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곽 관문을 지키던 병사 모두 어디로 갔나 성지기인 냥 매일 드나드는 북문, 허물어져 다시 복원된 성벽으로 내 발길 받아낸다 축성 따라 패인 해자처럼발아래 동천강이 흐르고 동문으로 이어진 산전샘도 그 때 목축인 함성 기억하며 쉼 없이 솟아 흐른다 병영성 8길 지켜온 30년, 수백 년 풍화 떠받친 기초석 마냥내 모습도 이 성을 닮아간다 성곽 따라 어디선가 징소리 북소리, 붉은 깃발 휘날리며 함성이 들린다 병영성 축성 600년 행사다 경상좌도지사 근엄한 복장을 껴입고 긴 칼 휘두르며 호령해 보지만 도대체 군령이 서지 않는다 왜적의 침락 만큼이나 쉽게 복원되지 않던 성곽처럼 내 머리에 올려 쓴 사모관대, 오늘 자꾸만 헐겁다
병영성에 인접하여 30년 가까이 살아온 내겐 누구보다 친숙하고 자랑스럽다 한 때 경상좌도가 위치했던 병영성은 흔적도 찾기 힘들 정도로 훼손 되었어나 예산부족으로 오랫동안 짜깁기 하듯 꿰매오다 이젠 제법 성곽의 형태를 갖추어 병영성을 찾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난 매일 병영성 북문을 통과하고 이 병영성 지하차도를 지나친다작년 10월은 병영성 축성 600년 제를 지냈다 경상좌도지사 옷을 입고 큰 칼을 휘둘러 보았다 어쩌면 내가 당시 경상좌도지사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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