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
||||||||
늦은 문학공부를 한다고 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정말 시간은 빨리도 지나 벌써 졸업이라는 관문에 섰습니다. 시작한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잘 마무리 하는 것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일 텐데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지금에 걱정만 따를 뿐입니다.
지난 주말, 아! 얼마나 기다렸던 날인가, 하루가 한 달 같이, 한 달이 석 달 같은 날들을 보내고 드디어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은 모두 문학에 뜻을 두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주부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더 정이 가고 더 애착을 느끼게 되는 이유일겁니다. 새벽 4시 30분! 다른 날 같으면 아직 꿈속에서 헤매고 있을 시간이지만 그날만큼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서둘러 떠날 채비를 하고 빠뜨린 게 있나 없나 살펴가며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흥분되고 있었습니다. 새벽이라 다니는 차들도 없을 텐데 서둘러 집을 나서지 않는다고 남편이 한 마디 하고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약속장소인 태화로터리에서 타야할 사람들이 다 탔습니다. 하지만 한 10분을 더 기다린 후에 버스는 출발을 했고, 버스 안에는 얼굴을 아는 학우도 있었고, 이름만 알았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서로 처음이지만 인사하고 웃으며 스스럼없이 대해주었지요. 두 번째 약속장소인 무거로터리에서 나머지 사람들을 태웠습니다. 그곳에서 이른 아침을 먹었습니다. 따뜻한 김밥에 구수한 된장국. 그렇게 간단한 아침 허기를 채우고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1박 2일 동안 함께 할 사람들의 얼굴들이 눈앞에 환하게 보였습니다. 낯설지 않게 대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먹는 것도 자연스럽게 먹어가며 달리는 버스 안에서의 만남은 그렇게 무르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언제 했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떡과 과자, 수육에 일명 '모닝소주'라는 것을 한 잔하며 아침부터 술주정에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달리다 가끔 휴게소에 들러 볼일도 보고 쉬었습니다. 여행을 떠나면서 아, 이것이 여행이구나 싶을 때가 바로 휴게소에 들러 쉴 때인 것 같습니다. 차 한 잔을 하면서 나누는 여행의 기분, 그것이 아마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제일 큰 즐거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또 몇 시간을 더 간 후에야 정읍시에 도착을 했고, 곧 고창에 다다랐습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고창읍성이었습니다. 그곳은 다른 읍성과 달리 옛날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고, 버스에서 내려 안내하시는 분의 도움으로 고창읍성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함께한 학우들은 한마디를 놓칠세라 메모하고 사진 찍고 정말 바쁜 순간을 보냈습니다. 고창읍성은 '답성놀이'가 있는데 몇 바퀴를 도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랐습니다. 한 바퀴는 다릿병을 낫게 하고, 두 바퀴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세 바퀴는 극락장생을 위한 것이라 했습니다. 일행은 우선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중요한 곳을 둘러보며 이런 저런 얘기하고, 맑은 공기를 마셨습니다. 버스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온 시간 뒤에 가져보는 상쾌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든든한 점심을 먹고 선운사로 갔습니다. 책에서 배운 여러 가지 얘기들을 직접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찼습니다. 다들 긴장된 모습으로 해설사의 얘기를 귀담아 들었습니다. 다시 언제쯤 와 볼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기에 더 열심히 경청을 했습니다. 그렇게 선운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보고, 사진도 찍고, 다음 코스로 들른 곳은 서정주 선생의 '미당시문학관'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가 많았던 터라 더 궁금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정주 선생의 살아생전 모습과 유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에서 차도 마시며 문학에 대한 얘기도 듣고 서정주 선생의 생가도 둘러보았습니다. 정말 마을 곳곳에 국화나무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겨울 엄청난 눈으로 피해를 본 흔적이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국화가 눈 때문에 다 썩어버렸고 간간히 그 꽃향기만이 풍길 뿐이었습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다시 한 곡 부르기 위해 노래방으로 향했습니다. 대인원이 움직이니 어두운 밤이라도 무섭지 않았지요. 밤하늘에 별들이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그 별들을 보며 시도 읊고, 인생을 얘기하고, 문학에 대한 열정을 얘기하였습니다. 문학도가 아니랄까봐 티를 내습니다. 한 마디에 웃고 웃다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확 날려 버리기라도 하듯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노래와 춤으로 마무리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아쉬움이 큰 사람들은 따로 한 방에 모여 한 잔 더 하기로 하고 각자 알아서 정해진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습니다. 모처럼 귀한 술을 먹어서 그런지 피곤함이 밀려들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따뜻한 온돌방에 누워 잠시 집에 있을 가족들을 생각했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문득 여행이라는 것을 동경하고 떠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과의 여행이 그 나름대로 마음의 충족을 가져다주지만 함께 살아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참으로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리를 깔고 낯선 곳에서의 밤을 그렇게 막을 내리고 달콤함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세계문화유산인 '고인돌'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고인돌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한 두 개의 고인돌은 본 적이 있어도 그렇게 많은 고인돌을 한 자리에서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지요. 정말 멋졌습니다. 고인돌을 뒤로 하고 일행이 찾은 곳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자수의 일인자, 후계자를 키우고 있는 고창의 '자수연구소'에 들러 예쁘고 아름다운 자수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그렇게 우리나라 자수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있다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그 다음으로 들른 곳은 '고창판소리박물관'이었습니다. 판소리박물관에선 우리나라 유명한 판소리계의 명창인 분들의 역사를 그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판소리가 걸어온 발자취 따라 어느덧 국문과 일행은 책에서 배웠던 판소리에 대한 생각들을 제대로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고, 모두들 그 귀중한 자료들을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이번엔 변산반도를 따라 달렸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변산반도가 참으로 멋졌습니다. 광활한 동해바다만 보다 서해안의 갯벌과 이어진 바다가 참 새로웠습니다. 일행은 저마다 감탄사를 해가며 창 밖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꼭 찾아오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말입니다. 변산반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채석강'입니다. 처음 찾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몇 번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채석강에 다다르자 일행의 돌발발언으로 모두가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습니다. 채석강이 돌을 캐는 강이다, 뭐다 다들 제각기 달리 생각하고 찾아온 곳, 채석강의 의미를 알고 나서 일행은 저마다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지요. 이런들 저런들 어떠합니까? 그 자리에 서서 같은 바다를 함께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를 다하고 있었습니다. 채석강에서 갖가지 해산물을 초고추장에 찍어 소주 한 잔씩 했습니다.
그렇게 매창공원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쉬움과 허전함, 그리고 밀려드는 가슴 벅찬 감동들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금강휴게소를 지나 김천, 그곳에서 때늦은 저녁을 먹고 끊임없이 달려 울산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학우님들의 멋진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 채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저나 같이 공부하는 분들에겐 인생에 있어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고 돌아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살면서 힘들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추억과 인연으로 내일이라는 미래에 희망을 안고 견딜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졸업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언제든지 함께 떠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시간과 여유가 주어진다면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그녀들만의 졸업여행은 끝이 났지만 인생의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모두들 좋은 추억에 봄기운 같은 따뜻함으로 마음을 채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잠시나마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여유를 갖는 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국문학과 파이팅! |
|
첫댓글 고창 문학기행....올만한 곳이죠!!
*^^*아름다운 글 사진~~~~~~~~ 감사합니다~~~~~~~~~~~~~~~~~~~~~~요~♡ 더욱 건강 다복하심을 축원한당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