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울산항운노동조합을 제재하기로 했다. 복수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데다 사업권을 독점하기 위해 물리력까지 동원했기 때문이다. 노조가 공정위의 제재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울산지역 항만 하역 근로자 공급사업을 독점해 온 울산항운노조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천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은 통상 사업자다. 따라서 일반 노조는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적용대상에서 제외 된다, 그러나 항운노조의 경우, 항만 하역 분야는 고용노동부의 허가를 받아야 사업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역 항운노조는 사업권을 받아 항만 하역회사들에게 노동자를 제공한다. 노조지만 사업자로 인정되기 때문에 공정위 제재 대상이 된다.
울산항운노조는 1980년 처음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아 울산지역 항만 하역 인력공급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그러나 2015년 인력공급 시장에 신생 노조가 들어오면서 복수노조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온산 항운노조가 새롭게 사업권을 받으면서부터다.
경쟁구도가 생기는 걸 원치 않은 울산항운노조는 관할청을 상대로 신규 사업허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울산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울산항운노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온산 항운노조를 배제하기 위해 각종 `작업`을 시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6년 2월 취임한 울산항운노조 이희철 위원장은 당시 공약으로 `복수노조 항만진입 억제`, `항만 하역작업권 사수에 총력` 등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에 맞서 온산 항운노조는 그 해 7월 선박블록 운송하역회사인 `글로벌`과 첫 노무공급계약을 맺고 일감을 따냈다. 그러자 울산항운노조는 산하 연락소 반장을 비롯한 다수 노조원들을 동원해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온산 항운노조원들이 작업을 하기 위해 바지선에 승선하면 이를 가로막거나 강제로 끌어내리는 등 폭력을 동원한 것이다.
울산항운노조의 조합원 수는 약 900명이었지만 온산항운노조는 32명에 불과했다. 규모 자체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결국 글로벌은 온산 항운노조와 계약을 해지하고 울산항운노조와 계약을 맺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울산항운노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온산항운노조의 사업권을 박탈시키기 위해 법적 조치까지 시도했다. 온산 항운노조의 사업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관할 노동청에 사업권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것이었다. 최근 1년간 실적이 없을 경우 고용부가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현행법을 악용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에 울산항운노조에 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5호(사업활동방해)를 적용하기로 했다. 울산 항운노조가 부당한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한 것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울산항운노조가 사업자 지위와 함께 노조원 조합비로 운영되는 노조의 성격도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고ㅇ액의 과징금을 물리진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울산항운노조의 이 같은 행위는 복수노조가 허용된 이후에도 신규노조의 사업기회를 뺏으려 한 것"이라며 "신ㆍ구 노조간 공정 경쟁이 활성화될 경우 합리적 노무 제공 단가 책정이나 품질 개선 등을 통해 항만물류업계 전반의 효율성 증대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홍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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