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13일 (금) 15시 52분 스포츠서울 |
씨름이 '국기'이자 '국민 스포츠'로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다. 1983년 프로씨름(민속씨름)이 출범한 뒤 '씨름 황제' 이만기와 '인간 기중기' 이봉걸, '모래판의 신사' 이준희가 팽팽한 삼각 대결구도를 그리며 민속씨름은 전성기를 맞았다. 이들이 무대 뒤로 사라진 뒤에도 김칠규, 황대웅, 강호동 등 대형 스타가 속속 등장하면서 '천하장사 열풍'은 90년대까지 이어졌다. 긴장감 넘치는 모래판의 승부는 때마침 등장한 컬러 텔레비전을 통해 안방으로 파고 들면서 코흘리개 아이들까지도 천하장사의 이름을 떠올리며 운동장 모래밭에서 바지춤을 잡고 일합을 겨뤘다. 최근 씨름이 눈에 띄게 침체되긴 했지만 전·현직 씨름 관계자들은 씨름의 부흥을 위해 안팎으로 힘을 쓰고 있다. 'SS 타임머신'을 통해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씨름 스타들을 찾아 추억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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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 초대 천하장사에 등극한 이만기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고 있다. 이만기는 내로라 하는 선배들을 연달아 눕히며 모래판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천하장사 10회, 백두장사 18회, 한라장사 7회를 포함해 무려 42회의 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이만기는 '씨름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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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의 신사' 이준희가 85년 8대 천하장사에 오른 뒤 우승컵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맞상대였던 이만기가 당시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불복, 경기를 포기하면서 어부지리로 천하장사가 돼서인지 그의 얼굴에선 기쁜 표정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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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전영록(오른쪽)이 85년 12월 NBC TV 스타24시에 출연한 205cm의 거인 이봉걸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의자를 밟고 올라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봉걸은 자신보다 작은 선수들을 번쩍 들어올려 넘기는 들배지기 기술을 구사해 '인간기중기'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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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김천시 감천변 모래판에서 열린 대통령배 씨름대회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든 모습. 당시 씨름의 인기가 어느 정도 였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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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산악 훈련 도중 통나무를 둘러맨 황대웅이 포효하고 있다. 첨단 스포츠센터에서 운동을 하는 요즘과 달리 그 시절만 해도 통나무는 극기훈련의 상징이었다. 황대웅은 21대, 22대 천하장사 타이틀을 차지하며 90년대 최고의 씨름스타로 인기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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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재치 넘치는 입담을 발휘하며 최고의 MC로 활약중인 강호동이 일양약품 씨름단 선수로 뛰던 시절 국내 한 해변에서 산소통을 메고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아직 앳된 모습이 남아있는 그의 얼굴은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천하장사 다섯차례, 백두장사 일곱차례를 차지한 강호동은 92년 은퇴해 이경규의 추천으로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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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장사' 백승일이 95년 17세의 나이에 최연소 천하장사에 오른 뒤 기뻐하고 있다. 세차례나 천하장사에 등극했던 백승일은 LG씨름단이 해체되면서 씨름판을 떠난 뒤 지난해 세미 트로트곡 '나니까'를 발표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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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왼쪽)이 2004년 1월 씨름선수 시절 한국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촬영차 LG씨름단 구리훈련장을 찾은 왕년의 스모 스타 고니시키 야소키치(일본)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04년 격투기 선수로 전향해 일본 K-1에서 뛰는 최홍만은 최근 병역면제를 받고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