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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재들꽃
 
 
 
카페 게시글
역사와 문화 이야기 스크랩 우리 땅에 어울리는 우리 문화유산
녹두 추천 0 조회 51 10.09.05 11:13 댓글 5
게시글 본문내용

 

 

 

 

질곡 많은 역사 탓에 수많은 문화재가 파괴되고 불타고 강탈당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는 나라. 그나마 남아 있는 문화유적을 보고 싶으면 산 중에 있는 절을 찾아 가야 하는 나라. 그 얼마 안 되는 문화유적을 보존하고 살피고 알리는데 쓰는 돈은 여전히 인색한 나라. 그리고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의 문화유산이 볼품없고 초라하다고 주눅 들어 있는 나라.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최소한 1990년 초반 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새파란 말단 직원’이었을 때 감히 상무이사인 공장장과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논쟁은 공장장이 그리스나 로마 같은 서양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이나 인도 터키 같은 나라에 가보면 그 나라에 비해 우리 문화재가 얼마나 초라하고 볼 품 없는지 알 게 된다는 말을 하면서 시작 됐다. 규모나 화려함에서 턱없이 못 미친다는 거다. 한 권의 책을 들고 떠난 문화유적답사 여행의 경험이 나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뒤였기 때문에 그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 책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적답사기.1>이었고 내가 문화유적답사를 떠난 곳은 전라도 부안과 김제였다.

 

 

 

 

 

 

 

그 책을 통해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어서 오랫동안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일상의 풍경 같은 문화유산을 바라보게 됐다. 장승, 돌장승, 솟대, 당산나무, 서낭당. 시골에 살 땐 그저 아무것도 그냥 있으니까 있으려니 했던 곳. 숨바꼭질이나 전쟁놀이 하면서 놀던 곳이었던 곳. 어른들이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대보름이나 명절 때 잠깐 모여서 풍물을 치고 노는 곳 정도였던 곳. 바로 그곳이 농사짓고, 고기 잡고, 나무하고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숨결과 흔적이 담겨있는 가장 가까이 있는 문화유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을 때의 기쁨과 그 뒤를 바짝 따라 오는 미안함. 부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돌장승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때 “인자사 알았는가? 그래도 인자라도 알고 온 거이 어디여. 허허” 하시는 것 같았다. 그저 뒤통수를 긁으며 씩 웃을 수밖에.

 

 

 

 

 

 


끝이 안 보일 정도의 너른 들도, 사람을 완전히 주눅 들게 하는 웅장한 산도 없는 우리 터전에 중국이나 유럽에 있는 거대한 탑과 성이 있으면 과연 어울릴까? 만리장성 같은 성이, 자금성 같은 궁전이, 피라미드가, 콜로세움이, 타지마할이, 앙코르 와트가 이 땅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주변의 산과 들이 주눅이 들어 숨도 못 쉬는 생뚱맞은 풍경일 것 같다. 풍요로운 소출을 보장할 기름진 평야도, 수많은 짐승을 먹일 기름진 풀밭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보석이 나는 광산도 없는 우리 터전에서 거대하고 웅장하고 화려한 문화유적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만큼 백성들의 피와 눈물을 쥐어짜야 할 것이다. 풍요롭지도 않은 좁은 땅에서 많지 않은 사람들 가진 이 땅에서 그리해야 한다면 백성들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말 그대로 ‘고만고만한’ 우리의 산과 땅에는 고만고만한 낮은 한옥 지붕의 건물과 그다지 높지 않은 탑, 간결하고 소박한 것들이 딱 어울린다. 그 땅과 잘 어울리고 그 땅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빼어난 문화재다. 크기와 화려함으로 우열을 재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의 절은 대웅전 뒤의 산과 하늘을 모두 안고 있다. 알맞게 높은 산과 낮은 지붕의 건물이 이루는 그 아름다운 조화. 나는 절에 가면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그 조화와 자연이 만들어 좋은 조화를 찬찬히 본다. 어울림과 어울림 사이에 서 있으면 나마저 그 조화의 흐림을 탈 수 있는 양.  장성 백양사, 지리산 길을 걷기 위해 갔다가 들른 남원 실상사에서도 그 아름다운 조화를 볼 수 있었다.

 

 백양사로 들어가는 길가의 나무들, 사람을 피하지 않고 너무나 평화롭게 떠다니던 절 앞 물속의 물고기, 낮고 평화로운 담장 밑에 생생하게 피어난 봉숭아꽃. 잘렸는지 부러졌는지 알 수 없지만 토막만 몸으로도 이웃에 있는 탑과 함께 하늘을 이고 있는 배롱나무의 붉은 꽃. 처마 밑에 집은 지은 말벌을 ?아내지 않고 살면서 절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에게 “벌이 집을 지어서 쏘일지 모르니까 조심 허세요” 하던 스님까지.

 

소쇄원.
너무나 유명한 곳이지만 엄청난 규모와 화려한 시설을 갖췄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때문에 실망할 것도 없었고. 권력에서 밀려난 스승의 죽음을 보고 정치에 환멸을 느껴 숨으려 만든 곳이 규모가 클 리도 화려할 리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인공의 느낌을 강하게 풍기게 만들었을 리도 없을 테고. 다친 짐승이 굴로 숨어들어 다친 데를 핥는 것처럼 자연만큼 숨기에 편안하고 좋은 곳도 없으니 당연히 자연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작고 아담한 소쇄원의 곳곳에 이런 저런 사연과 이름이 붙어 있지만 자연의 큰 테두리 안에 다 들어간다. 거기도 자연에 깃들어 사는 사람의 공간이다.

 

 

 

 

 

 

 

담양의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와 얽힌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가사문학관을 추천한다. 담양의 여러 문화유산과 송강 정철 등의 인물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있는 영상물을 볼 수 있는데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담양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담양군청 홈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광객을 위해 버스 투어와 택시 투어도 운영하고 있으니 이용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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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9.05 11:50

    첫댓글 마음 맞는 좋은 사람하고 우리나라 산천을 돌고픈게 제 소원입니다. 역사와 문화와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 너무 많은데...바람재 꽃님들이 소개해 주는 곳만 다녀도 충분히 전국일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경제와 시간의 여유가 절실히 아쉽습니다.

  • 작성자 10.09.07 12:53

    저도 그렇게 다니면서 찬찬히 살피고 글로 쓰고 싶습니다. ^^

  • 10.09.05 13:59

    저 역쉬~, 창하늘님 소원처럼... 좋은 분들과~ 우리나라 산천 좋은 곳을 돌고픈 게 소망입니다~ ^^ 바람재 카페에서... 그 꿈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 빡~ 드는데요.. ^^ 녹두님 올려주시는 텍스트로 사전 준비~ 착실히 해 두겠습니다.. ^^

  • 작성자 10.09.07 12:54

    많은 분들이 그런 소망을 갖고 계시네요. 조금씩 나눠서 다녀보고, 사진과 글을 올려 나누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

  • 10.09.07 19:51

    다녀 본 곳들은... 녹두님멘키로 사진과 글~ 올려 놓는.. 센쓰~ 발휘하겠습니다~ ^^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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