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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바이즈만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그 자리를 당시 벤구리온 수상은 워싱턴 현지 이스라엘대사를 통해 미국에 있는 아인슈타인에게 제의했으나 아인슈타인은 정중히 사양했다. 그는 한평생 물리학과 과학탐구에 몰입했기 때문에 정치 세계에 입문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통령을 할 사람은 많지만 물리학을 가르칠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벤구리온 수상도 어느 날 갑자기 수상 직을 사임했다. 그 이유는 키부츠에 일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상 직을 맡을 사람은 많으나 땅콩 농사는 아무나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2012년은 대한민국이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국가 진운의 좌표를 바로 잡아야 하는 중차대한 해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차기 대통령의 덕목이 언론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 중에는 거대한 국가경영철학의 청사진보다는 소통, 청렴정의와 변화·혁신 등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 특이한 현상이다. 지식인들의 현실정치참여도 활발할 것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기성정치에 식상해 이번 총선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발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식인과 정치의 관계와 그 한계는 어떠할까? 이를 위해 지난해 타계한 체코의 하벨 전 대통령의 ‘지식인과 정치’란 논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식인, 예술가, 반체제 시민운동가였으며 현실정치의 정상에 참여한 경험과 혜안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식인의 속성인 사물과 현상에 대한 통찰력과 비판의식,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곧바로 정치에 귀속되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 그렇다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라고 보일지 모르나 이는 넌센스라고 하벨은 주장한다. 정치입문에는 몇 가지 특별한 조건이 있다. 먼저, 국가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사고를 하는 정치가를 비록 선호하지 않는 오늘날의 세태일수록 그러한 정치가가 더욱 요구되어야 하고, 담대하고 폭넓으며 사려 깊고 통찰력 있는 정치가가 환영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이란 인기가 없는 정책의 진실한 전달자가 감히 될 용기가 없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는 지역과 투표자들의 이해관계가 곧 공공의 선이 아님을 인정하는 담대함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단기적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인기적일지라도 자신의 정책을 그들에게서 인정받도록 추구해야 한다. 정치의 진정한 기술은 선한 명분을 위해 국민의 지지를 얻는 기술이다. 비록 그러한 명분의 추구가 일시적으로 어느 부문의 이해에 저촉될 수가 있다. 또한 미래의 국가번영을 위해 인기영합적인 정책추구가 재앙을 가져올 것임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야 한다. 이러한 재앙을 가져오는 정책을 행할 수 있는 소양이 지식인에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지식을 모든 사람보다 높이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면 모두 바보로 취급한다. 결국 20세기를 통해 이러한 지식인 또는 사이비 지식인들의 태도가 위험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선량한 정치인은 혹세무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정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이 세상의 진리를 자신만이 소유한다고 주장하지 말고 겸손히 추구해야 한다. 또한 정치인은 대중이나 매스미디어의 변덕스런 기분의 지시를 받지 않고 자기 성찰을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 영역에서 지식인은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 내어야 한다. 즉, 수치스런 일이나 품위를 실추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지위를 수락하고, 그 지위를 옳은 일에 행사하며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권력자들에게 훌륭한 명분을 위해 봉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하벨은 강조했다.
인류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탄을 만들 수 있는 지혜를 가졌으면서도 이 무기를 쓰지 않고는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가 라는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정치가 물리학보다 더 어렵다고 대답했다.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정치 입문을 거절한 진정한 이유가 아닐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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