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과서 엉터리 한자 투성
연초 어느날 (주)대우인터내셔널의 주가가 요동쳤다. 개장 초 1만1600원으로 전날보다 100원 올랐던 주가가 갑자기 1만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영문을 몰라 동분서주했다. 이날 회사에서 내놓은 보도자료 하나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얀마 A-1 광구 평가정 시추 결과 가스 부존이 확인됐다”는 발표였다. 여기 나오는 ‘부존(賦存)’이란 말을 한 매체가 ‘부존(不存)’으로 잘못 읽어 “가스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는 바람에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최근 외국의 신문기자가 서울 신촌에서 대학생 하나를 붙잡고 나라 이름을 한자로 써 보라고 했다. ‘大(대), 民(민), 國(국)’은 썼으나 ‘韓(한)’자에서 걸렸다. 몇 번을 지우고 다시 쓰다가 결국 쓴 것이 ‘大車民國(대차민국)’이었다. ‘태극기’를 써 보라고 했더니 ‘太(태)’자의 점을 어디 찍을까 고민하다가 ‘犬(견)’이라고 쓰고 말았다. 이 기자는 오랫동안 거리를 오가는 학생을 붙잡고 똑같은 주문을 했으나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이제 한자(漢字)를 모른다는 것은 흉도 아니다. 대학에서 중문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학생들의 리포트를 받아 보면 한자와 관련해 있을 수 있는 오류가 다 나타나 있다”고 말한다. 옮길 사(徙)와 무리 도(徒), 싸움 진(陣)과 늘어설 진(陳)을 착각하는 것은 보통이라고 했다. 일천 천(千)과 방패 간(干), 다스릴 치(治)와 불릴 야(冶)를 잘못 쓰는 학생도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국정 고교 ‘국어’교과서와 검인정 ‘문학’ 교과서 등 19종 38책을 조사해 보니 잘못된 한자가 실리지 않은 책이 한 권도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동강(大同江)이 ‘大洞江’, 탁주(濁酒)가, 독주(獨酒), 의관(衣冠)이 ‘依冠’으로 잘못 실려 있다는 것이다. “남을 원망하고 책망해 무엇하랴”는 뜻을 가진 ''수원수구(誰怨誰咎)''를 “남을 원망하고 책망함“이라고 정반대로 해석한 책도 있다. 교과서부터 이러니 정말 누구를 원망하고 탓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20세기 물리학을 만든 하이젠베르크나 닐스 보아는 그리스 철학을 원전으로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중성자를 발견해 동양인으로서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의 유가와 히데키는 중국 고전인 ‘노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기초와 뿌리를 모르고 듬성듬성 건성으로 하는 풍토로는 문화국가를 향한 길은 멀기만 하다.
출처 : 조선일보 만물상
첫댓글 田, 由, 甲, 申, 石, 右, 古, 占, 吉, 庚, 康, 便.....등 모를만도 합니다. 뭐 이런 저런 경우도 있겠으나 문자가 어려우면 그만금 문학은 물론, 과학조차도 퇴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