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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양저육(汧陽猪肉)
견양의 돼지라는 뜻으로, 맛있는 돼지고기의 대명사로, 허명을 쫓는 사람들의 허세를 비유한다. 소문으로 부풀려진 평가보다 실상을 바라보라는 말이다.
汧 : 강 이름 견(氵/4)
陽 : 볕 양(阝/9)
猪 : 돼지 저(犭/8)
肉 : 고기 육(肉/0)
출전 : 조귀명(趙龜命)의 왜려설(倭驢說) 동계집(東谿集) 제 5권
견양(汧陽) 땅의 돼지고기는 각별히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다른 데서 나는 돼지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이었다.
소동파(蘇東坡)는 북송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소동파는 시인만이 아니라 요리에도 일가견을 가진 셰프였다. 이 덕분에 그는 식재료 중에 돼지고기와 관련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1080년에 소동파는 조정을 비판하는 시를 지었다는 명목으로 황주(黃州)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돼지고기의 요리법에 익숙하지 않아
돼지고기를 즐겨먹지 못했다.
그는 식돈육(食猪肉)의 시에서 “약한 불과 적은 물로 오랫동안 푹 삶아야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小火慢炖)라는 요리법을 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소동파는 과거에 합격하여
섬서(陝西) 봉상부(凤翔府)에서 첫 관직 생활을 하게 되었다. 소동파가 하인을 시켜 견양에서 돼지 두 마리를 사오게 했다. 하인이 돼지를 사러 떠난 동안 그는 초대장을 돌려 잔치를 예고했다.
한편 견양의 돼지를 사가지고 돌아오던 하인은 도중에 그만 술이 취하는 바람에 끌고 오던 돼지가 달아나 버렸다. 난감해진 그는 다른 곳에서 돼지 두 마리를 구해 견양에서 사온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잔치는 예정대로 열렸다. 손님들은 이 특별한 맛의 통돼지 요리를 극찬했다.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는 처음 먹어 본다며 역시 견양의 돼지고기는 수준이 다르다고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자리를 파하면서 소동파가 말했다. "여러분! 맛있게 드셔주니 참 고맙소. 하지만 여러분이 지금 드신 돼지고기는 견양의 것이 아니오. 저 녀석이 이웃 고깃간에서 사온 것인 모양이오. 쩝쩝!" 사람들이 모두 머쓱해졌다.
대구(大丘) 사람 하징(河澄)이 키는 작은데 뚱뚱하고 다리까지 저는 나귀를 샀다. 몇 해를 잘 먹이자 서울까지 700리를 나흘 만에 달리는 영물이 되었다.
묵는 곳마다 사람들이 이 희한하게 생긴 땅딸보 나귀에 호기심을 나타냈다. 하징이 장난으로 말했다. "이건 왜당나귀오. 왜관에서 산 놈이오."
값을 물으면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불렀다. 모두 수긍할 뿐 도대체 의심하는 법이 없었다. 돈을 그보다 더 줄 테니 팔라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뒤에 하징이 사실을 말하자 모두 속았다며 떠났다.
그 뒤로는 아무도 그 나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징이 말했다. "세상 사람이 이름을 좋아해서 쉬 속기가 이와 같구나. 말이라 하면 귀하게 여기지 않고, 나귀라 해야 귀하게 치고, 우리나라 것이라 하면 그러려니 하다가 왜산이라 하면 난리를 치니."
조귀명(趙龜命)의 왜려설(倭驢說)에 나온다. 하징은 왜소한 당나귀(矮驢)란 말을 일본 당나귀란 뜻의 왜려(倭驢)라고 장난을 쳤다. 사람들은 이름에 속아 부르는 값을 묻지 않았다.
견양이란 이름에 속고 왜려란 말에 현혹되어 실상을 제대로 못 보면 나중에 실상이 드러났을 때 민망한 노릇을 겪게 된다. 허망한 이름만 좇지 말고 실상을 꿰뚫어 보는 지혜의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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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귀명(趙龜命)의 왜려설(倭驢說) 동계집(東谿集) 제 5권
하생(河生)의 이름은 징(澄)으로 대구(大丘) 사람이다. 그의 이웃 집에 말이 한 마리 있었는데 모양새가 몽땅하고 왜소하여 타고 다니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내어다 팔려고 하였으나 다리까지 절었으므로 사려는 사람도 없었다. 이에 하생이 300전의 돈을 지불하고 시험삼아 길러보기로 하였다.
해를 넘기자 절던 다리도 나았고 재주도 예사롭지 않은 점이 있었다. 그 말을 타고 서울을 가는데 700리 길을 겨우 4일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무릇 객주(客主)에라도 들게 되면 함께 쉬어 가거나 말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던 나그네들이 모두들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신기한 구경거리로 여겼다. 어떤 이들은 말이라고 하였으며, 또 어떤 이들은 당나귀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노새와 같이 생겼다고 하였다.
하생에게 진지하게 물어왔으므로 하생은 짐짓 농담으로 이것은 '왜당나귀'(倭驢)인데 왜관(倭館)에서 구입하였노라고 대답해 주니, 모두들 놀라워 하는 기색이었다.
값을 얼마나 치루어었느냐고 물으면 하생은 일부러 가격을 부풀려서 얼마를 주었노라고 대답해주니 모두들 그러하냐고 수긍하였다. 팔기를 청하는 자가 있으면 짐짓 잡아빼면서 아깝다는 내색을 보이니, 모두들 창연히 돌아가곤 하였다.
서울에 이르자 장안의 사대부들과 날로 더불어 상종하였는데, 그들이 묻는 말도 한결같이 객주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질문과 같았으며, 하생 역시 그와 같이 대답해 주었다. 이에 이르자 사람들이 서로 다투어 사겠다며 줄지어 늘어서서 수십 일이 되도록 그치지 않았다.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서로 이것을 진짜 '왜당나귀'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을 헤아리고는, 사실을 사실대로 모두 설명해 주니 모두들 실망스럽다는 듯 속은 것을 부끄러워하였다.
이 일이 있은 후로는 하루 종일 마굿간 앞에 버티고 서있더라도 다시는 어느 누구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쳐 갔다.
하생이 말하기를, "세상에서 이름만을 좋아하여 쉽게 속임을 당하는 것이 마치 이와 같다고 하겠다. 말이라고 하면 귀한 줄을 모르고 하찮게 여기다가 당나귀라고 하면 그것을 귀하게 여기고, 토산(土産)이라고 하면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하게 여기다가도 왜(倭)에서 나온 물건이라고 하자 그것을 신기한 것으로 여기는구나. 몽땅하고 왜소하여 못 생긴 이 말에게 '왜당나귀라'는 이름을 붙여주자 사람들이 빈번하게 붙좇아 들었던 것은 오직 내가 그들에게 이것을 팔지 않을까 염려해서였다. 만약 그 때에 내가 오직 이익만을 챙기는 천장부(賤丈夫)처럼 처신하여 그들의 요구에 따라 순순히 그것을 팔아버렸다면 아무도 모르게 속임을 당하지 않을 자가 어디 있었겠는가." 라고 하였다.
동계거사(東谿居士)가 이 말을 듣고는 웃으며 말하기를, "그대는 유독 견양(汧陽)의 돼지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하였는가. 옛날 소자첨(蘇子瞻)이 형양 지방의 돼지고기 맛이 지극히 좋다는 말을 듣고는 사람을 보내어 사오도록 하였다. 그런데 심부름을 갔던 자가 술을 마시고 취하여 돼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심부름꾼은 할 수 없이 다른 돼지로 바치게 되었는데, 함께 고기를 먹게 된 사람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는 어느 고기도 비할 수 없는 지극한 맛이라며 크게 으쓱거렸다고 하지 않던가.
소문만을 듣고 음식을 구하는 그러한 습관은 아마도 옛날부터 그래 왔다. 그런데 하물며 통통하고 왜소하였으니 '왜당나귀'라는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겉모습이 믿을만 했고 하루에 수백 리를 달릴 수 있어 그 재주도 또한 실재로 믿을만 하였으니, 이름(名)만을 믿을 수 있었던 형양의 돼지와는 비할 수 없는 바가 있다고 하겠다.
그건 그렇고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그것을 먹어 보고 실제로 맛이 좋으면 먹으면 되는 것이지 하필이면 형양의 돼지이어야만 하겠으며, 타보고 실제로 잘 달린다면 타는 것이지 왜 하필이면 '왜당나귀'어야만 하겠는가? 저들 가운데, 하루에 수백 리를 가는 실재의 재주를 귀하게 여기면서 반드시 왜당나귀라는 이름을 가진 물건을 사려는 자도 실로 잘못이 지났치다고 하겠으나, 왜당나귀가 아닌 것이 판명되었다고 해서 하루에 수백 리를 달릴 수 있는 실재의 능력마저도 아울러 돌아보지 않는 자들이야 말로 더욱 옹졸함을 알 수 있다.
또 대저 이 말이 실로 천 리를 달릴 수 있으면 오추(烏騅), 적토(赤兎)와 같은 준마의 이름을 붙여줄 수 있는 것이고, 삼만 리를 달릴 수 있다면 녹이(騄駬), 황도(黃駼)와 같은 이름을 붙여줄 수도 있는 것이다. 어찌 이러한 경우에도 유독 '왜당나귀'라고 칭해야만 하겠는가?
진실로 실재(實在)에 있어 부끄러운 점이 없다면 명색(名色)이야 혹 빌려오거나 빗대어 견주더라도 혐의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오추, 적토, 녹이, 황도라고 하는 것은 대개 상고 시대의 훌륭한 말의 이름에서 대부분 취하여 썼으며, 그리고 그것은 사람의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다.
가령 조(趙)나라의 마부가 저 유명한 왕량(王良)이라는 마부의 칭호를 모칭하고, 노(盧) 나라의 의사(醫師)가 저 유명한 편작(扁鵲)의 명성을 빌렸으되, 그 당시의 사람들은 이름을 모칭하고 명성을 빌렸다고 해서 그들이 세상을 속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를 통해 본다면 그대가 애초 세상을 속인 것이 아니며 세상도 역시 애당초 자네에게 속임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속임수의 실체라는 것은, 가령 시장에서 값싼 채찍을 화려하게 치자(梔子)로 물들이고 밀납(蜜蠟)으로 광을 내어 비싼 값으로 팔아먹고, 그것을 사 간 자는 결국 제대로 한번 써보기도 전에 색이 바래고 망가지는 그러한 경우에나 가당한 것이다." 하였다.
하징이 요새 소설(小說)로 지어 전해달라고 부탁해 왔기에 이와같이 써서 보여주었다. 하징이라는 자는 다방면에 걸친 재주로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終)
공자가 말했다. "명성이라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인덕을 좋아하는 듯 하지만 실제 행동은 오히려 그렇지 못하고, 스스로 어진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면서 그에 대한 의혹이 없다. 그런 사람은 관직에 있을 때도 거짓 명성을 취하고 집에 있을 때도 거짓 명성을 취하는 법이다." (논어/안연편 20장)
▶️ 汧 : 강 이름 견(氵/4)
▶️ 陽(볕 양)은 ❶형성문자로 阦(양), 阳(양), 氜(양)은 통자(通字), 阳(양)은 간자(簡字), 昜(양)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 언덕)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昜(양)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昜(양)은 旦(단; 해뜸)을 조금 변경한 자형(字形)이며 '해가 뜨다', '오르다', '벌어지다', '넓어지다' 따위의 뜻을 나타낸다. 좌부변(阝=阜; 언덕)部는 언덕, 산, 언덕의 볕이 드는 쪽, 양지쪽, 해, 따뜻하다, 적극적(積極的)의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陽자는 '양달'이나 '볕', '낮'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陽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昜(볕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昜자는 햇볕이 제단 위를 비추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볕'이라는 뜻이 있다. 여기에 阜자까지 결합한 陽자는 태양이 제단과 주변을 밝게 비추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陽(양)은 (1)태극(太極)이 나뉜 두 기운(氣運) 중(中)의 하나. 음(陰)에 대하여 적극적(積極的), 능동적인 면을 상징하는 철학적(哲學的) 범주(範疇). 밝음, 하늘, 해, 수컷, 더움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임 (2)양전기를 이르는 말 (3)약성, 체질(體質), 증세(症勢) 같은 것이 적극적이고, 덥고, 활발한 것을 이름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볕, 양지(陽地) ②해, 태양(太陽) ③양, 양기(陽氣) ④낮, 한낮 ⑤남성(男性) ⑥하늘 ⑦인간(人間) 세상(世上) ⑧음력(陰曆) 시월(十月)의 딴 이름 ⑨봄과 여름 ⑩돋을새김 ⑪나라의 이름 ⑫거짓으로 ⑬따뜻하다, 온난(溫暖)하다 ⑭가장(假裝)하다(태도를 거짓으로 꾸미다) ⑮드러내다 ⑯밝다 ⑰맑다 ⑱선명(鮮明)하다 ⑲양각(陽刻)하다 ⑳굳세고 사납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갤 청(晴),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그늘 음(陰), 흐릴 담(曇), 비 우(雨)이다. 용례로는 햇볕이 바로 드는 곳을 양지(陽地), 따뜻한 봄으로 음력 정월의 다른 이름을 양춘(陽春), 봄날의 따뜻한 햇볕을 양광(陽光), 양의 기운으로 적극적인 기운을 양기(陽氣),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질이나 볕을 좋아하는 성질을 양성(陽性), 음화를 인화지에 박힌 사진으로 실물과 명암과 흑백이 똑같이 나타남을 양화(陽畫), 양기있는 사람을 놀리는 말 또는 남성 바깥 생식기의 길게 내민 부분을 양물(陽物), 남자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양도(陽道), 0보다 큰 실수를 양수(陽數), 바탕이 되는 물건의 거죽에 도드라지게 새긴 조각을 양각(陽刻), 빛의 율동으로 적에 대한 속임수로 하는 전술 기동을 양동(陽動), 원자핵을 구성하는 잔 알갱이를 양자(陽子),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같이 만든 물건을 양산(陽傘), 만물을 나서 자라게 하는 해의 덕을 양덕(陽德), 볕이나 성질이 환하게 밝음을 양명(陽明), 봄이나 여름에 잘 자라는 나무를 양목(陽木), 열이 몹시 오르고 심하게 앓는 병을 양병(陽病), 두 개의 산이 있을 때 험한 쪽의 산을 양산(陽山), 사람이 세상에서 사는 집을 양택(陽宅), 양기가 허약함을 양허(陽虛), 서울의 옛 이름을 한양(漢陽), 천지만물을 만들어 내는 상반하는 성질의 두 가지 기운 곧 음과 양을 음양(陰陽), 해질 무렵에 비스듬히 비치는 해 또는 햇볕을 사양(斜陽), 저녁 나절의 해를 석양(夕陽), 저녁 때의 햇볕을 만양(晩陽), 기울어져 가는 햇볕을 잔양(殘陽), 봄볕을 춘양(春陽), 바람과 볕을 풍양(風陽), 산의 양지 곧 산의 남쪽편을 산양(山陽), 양기를 다함을 노양(老陽), 참깨의 잎을 청양(靑陽), 양기가 움직여 일어남을 발양(發陽), 몹시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염양(炎陽), 몸의 양기를 도움을 보양(補陽), 보는 앞에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마음을 먹음을 일컫는 말을 양봉음위(陽奉陰違), 따뜻하고 좋은 봄철을 일컫는 말을 양춘가절(陽春佳節), 따뜻한 봄의 화창한 기운을 일컫는 말을 양춘화기(陽春和氣), 음양이 서로 조화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음양부조(陰陽不調),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 좋은 일을 베풀면 반드시 그 일이 드러나서 갚음을 받음을 일컫는 말을 음덕양보(陰德陽報), 화창한 바람과 따스한 햇볕이란 뜻으로 따뜻한 봄날씨를 일컫는 말을 화풍난양(和風暖陽), 입춘을 맞이하여 길운을 기원하는 말을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에 쓰인다.
▶ 猪(돼지 저, 암퇘지 차)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개사슴록변(犭=犬; 개)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者(자, 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猪(저, 차)는 ①돼지, 돼지의 새끼 ②웅덩이 ③물이 괴다(냄새 따위가 우묵한 곳에 모이다) 그리고 ⓐ암퇘지(차)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돼지 해(亥), 돼지 시(豕), 돼지 돈(豚)이다. 용례로는 돼지의 기름을 저지(猪脂), 암퇘지의 뱃속에 들어 있는 새끼를 저태(猪胎), 돼지와 사슴을 저록(猪鹿), 돼지떡으로 지저분하여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저병(猪餠), 돼지의 지방에서 뽑아 낸 기름을 저유(猪油), 돼지의 살코기를 저표(猪臕), 돼지의 가죽을 저피(猪皮), 돼지의 쓸개에 생기는 황을 저황(猪黃), 돼지의 털을 저모(猪毛), 돼지의 피를 저혈(猪血), 멧돼지의 입을 저구(猪臼), 멧돼지처럼 앞뒤를 헤아리지 않고 불쑥 돌진함을 저돌(猪突), 어미 돼지를 모저(母猪), 털 빛이 온통 흰 돼지를 백저(白猪), 납일에 잡은 산돼지를 납저(臘猪), 멧돼지를 아저(野猪), 멧돼지를 산저(山猪), 고기로 먹을 어린 돼지를 아저(兒猪), 오래 두어도 썩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내장을 빼고 튀해서 얼린 돼지고기를 동저(凍猪), 돼지의 털로 맨 큰 붓을 저모필(猪毛筆), 돼지의 털로 만든 솔을 저모성(猪毛省), 돼지의 불알을 저석자(猪石子), 돼지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저피갑(猪皮甲), 돼지 꼬리에서 받아낸 피를 저미혈(猪尾血), 돼지의 염통의 피를 저심혈(猪心血), 순대를 삶지 아니하고 쪄서 익힌 음식을 저장증(猪腸蒸), 돼지 목구명 옆에 들어 있는 구슬 모양으로 된 물질을 저엽자(猪靨子), 돼지의 뼈를 잘게 토막 쳐서 간장에 조린 음식을 저골초(猪骨炒), 별도로 기른 돼지를 별양저(別養猪), 일정한 수를 늘 갖추어 두고 기르는 돼지를 상양저(常養猪), 멧돼지의 털을 산저모(山猪毛), 멧돼지의 가죽을 산저피(山猪皮), 멧돼지의 피를 산저혈(山猪血), 멧돼지 뱃속에 생기어 뭉킨 누른 물질을 산저황(山猪黃),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염저육(鹽猪肉), 관가 돼지 배 앓는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자기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 당하는 고통을 관저복통(官猪腹痛), 하나는 용이 되고 또 하나는 돼지가 된다는 뜻으로 학문의 유무에 따라 어질고 어리석음의 차이가 아주 심하게 된다는 일룡일저(一龍一猪) 등에 쓰인다.
▶ 肉(고기 육, 둘레 유)은 ❶상형문자로 宍(육)은 고자(古字)이다. 신에게 바치는 동물의 고기의 썬 조각, 俎(조) 따위의 글자에 포함되는 夕(석) 비슷한 모양은 肉(육)의 옛 자형(字形)이지만 나중에 月(월)로 쓰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것을 日月(일월)의 月(월; 달)과 구별하여 月(육달월)部라 부른다. 육이란 음은 부드럽다의 뜻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肉자는 ‘고기’나 ‘살’, ‘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肉자는 고깃덩어리에 칼집을 낸 모양을 그린 것으로 ‘고기’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肉자는 단독으로 쓰일 때만 고기를 뜻하고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주로 사람의 신체와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肉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달’을 뜻하는 月(달 월)자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본래 肉자의 부수자로는 ⺼(고기 육)자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편의상 月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을 뜻하는 月(달 월)자와 혼동이 생길 수 있지만 月(달 월)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期(기약할 기)자처럼 우측 변에 위치하고 ⺼(육달 월)자일 경우에는 肝(간 간)자처럼 좌측이나 하단, 상단에 위치하게 되니 구분할 수 있기는 하다. 이렇게 肉자가 月자로 쓰일 때는 ‘육달 월’이라고 읽는다. 그래서 肉(육, 유)은 (1)짐승의 고기 (2)살 등의 뜻으로 ①고기 ②살 ③몸 ④혈연(血緣) 그리고 ⓐ둘레(유) ⓑ저울추(유)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고기의 맛을 육미(肉味), 육체에 대하여 과하는 형벌을 육형(肉刑), 육체에서 풍기는 느낌을 육감(肉感), 고기가 많이 있는 호사한 모양을 육림(肉林), 적진에 돌진 육박하는 일을 육탄(肉彈), 식용할 목적으로 사육하는 소를 육우(肉牛), 구체적인 물체로서의 인간의 몸뚱이를 육체(肉體), 육질로 되어 단단하지 않은 몸을 육신(肉身), 높거나 대단한 기준이나 수치에 거의 가깝게 다가가는 것 또는 공격하기 위해 몸으로 돌진하는 것을 육박(肉薄), 식육의 고기 종류를 육류(肉類), 남녀의 교접을 육교(肉交), 적에게 몸으로 다가감을 육박(肉迫), 쇠고기를 얇게 저미어 만든 포를 육포(肉脯), 고기가 산을 이루고 말린 고기가 수풀을 이룬다는 육산포림(肉山脯林), 웃옷 한쪽을 벗고 가시 나무를 짐 곧 잘못을 크게 뉘우침이라는 육단부형(肉袒負荊), 살이 썩어 벌레가 꾄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근본이 잘못되면 그 폐해가 계속하여 발생함을 육부출충(肉腐出蟲), 살이 많고 뼈가 적음을 육다골소(肉多骨少), 고기와 술이 많음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육산주해(肉山酒海), 몸이 몹시 여위어 뼈만 남도록 마름을 육탈골립(肉脫骨立)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