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사전에 올라있지도 않으며 그렇다고해서 사투리도, 비어나 속어도 아니다. 하지만 널리 쓰이고 있다.
사전에도 없는 이 말을 우리나라 사람치고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군복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아주 친근하게 들리는 말이다. 이것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 말의 본디 말은 잔반(殘飯)이다.
'잔반'이 '짬밥'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단히 재미있다.
먹고 남긴 밥을 순우리말로는 '대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걸 굳이 한자로 쓰려다보니 잔반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억지로 만든 말은 대중의 호응을 얻기 어렵지만 군대와 같이 엄격한 조직에서는 용어의 통일이 쉽게 이루어지므로 잔반이라는 말이 군대 사회에서 세력을 굳힐 수 있었다.
잔반의 제2세대형은 '짠반'이다. 이른바 된소리되기 현상이 일어났다. 된소리되기 현상은 우리말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소주를 쏘주, 쐬주라고 하는 것이 한 예다. 다음 제3세대형은 '짬반'이다. 이른바 자음접변이 일어나 '짠'이 '짬'으로 바뀌었다. 자음접변은 표기는 그대로 두고 소리만 변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표기까지 바뀌어버렸다. 제4세대형은 '짬밥'이다. 여기서 매우 재미있는 현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잔반'의 '반'이 '밥반(飯)'인데다가 음까지 '밥'과 비슷하므로 '밥'으로 따라가 버린 것이다. '지애'가 '기와'로 바뀔 때도 '애'가 '와'와 발음이 비슷한데다가 한자로 '기와 와(瓦)'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여기에서 또 재미있는 것은 뜻에서 볼 수 있다. '짬밥'은 '잔반'에서 변해왔기 때문에 먹고 남긴 밥이라는 뜻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 말이 슬슬 뜻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먹고 남긴 밥뿐만이 아니라 공동 취사장에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지어서 공동 급식을 하는 밥을 뜻하는 말로 쓰이는 것이다. 거기에는 품질이 조악하고, 영양가가 떨어지며, 맛이 없어 먹기 싫다는 의미까지 함께 담겨 있다. 어의 확대, 곧 어의 전성이 이루어진 것이다.
짬밥의 어의확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짬밥을 누가 더 많이 먹었느냐에 따라서 군대 생활의 신고참이 정해지기 때문에 '짬밥 숫자'라는 말이 생겼고, 다음에는 짬밥 그 자체로만 관록, 고참, 숙련공 등의 뜻을 더해가고 있다.
첫댓글 아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네여.. 저도 군대갔다온지 얼마 안됐지만..그 사실은 몰랐거든여 아무튼 좋은 글이었습니다.
니가 먹은 밥알보다 내가 먹은 깍두기수가 더많다...
흐음... 이런... 아... 음...
내가 남긴 짬밥에 넌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흠... 짬밥과 똥국 그 환상의 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