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하늘을 가로지르는 철새무리. 사시사철 철새들의 방문으로 순천만은 손님맞이에 분주하다(사진: 순천시청 제공)
‘시화지구간척지 영농조합연대회의’, 제3차 토론회 개최
전문가의 경험을 통해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의 장 마련
시화지구간척지 활용방안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13일 안산시 단원구청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시화지구간척지 영농조합연대회의(공동대표 김종선, 유학순. 이하 영농조합)’는 총 세 번의 토론회를 통해 26년 만에 농어민에게 돌아온 간척지의 활용방안을 모색해 왔다.
시화호 주변은 예로부터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이었으나 시화호가 들어서면서 많은 원주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이주하거나 갯벌에서의 생업을 포기하는 등 개발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의 피해를 누구 보다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으며 개발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속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가는 과장은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고 조합원들은 토로한다. 먼저 안산시를 위시한 시화호 주변 주민들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농어촌공사로부터 심의를 거쳐 매1년 단위로 영농 능력을 인정받아 간척지에 농사를 짓고 있다. 초기 기초 개발 비용 또한 조합원들의 몫이다.
01
|
|
02
|
|
03
|
|
04
|
|
05
|
석석우 대부도주민 |
|
조찬행 대부도주민 |
|
장근배 대부도주민 |
|
박태환 대부도주민 |
|
황문식 위원장 |
토론자
조합원들의 피나는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시화지구간척지는 탄도수로의 담수호에 의지해 농사를 짓는다. 농어촌공사는 가뭄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화성호의 담수화된 물을 도수로 공사를 통해 끌어올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화성호 주변 주민들이 담수화에 따른 피해를 이미 주변 지역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담수호 계획을 원점으로 돌리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개발이 진행되고 화성호 담수 외에는 대안이 없는 시화지구간척지에서는 도수로 공사가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1일 도수로 공사를 무력화하려는 화성호 주민을 영농조합원들이 국회로 찾아가 설득하고 달래며 어렵게 도수로 공사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힘썼다.
또한 단순한 생산에 그치지 않고 가공을 통한 유통 또한 추진하고 있다. 안산시의 시조인 노랑부리백로의 이름을 붙어 ‘노랑부리백로쌀’을 상표 등록하고 출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 27일에는 첫 수확한 ‘노랑부리백로쌀’ 100포(10kg)를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안산시에 기탁했다.
유통 망 또한 구축해 가고 있다. 친환경 먹거리를 유통하는 ‘한살림’의 모태인 ‘(사)무위당사람들’로 부터 정식으로 승락을 받아 (사)무위당사람들 안산모임 사무국(공동대표 장용하, 강현실)을 2014년 12월 23일 개소했다. ‘한살림’은 전국 48만여 회원이 있으며 시화호간척지에서 생산될 친환경 농산물도 유통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간척지에 대한 관계 기관의 입장이다.
시화호 담수호 계획이 28년여가 지난 시점에서도 모호한 태도로 많은 기회를 잃고 있고 공신력 또한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화호 담수호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 정부가 이미 약속을 번복한 것은 까마득한 과거가 되었다. 간척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 또한 아직까지는 모호한 상태다.
이미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개발 일변도에 따른 폐해는 경험해 왔다. 지금은 관 또는 민 주도로만의 개발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관 합동 개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농조합의 바람은 무엇일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땅 투기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정부로부터 농지를 분양 받아 농사를 짓는 방식은 농어촌 발전을 바라는 이들로 부터도 거절당한 지 오래다. 농사를 안정적으로 지을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3년 단위로 되어 있는 임대 조건을 5년 또는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 그래야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3년까지만 임대를 허용하고 그 후는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른 불합리한 점들을 ‘장안대학교 산학협력단 화성시 지역발전역구센터’ 박경정 박사나 영산강3단계지구 간척지 박종기 자문위원장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박경정 박사
‘간척지의 농어업적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분석을 통한 간척지영농 법적근거’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박경정 박사는 “98년 당시 3년 거치 7년 분할 상환으로 땅을 불하했으나 농민들이 적자를 봤다. 그래서 17년 상환으로 변경했으나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그래서 분양에서 임대로 전환을 추진했다. 농업인에게는 도시민의 APT과 같은 것이 농지다”라고 설명하며 국회의원들에게 5년 이상 임대를 주장했으나 담당 공무원들을 설득 못 시키고 임대 3년에 머무른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박종기 위원장
또 다른 발제자인 박종기 위원장은 “임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영산강에서는 2모작이 가능해도 한 번 외에는 시도할 수가 없다.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토지를 기름지게 할 액비를 5개월 전에 확보해 뿌려야 하는데 계약 기간이 끝나 심사를 받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다음에 받을 임대 토지가 어디인지 모르는데 지켜만 봐야 한다. 5년 간 이러한 문제들로 싸워 왔다. 농어촌공사 분들을 이해는 한다. 200쪽이 넘는 자료를 만들어 국회에 가서 설득을 했지만 아직 변한 게 없다”며 현 임대 조건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갑곤 사무처장
‘시화간척지 활용 방안에 대하여, 지역경제 기여, 영농방식, 영농주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연안보전네트워크 김갑곤 사무처장은 “안산에서 농업적 전통이 단절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키고 있다. 우선 자원 보존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 약하다. 장기적인 경작을 통해 생태농업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경제적인 영농을 위해서는 들녘공동체를 구성해서 해결하면 된다”며 수도권 최적지인 시화지구간척지에서의 생태 환경이 살아날 수 있는 경관 농업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농조합의 모범적인 모델은 순천시에 있다. 순천만을 끼고 있는 순천시는 2014년 4월 20일에 개장한 ‘순천만 정원’으로 인해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단체 수학여행이 끊긴 상태에서도 지난해 관람객이 350여만 명이나 몰렸으며 ‘순천만 정원’ 입장료 수입이 1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정원이 유일무이한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다. 바로 순천만을 찾는 철새로 인한 효과가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철새를 보호하고 더 많이 찾아들도록 순천시는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순천만을 끼고 있는 농지의 소유주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철새들이 좋아 하는 생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순천시는 올해 관광객이 작년에 비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순천시는 경제적인 효과와 더불어 ‘대한민국 생태도시’라는 애칭을 당당히 붙일 수 있는 입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