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쟁사(史) 중 가장 빨리 끝난 전쟁은 선전포고 후 얼마 만에 끝난 전쟁일까. 기록에 의하면 37분 23초 만에 끝난 1896년 8월 영국 함대와 잔지바르 간의 전쟁이었다. 잔지바르의 추장이 항구 밖에 정박해온 영국함대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자 즉각 헨리 로슨 제독이 함포 사격을 가해 궁전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500명의 추장 근위병들이 죽거나 다치고 잔지바르의 군함 그리스크 호는 단 한 방의 직격탄에 침몰했다. 37분 23초 만에 ‘상황 끝’이었다.
연평도 포격 후 북한 군부가 경기도 어디쯤을 또 한 번 때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남한의 신임 국방장관은 ‘때리면 폭격하겠다’고 응수했다. 대통령, 국회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잇달아 큰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정말 남북이 한판 붙으면 누가 이기고 얼마 만에 ‘상황 끝’이 될까. 37분 22초쯤으로 세계 신기록 경신 아니면 40시간? 3년?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남북이 입어야 할 치명적인 상처의 크기다.
"전쟁이 끝나고 이윽고 평화가 찾아왔다. 그런데 국민들은 무엇을 얻었는가? 과부, 의족(義足), 그리고 기아…"라고 한 토머스 모어의 표현이 아니라도 잿더미가 된 집터에 쭈그리고 앉아 죽은 부모, 자식의 불탄 사진 조각이나 들고 울고 있을 전쟁이 될 게 틀림없다.
군사 전문가들은 전투 개시 1시간 만에 북한 장사포에 죽어나가는 인명만 100만 명이라고 추정했다. 40시간이면 남한 인구가 거의 다 사상(死傷)당한다는 계산이다. 350만 명이 희생되는 데 3년이 걸린 6`25전쟁과는 판이 다른 전쟁이 된다. 내륙 포격→폭격 반격→전면전으로 가면 끝장엔 속칭 ‘ABC전쟁’(Atom:핵, Biological:세균, Chemical:화학전)으로 번질 수 있다. 그러면 확전 시점을 기준 할 때 37분도 안 걸려 모든 게 끝장날지도 모른다. 그런 전쟁을 해야 할 것인가. 안 하는 게 맞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북한은 언젠가 반드시 그런 공멸의 전쟁이 되더라도 적화통일하겠다는 망상을 버리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저쪽 주먹이 더 커져서 더 크게 맞기 전에 이판사판 붙어 버리는 게 나을까? 지금 모든 국민들의 궁금증은 전쟁이 나면 누가 이길 것인지 질 것인지다.
그 해답을 손자병법에서 진단해 보자. 지금 시점에서 손자병법으로만 따져 본다면 여러 가지 항목을 볼 때 남한이 질 확률이 높다. 우선 손자는 가장 으뜸 된 승전의 기본으로 ‘국민을 한데 묶어내는 좋은 정치를 용병과 승전의 요체’로 봤다. 손자뿐 아니라 순자(荀子)와 육도(六韜), 전쟁론을 쓴 클라우제비츠 역시도 ‘국민정신 통합’을 최고 요소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싸우는 국회에, 갈라진 좌`우파 국론으로 민심이 한 갈래로 묶여 있지 못하다. 용간(用間=스파이 첩보전) 편에서도 남한은 밀린다. 남한에 북의 용간 술책이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얼마나 퍼져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지난 좌파 10년간은 제대로 잡지도 않았다. 적(敵)은 연평도 해병 막사 위치와 휴식 시간까지 알고 치는데 우리는 자주포 쏘고도 몇 발이 명중됐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그게 용간의 열세다.
작전 편에서도 매한가지다. ‘적으로부터 얻어낸 말 먹이 콩깍지와 볏짚 1섬은 우리가 마련한 콩깍지와 볏짚 20섬에 해당한다고 했다.’ 10년 좌파 정권 때 퍼준 8조 원의 지원은 병법(兵法)으로 치면 160조 원의 손실인 셈이다. F-15 전투기 1천600대를 살 돈이고 자주포 4만 문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승전 해법은 하나. 대통령, 신임 국방장관이 리영호나 김정일의 병법 응용보다 한 수 더 높아야 하고 국민과 정치권은 한 묶음, 한뜻이 돼야 한다. 그래야 손자의 말대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평화 공존의 길로 갈 수 있다. 국회가 무기 예산안 올려준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모자라는 건 무기 살 ‘돈’이 아니라 ‘통합의 정신’이다. 장병 인건비로 연간 8조 원을 쓰면서도 번번이 당하는 군기(軍紀)와 병법은 분명 문제가 있다.
김정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