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꿈결같이 다녀왔습니다.
사막의 냄새만 맡고 온 느낌입니다.
아마도 3년간의 사막 생활이 길긴 길었었던 모양입니다.
그 험한 사막에서의 며칠이 그저 잠시 꾼 꿈처럼 아득한 곳으로 멀어져가니 말입니다.
오늘 오전에 현장 자재를 운송할 운송업체들의 경쟁 입찰을 앞두고 업체들의 실적 및 역량을 평가하는 Technical Bid Evaluation (T.B.E.)를 진행했습니다.
TBE를 작성하기 앞서 기술 견적서를 검토한 후 추가로 조사할 것이 있는 회사의 관계자들을 불러 한 회사씩 인터뷰를 하였지요.
몇 개 회사의 인터뷰를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리던 중 팀장님의 호출이 있었지요.
"자네 요즘 업무량이 어때?"
"(몰라서 묻소? ㅡ.ㅡ++) 그럭저럭 정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거 잘 되었구만. 그럼 짧은 것 하나 더 해 보지?"
"(짧은 것? 그럼 맨날 밤 새우라는겨? ㅜ.ㅜ) 무슨 일입니까?"
"응, 입찰 프로젝트인데, 요즘 입찰이 많이 나와서 큰일이야. 오늘만 3 건이 나왔는데, 그 중 그래도 적당한 크기니까 한 번 맡아 보게."
"(안 맡는다고 하면 안줄껴? ㅡ.ㅡ+++++) 예, 그러지요. 어떤 프로젝트입니까?"
"응, 파푸아 뉴기니 프로젝트인데, 화공 플랜트 건이야. 전 회사에서 경험도 있고 하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걸세. 내가 연락해 놓지."
"(아주 단물 쓴물 다 쪽쪽 빨아드슈... ㅜ.ㅜ)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한 프로젝트를 더 맡기로 하고 어떤 일일까 궁금해 하며 나머지 회사들의 인터뷰를 다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메일 함을 열어보니 이미 인사명령이 메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물론 담당 프로젝트 팀에도 연락이 가 있더군요.
점심을 먹는 도중에 핸드폰으로 모르는 전화 두어통이 들어와 있었는데, 진동으로 해 놓고 윗도리를 벗고 먹고 있었던지라 전화가 온 것도 몰랐었지요.
오후 업무를 시작하자 마자 사무실 전화가 울렸습니다.
바로 그 팀의 프로젝트 담당 부장님이더군요.
"아까 전화를 여러번 했었는데 연락이 않 닿더군요. 파푸아 뉴기니 프로젝트의 X부장입니다."
"아, 예. 수고 많으십니다."
"오늘 좀 봅시다. 시간이 어떻지요?"
"오늘 두시부터 세시까지, 그리고 네시부터 다섯시 삼십분까지 회의가 있습니다."
"그럼 나도 6시까지 회의니 6시에 봅시다. 15층으로 오세요."
"예...."
쩝....
그렇게 만나서 들어본 프로젝트... 어흑....
파푸아뉴기니라는, 70년대 말까지 식인 습성이 남아있던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한가운데서 그만 석유가 터져나온 겁니다.
그것도 정글 한가운데 산 꼭대기에서요.
현장에 접근하려면 그나라 수도까지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가서는 다시 몇시간동안 경비행기로 가서, 경비행기에서 내려서는 헬기로 약 한 시간 가량을 정글을 가로질러 가서 강을 하나 건너야만 비로소 도착하는 그런 곳이랍니다.
지도를 보니 아찔하더군요.
제가 해야 할 일은 그곳까지 보낼 각종 자재들의 특수한 사양에 맞춘 가격 산출과 항구에서 현장까지 바다와 강을 거슬러 바지선으로 물량을 운송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그 운송을 담당할 회사들의 여건 및 운송비 산출, 운송 구간의 위험도나 운송 시간, 운송로 여건 등의 사전 조사 등입니다.
이 모든 것을 7월 말까지 끝내야 하는 일정이지요.
짧은 프로젝트 맞습니다.
여름휴가 기간만(?) 홀라당 다 쏟아부으면 끝나는 프로젝트네요.
7월말까지 사전작업 끝내고 8월 중순에 입찰해야 하니까요.
이를 위해 6월 말에는 현지에 사전 조사를 위한 출장도 가야 한답니다.
사막에서 나오니 정글로 보냅니다, 그려.
아... 사막 생활이 그립습니다.
거기는 최소한 모기는 없었는데요...
제가 왜 사막으로 도망가려 했는지 이제는 아시겠지요?
차라리 사막이 낫다구요... 우앙... ㅜ0ㅜ
첫댓글 정글엔 뱀도 많을 텐데요.
헐... 사막에도 뿔 달린 살모사는 있었습니다. ㅜ.ㅜ 살모사가 먹고 사는 쥐도, 도마뱀도 있었고, 귀가 크고 앙증맞은 여우도 있었지요. 저를 따르던 들개 떼도... 한밤중에 공항에서 신입사원들 데리고 들어오는데 이녀석이 반갑다고 제게 덤벼들며 장난을 거는 통에 뒤로 넘어진 적도 있었지요. ㅎㅎㅎ
걍 주어진 팔자려니 생각 하세요....팔자에 없는 아들도 나 달라고 빌면 된다는데... 건강도 조심 하시고...
사막 그리고 정글, 정말 대단 하십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것은 어떨때는 정글보다 더 어렵구나라고 느끼는 1인입니다. 정글로의 귀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