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미스터 트롯을 시청하고
2/13일 목요일 밤 TV 조선에서 방영되는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시청하지 못하여 2/15일 재 방송분을 토요일 오후에도 밤12시까지 시청하고 또 TV조선 2에서도 재방하는 것을 시청했다. 숨은 인재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개성 있는 가창력이 기존의 가수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대단했다. 노래로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가창력은 시청하는 이들도 감동을 받는다.
우리 인생도 별것도 아닌 바람에 불려 흘러가는 구름이지만 햇빛 찬란한 푸른 하늘가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산다. 그 자유로운 영혼이 감동을 받았다.
4사람씩 팀원을 이뤄 무대를 꾸미고 개성에 맞는 노래를 연이어 몇 곡씩 선사하는 방송은 모두가 콘서트였다.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 순간을 맞이할 때도 몸과 마음이 가눌 수 없이 너절한 정신 상태에도 이 트롯의 가창력을 시청하면 힘든 순간과 너절한 상태가 지푸라기 하나처럼 가벼울 뿐이란 생각이 드는 순간들이다. 아직은 젊음 축에 낀다는 착각이 모든 시름을 잊게 한다. 시청하는 하룻밤이 행복했다.
13살 정동원이가 부른 희망가는 내가 공주중학 시절부터 대전공전시절 초반까지 애창했던 노래로 다시 들어도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10대의 시절로 나를 보내줬다. 고달프고 가난했지만 영혼은 자유로운 시절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독일 성악가인 김호중씨의 성악 가창력이 트롯에 꽂히니 노래 희망가의 리듬이 찬란했고 이는 가져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애환을 그리고 우리들 심연에 뜻밖에 응어리져 있는 결핍과 슬픔을 그려냈다.
강태관씨의 한오백년도 심금을 울렸다. 삶의 풍랑이 절절히 너울대는 삶의 자화상을 눈물겹게 보는 듯 했다. 고장난 인생관을 되돌릴 수 없는 절절히 한 맺힌 절규는 고달픈 삶이 얼룩진 애환과 신산한 삶과 자유로운 꿈이 어우러진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태권보이 나태주의 유연한 몸놀림과 더 성숙한 노래는 그 팀의 퍼포먼스와 어울려 976점을 받아 김호중 팀과 동점을 기록하며 무대는 더욱 재미있어졌다. 문명은 편리함을 주었지 행복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스터 트롯은 나 같이 곡절 많은 애환의 기록물인 노년의 영혼을 위로해 주었다.
군 고구마장사를 하였던 임영웅이의 가창력은 랭킹 1위를 달리며 발산된 옥 같은 소리는 세속에 묻혀 끼를 발산하지 못한 한풀이 갖았고 마음이 불상하고 가엽고 불행했던 과거를 온몸으로 토로하는 절규 같았다. 자신의 자취방을 공개하고 홀로 살아가는 모습을 같은 팀원끼리 공유하며 현실 속에 가장 먼저 마주한 차가운 현실은 노래로 인생을 살기에는 힘들었다는 토로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자신의 꿈과 고민을 나누기란 쉽지 않다는 임영웅씨의 앞날에 영광이 있길 기대하고 별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빛나고 희망은 가장 고통스런 순간에 싹을 틔운다는 명귀를 기억했으면 한다.
미스터 트롯은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메인방송을 무색하게 했다. 방송은 시청자를 사로잡아야 그게 생명이다. 아직도 가슴 한편에 찌릿한 감정은 정동원이다. 13살 정동원이는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할아버지 손에서 길러졌고 그 할아버지를 위하여 방송에 나왔다고 첫 소감을 발표했으나 몇일 전에 의지하고 길러주신 할아버지가 작고하는 바람에 동원이의 마음은 무겁고 착잡하게 되었다. 장윤정씨가 이점을 간파하고 어렵고 힘들 때 이모에게 전화하라고 위로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혼한 부모가 그리운 10대의 슬픔을 극복하며 눈물겹게 대견한 삶을 살아가며 슬픔과 안타까움은 가슴깊이 묻고 시간과 함께 흘려보내야하는 정동원에게 하는 말 어찌했던 구차하고 회한 가득한 인생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14살 15살에 뒷산에 소 풀 뜯겨 가면서 불러본 당시 희망가는 메아리가 되어 황혼의 저녁놀 속에 여울져 갔고, 땅거미 지고 솔잎 타는 저녁연기가 산 아래 3부 능선에 조용히 연막을 치면 집안 식구들이 저녁상을 받는다. 추억 속에, 그리움 속에, 부르던 노래 속에, 청춘은 살아 있었고 희망은 날개를 폈었다. 이번에 시청한 미스터트롯은 55년 전의 자화상이 비디오가 되에 구성진 리듬 속에 노랫말이 당시의 소년을 깨우고 시골 분위기를 감돌게 했다. 잠시 내 나이를 잊게 했다. 환희를 느꼈다.
노년의 아름다운 순간은 ‘아, 저 사람은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구나 ’ 하는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때다. 나이가 들수록 소중하게 느껴지는 삶의 기술이 하나 있다면 다른 이의 감동적이 노력 앞에서 경의를 표할 줄 아는 감상의 기술이다. 들리는 음악과 구성진 노래는 다른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함께 감상의 대상들이다. 이번에 방영된 TV조선의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이에 해당한다. 그분들의 시청자를 위한 대단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심미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들을 줄 아는 마음의 여유와 탐미적 시선이야말로 제 나이에 맞는 삶을 가꾸어갈 수 있는 최고의 비결이 아닐까. 우리들에게는 하루를 살면서 즐길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다. 그 대상이 음악이든 미술이든 여행이든 우리자신의 영혼을 행복하게 한다면 그 자체가 천당이고 극락이다.
미스터 트롯 시청자로서 관련 제작진과 출연진과 가수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늦게 일어나 위와 같이 미스터트롯을 시청한 감상문을 써본다.
2020년 2월 16일 오전 9시 30분
율 천 이권행
첫댓글 어머!
저도 미스터 트롯을 엄청좋아서
즐겨보는데
율천님께서는 가수 하나하나 평까지
깃들여 기록하셨군요
긴~글 지루하지 않게 잘읽었습니다
훌륭한 논평 이셨고
역시 율천님은 감성가시구나 생각드네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