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엘(클리앙)
2023-11-13 03:16:04 수정일 : 2023-11-13 03:17:33
해외 경험담 같은 글들 저도 한번 써보고 싶었는데 진짜 그럴 일이 생길 줄 몰랐네요 ㅎㅎ..
저는 지금 포닥으로 네덜란드에 나와있습니다. 오퍼받고나서 3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사라지고 어느새 일도 시작했네요.
와서 겪었던 것 중에 신기했던거 두서없이 써보려고요.
근데 이걸 첫주차때부터 생각했는데 결국 4주차에 그나마도 공부하기 싫어서 쓰는거라 얼마나 쓸런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상상으로 쓰면 한참을 쓰는데 말이죠
1. 입국티켓만 사서 왔는데 입국심사때 리서쳐로 취직해서 왔다고 하니까 이민청이랑 약속잡았는지만 물어보고 웰컴 투 네덜란드 하더라고요. 학위가 나름 쓸모가 있구나 하고 처음 생각했습니다.
2. 숙박비가 어마무시했습니다.. 약 3주 단기렌트를 했는데 1박에 100유로가 좀 넘었어요.
3. 근데 또 대안이 별로 없어요. 거주 등록을 해야 BSN(등록번호?)이 나오는데 거주 등록을 하려면 집이 필요하고, 집을 계약하려면 계좌가, 계좌에는 BSN이 필요하고... 해서 그 외 방법은 1) 얹혀살기 2) Airbnb 3) 단기계약 4) 호텔 장기투숙 인데 airbnb 쪽방 빌려주는데 1박에 10만원씩 받더라고요? 어차피 비싼거 넓은데 쓰자 하고 단기렌트 했습니다. moving expense를 꽤 많이 주길래 오 이거 거의 보너슨데? 했는데 단기렌트비로 다 썼어요
4. 그리고 집은 일단 이사오지 않으면 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수요자가 집보다 훨씬 많아서 관심있다고 연락해봐야 대체로 답변이 안와요. 그나마 1차통과해도 며칠뒤 몇시몇분에 그룹뷰잉 할거니까 참석하라고 연락옵니다. 못가면 못빌리는 거구요. 한국에 있는 동안 한참 시도하다가 노답임을 알고 출국 이틀 전부터 다시 메일 돌렸습니다. 운좋게 금방 구하긴 했네요.
5. 근데 계약을 하려니 계좌를 달라네요..? 아직 BSN 안나온 상황이었거든요. 다행히 bunq나 revolt 같은 인터넷뱅크를 쓰면 BSN 입력 없이 계좌 발급이 돼서 어찌저찌 해결을 했습니다. 근데 계좌 유지비가 월 3유로 씩이에요... 그냥 세금인셈 치고 살기로 했습니다.
6. 그렇게 구한 방은 다해서 월 1500유로 내외로 나갈 듯 합니다. (약 13평) 이게 맞나..? 싶은데 먼저 해외살이 시작한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싸다고 하네요 허...
7. 그치만 방은 물론이고 연구실에도 식기세척기가 기본으로 깔려있는건 아주 만족도가 높습니다.
8. 물가는 적응이 안돼요. 공산품도 좀 비싸고, 인건비가 관련되기 시작하면 가격이 확 뛰네요. 햄버거에 감튀에 맥주한잔 마시면 20유로가 슥 사라져요. 볶음밥에 반찬 3개 포장해왔는데 13유로, 징거버거 세트가 12유로 하다못해 마트표 샌드위치도 5유로씩 받네요. 대신 후처리가 안된 식자재는 엄청 저렴합니다.
9. 그래서 그런지 다들 점심 도시락을 싸와요. 식빵에 잼/후무스/치즈/햄 등등 해서 2~4쪽 가져오는게 평균이더라고요. 사먹으면 가난해지는 지름길이라네요. 그 와중에 다들 과일 한두개씩 챙겨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과일이 싸긴 해요.
10. 고다치즈의 나라도 고다치즈가 싸진 않더라고요. 맛있어서 계속 챙겨먹고 있습니다.
11. 한식재료를 포함해 아시아 재료 구하기가 엄청 쉬워졌어요. 그냥 마트가도 쌈장 고추장, 불고기양념 제육양념 같은걸 팝니다. 글고 상추용도로 파는건 아닌거같지만 상추를 팔아요 적상추 청상추. 쌈밥으로 끼니 자주 넘기고 있네요.
12. 삼겹살컷을 팝니다. 가격은 국내랑 비슷해요. 파는게 어딥니까!
13. 쌀도 일본쌀 중국쌀 태국쌀 인도쌀 등등 다양하게 파네요. 햇반처럼 렌지밥도 팔더라고요. 다급할때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오늘은 Pandan 라이스 사왔어요.
14. 식빵이 엄청 큰데 1~2유로 밖에 안하고 맛있어서 식빵 진짜 안먹었었는데 요즘 엄청 먹고 있습니다.
15. 맥주 종류의 축복을 받은 위치에 있는 국가입니다. 벨기에, 영국, 독일 맥주가 들어오다보니 네덜란드 크래프트맥주도 엄청 스타일이 다양해지는 선순환인거같아요. 거기에 북유럽쪽 크래프트맥주들도 마트에 깔려있고, 바틀샵 찾아가면 더 다양해지고 하네요.
16. 그래서 체코 필스너가 안들어옵니다. 아니 유럽인데 부드바르 생맥주를 못구한다니요.........
17. 듀벨 트리펠들 맛있긴 한데, 미국식 IPA의 아쉬움이 커요. IPA도 묘하게 영국느낌이 강하네요... 웨스트코스트IPA나 뉴잉 쓴맛없이 기깔나게 뽑은거 마시고 싶은데 이거저거 시도해봐도 영 어정쩡해요.
18. 그리고 이렇게 마시니까 비싸네요. 한국 수입가 대비는 싸다지만 300병에 2.5유로 전후로 쓰니까 어후 이럴거면 와인마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9. 하이네켄은 Not a good beer 라고 일단 연구실 사람들은 다들 손사래칩니다.
20. 뭐였는지 맛없어서 기억에서 지워버렸는데 절묘하게 카스맛이 나는 맥주가 있었습니다.
21. 바이엔슈테판 헤페가 2유로 비투스가 2.5유로, 근데 왠지모르겠는데 독일맥주는 안마신다는 분위깁니다. 트리펠이나 복비어 마셔보라는 무언의 압박을 느낍니다.
22. 와인은 국내가랑 10~20% 차이고 샴페인 같은건 국내가 싸네요. 가격보단 와인샵마다 떼다파는게 다들 달라서 희안한거 많이 보고 있습니다. 어제는 리슬링 젝트 마셨고 다음에는 코르시카 화이트 사보려고요
23. 양주는 국내 행사가랑 유사해요. 국내 주류 접근성이 진짜 좋아졌구나 싶습니다.
24. 제로콜라 가격도 비슷해요 하... 그치만 트리펠 1병 값으로 제로콜라는 2리터니까요!
+ 연구실 생활은 굉장히 신기합니다.
모두 모티베이션이 가득하고, 나오던 말던 휴가를 쓰던 말던 알아서하라는 분위기에요.
진짜 괜찮냐고 물어보니까 교수님이 '어차피 하루에 8시간 이상 연구에 머리를 쓸거라는걸 아니까 오피스에 8시간 채워서 있고 없고 이런건 상관없다' 고 하시네요.
엥? 그럴리가 없는데? 했는데 다들 연구에 미친사람들 같아요. 저만 이상해요.
7년전에 입학 3개월만에 와서 항상 함께했던 번아웃이 사라지려고 합니다 사라져야만 따라갈 수 있을거같기도 하고요...
사실 슬슬 쓰기 귀찮아져서 연구실 생활은 나중에 또 써보겠습니다.
ps. 네덜란드 간다니까 지도교수 포함해서 다들 네덜란드..? 뭐 그래 축하한다 (너가 그렇지 뭐) 였던게 불과 6-7월인데 예산 박살나고 난 10월에 만난 모든 사람들이 진심으로 축하하기 시작하더군요. 교수직 할것도 아니고 빠른귀국 욕심도 없는 저는 행복합니다 ㅎ
ps2.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전거 샀냐고, 언제 살꺼냐고 물어보는 나라입니다. 해결하려면 저도 얼른 한대 사야겠어요
첫댓글 댓글 중---
북어국은맛있어
어디에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네요. 저는 로테르담 삽니다. 매일 암스테르담으로 출퇴근하는데 덴하그나 하를렘으로 이사 갈 생각 하고 있어요.
위치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방값이 다해서 13평에 1500유로면 비싸긴 하네요. 만약 시내 한 가운데 아파트면 뭐 그럴만도 한데,, 제가 25평에 다 포함 1300유로 내거든요 근데 이해가 되는게 집은 진짜 너무 구하기 힘들어요.
기회가 된다면 올드 암스테르담 치즈 드셔보세요. 여기 사람들도 꽤나 인정해주더라고요.
사엘
@북어국은맛있어님 아인트호벤인데 출퇴근시간 줄이고 싶어서 최대한 시내로 구했어요. 여기가 asml이나 필립스때문에 유독 비싸지고 있다고도 하고, 일단 집이 급해서 처음 구해진곳 들어왔습니다 ㅎ.. 조금 외곽이면 가격은 비슷한 대신 좀 넓어지거나 새건물이 되는 듯 하더라고요. 아 그리고 저는 furnished라 한 200 더 붙는거같아요.
한국 생각하고 야근이라도 있으면.. 회식이라도 있으면.. 이러면서 시내위주로 신청했는데 막상 와보니 연구실에 네덜란드사람들은 다들 근교에 살더라고요 ㅎㅎㅎ..........
마침 치즈 떨어져가는데 올드 암스테르담 먹어
돼지도살자
사회적인 시스템(?) (ex. 가정집의 층고, 세면대, 싱크대를 비롯한 가구들, 버스 차 높이나 손잡이 위치 등등...)들이
키 큰 사람들에게 맞추어서 디자인,배치된 부분들이 많을지 궁금하네요^^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에 장기간 체류해본 적은 없고, 수년전 암스테르담 공항에 경유차 잠깐 들렀었는데
공항 들어서는 순간 키 185인 제가 순식간에 난쟁이가 된듯했던 이질감을 잊을수가 없네요 ㄷㄷ
사엘
@돼지도살자님 저도 좀 궁금했는데 막상 막 눈에띄게 다르진 않더라고요 다민족 다문화기도 하고요. 그래도 인상적이건 대체로 의자, 책상, 다른 가구들이 좀 높아요. 한국에서 쓸 때 높여써야 했는데 여긴 그냥 앉으면 딱 맞아요 (178). 글고 계단이 좀 가파른거같아요.
나쁜피
일인당 두 대는 사셔야합니다. ㅋㅋ
시티바이크 하나 사시고
운동용이나 레저용으로 하나 또 사시면...
Stun
이주 그리고 집구하신거 측하드립니다. 집구하는 게 항상 가장 림들었던 기억이 있아요. 같은 나라는 아니지민 해외에선 항상 집구하는게 힘들었던 기억이 많네요.
연구실 분위기는 국내랑 유럽 그리고 미국은 많이 다른거 같아요. 유럽안에서도 나라마다 또 다르겠지요. 오랜만에 국내 대학원 교수님 뵙고 연구실 학생들 민났었는데 과제 때문에 밤 늦게까지 연구실에 있는거 보면서 저 연구실생활때 그시간까지 연구실에 있던건 졸업논문 쓸때 빼고는 없었던거 같아서…
자전거는.. 결국어찌저찌 사게되는데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굴러가는거 면되지 해서 중고나 경매 시장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한동안 못샀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도 결국은 잘타고 다녔던거 같네요 ㅎ
글에서 나오는 맥주사랑이 어마어마 하신것 같습니다. 맛있는 맥주 많이 드시고 즐거운 연구생활 되세요 :)
이멀더
오래전 업무 차 출장가서 1달 넘게 네덜란드 로텔담에 머문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신기했던 거 몇가지 적어봅니다.
1. 비가 와도 우산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음
2. 국제면허가 없어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제공 받았는데 변속 기어가 없음. 구린 걸 줬나했는데 현지인들 자전거도 다 기어가 없었음
3. 키가 큰 나라여서 그런지 남자 소변기 높이가 상당히 높음. 꼬추가 닿을 수 있을 정도여서 뒤꿈치 들고 싸야하나 하는 고민이 살짝 듬. 호텔 좌변기에 앉으면 양발이 땅에 닿지 않음.
egmont
유럽 현지 제품들은 물건너 오는 한국보다 쌀 줄알았는데 현지 부가세가 비싸서 오히려 비싼 경우도 많더군요 ㅠ 특히 전자제품들은 한국과 비교하면 종류도 다양하지도 않고 가격도 비싸더라구요.
오히려 한국에서는 해외직구가 일정금액까지 면세도 되고 활성화되어 있어 해외 다양한 제품들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더 높은것 같아요.
버미파더
헤이그와 암스테르담에 출장간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전투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달려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차 조심이 아니라 자전거 조심해야겠더군요. ㅋ
어느 길에서던가 눈썹까지 하얀 엘프 가족을 보고
엘프 종족이 실존하는구나 했던 기억도 나네요. ㅋㅎ
어느 도시에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고흐 박물관 한번 방문해보세요.
거기 사는 분이 유효기간 일주일 남았는데 자기는 쓸일 없다고 주셨던
시내 모든 박물관 무료 패스를 들고 방문했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부럽습니다.
bdh360
근처 도시에 있습니다. 저는 이제 9개월 됐네요. 자전거는 kringloop에 가보세요. 저도 거기서 싸게 굴러만 가는거 구했습니다.
ㅡ수ㅡ
반고흐 좋아하시면 크릴러뮐러 미술관 꼭 가보세요~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굉장히 경치 좋습니다. 국립공원 내에 따릉이같은 자전거가 무료인데 그거 타고 한바퀴 도는것도 매우 좋았습니다. 국립공원 입장료값 하더라고요 ㅎㅎ
2FeRed
엔트호번에 the snail이라고 나름 가성비 좋은 레스토랑 있습니다. 음식은 무제한으로 나오는데 아시아식이구 상당히 맛이 좋습니다.
에인트호번 공항에서 저가항공으로 나름 유럽 전역의 중소도시 날라다녀서 시간 되실 때 한번 여행 추천드려요. 그나마 대도시가 로마 ㅡ ㅡ; 나름 노잼도시지만 조용히 살기에는 좋다구 합니다. 저도 프로젝트차 현지 업체와 4번출장가다 친해져서 이런저런 정보 들었네요.
하이네켄을 수출용이지 내수용은 아니다.
제가 하이네켄 시키니까 why? 라고 물으면서 하는 말이네여
1_2_3
24개 항목 중에 맥주 얘기가 7개면 맥주에 넘나 진심이신 것 아닙니까 ㅎㅎ 저는 미국에서 포닥했는데 어딘가 겹쳐 보이는 부분이 많습니다. 비슷한 문화권이라 그런가 봐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타지 생활 응원합니다.
쭈니
좋은 기회 잘 잡으시길 바랍니다.
술에 진심이신듯… ㅎ
18번에… 300병에 2.5유로요..????? 진짜 맞나요? ^^
비글K
@쭈니~님
병당 2.5일겁니다. 병당 2.5면 꽤 괜찮은 맥주죠. 독일에서 제일 싸구려 맥주도 병당 0.3~0.4는 합니다. 필라이트 같은 느낌?
한국에서 괜찮은 맥주를 500캔 3천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