건 하나님의 약속을 향한 믿음이지, 과거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낙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낙관은 믿음과 유사하게 느껴지지만 결코 믿음이 아니다. 오히려 통계와 예측에 가깝다.
개척을 위해 기도하던 1년 2개월 동안, 스스로에게 집요하게 물었다. ‘망해도 하겠니?’ 이 질문에 현실의 무게를 다 달아보고도 ‘yes’라고 답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물었다.
‘현실은 냉혹하다. 이것을 선택하면 일단 모두 내려놔야 한다. 많은 걸 잃어버릴 수도 있다. 모든 안정과 기반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매 순간 내가 가장 앞서 걸어야 한다. 잘되지 않을 수 있고, 망할 수도 있다.’
눈앞이 깜깜할 때까지 모든 걸 지워 내려갔다. 아무것도 기댈 것 없는 곳에 수없이 나를 세워봤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자, 그래도 하겠니?’
결국 중요한 건 부르심이었다. 내 앞에 놓인 부르심. 이것이 선명하면 모든 걸 뒤로하고 ‘올인’할 수 있으니까. 나는 개척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거듭 확인했다. 부르심이 확실하면 이 자체가 현실의 하중을 모두 견뎌낸다.
SNS 청년부를 섬기던 마지막 해, 나는 남은 사역을 향한 약속의 말씀을 구했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교회를 꿈꾸게 하셨지만, 내겐 아직 섬겨야 할 사역과 공동체가 있었기에 그것을 위한 말씀을 구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지도 밖 영역을 거듭 확인시키셨다.
여호와께서 또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명령하여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인도하여 내가 그들에게 맹세한 땅으로 들어가게 하리니 강하고 담대하라 내가 너와 함께하리라 하시니라 신 31:23
그분의 음성은 선명했다. ‘너는 이제 새 땅으로 가라.’ 새로운 정복의 시대를 이끌라고 하셨다.
- 여섯 걸음, 원유경
여섯 걸음
규장원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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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너는 담대하라 우리가 우리 백성과 우리 하나님의 성읍들을 위하여 담대히 하자 여호와께서 선히 여기시는 대로 행하시기를 원하노라 하고 _사무엘하 10:12
너희 자신을 종으로 내주어 누구에게 순종하든지 그 순종함을 받는 자의 종이 되는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혹은 죄의 종으로 사망에 이르고 혹은 순종의 종으로 의에 이르느니라 _로마서 6:16
† 기도 인생의 꽃길을 걸으며 살랑거리는 바람에 땀도 식히는 그런삶만을 살기를 원하면 어떤 길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풍랑 속에서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나의 경험과 감각이 아닌 주님의 음성에만 귀 기울이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그길이 비록 험할지라도 혼자 승승장구하는 삶이 아니라 주님 손 꼭 붙잡고 가는 길이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적용과 결단 나의 생각으로 결정하고 하나님의 동의를 받길 원하는 삶이 아닌 나의 생각과 원함을 온전히 내려놓고 주님이 말씀하시면 순종하겠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삶 살기를 매일 매일 훈련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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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강건 평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