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청소년 관람불가)
홍콩의 프루트 챈,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인간은 어떻게 괴물이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만든 옴니버스 호러영화.
박찬욱 감독의 <컷>은 중첩되는 화면이나 대사 등이 많다.
영화 속에서 이병헌은 영화 감독인데, 찍고 있는 영화의 대사, 예를 들면 "찬밥도 괜찮다면." 따위를 현실에서도 사용한다.
이병헌이 찍고 있는 영화는 뱀파이어 영화이므로 찬밥이란 식은 피를 의미한다. <컷>은 염정화가 중년남자의 목을 물어
피를 빨아먹는 것으로 시작한다. 염정화는 속이 미식거린다는 표현을 하는데 결국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은 피를 토해낸
다. <컷>의 후반부에 강혜정이 테러리스트 임원희의 목을 물어뜯어 죽이는데, 강혜정 또한 속이 미식거리므로 살점을,
그 다음에는 피를 토해낸다. 이병헌은 강혜정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침밥을 차려주겠노라고 하며 말하는 것이다.
"찬밥도 괜찮다면."
그녀는 결국 '찬밥'을 먹었다.
아내를 죽이고 나왔는데 혓바닥이 축 늘어지더라는 테러리스트의 대사나 이후 이병헌의 손에 의해 살해되는 아내 강혜정
의 축 늘어지는 기다란 혓바닥 클로우즈업도 마찬가지.
이러한 장면의 중첩, 대사의 중첩들은 장면과 장면이 서로 부딪치는 지점의 모서리를 깍아 부드럽게 만든다. 이제 장면과
장면은 맞물리거나 섞여들어간다. 그러한 장면들은 또 하나의 심리적 장면을 연출 하므로 영화는 훨씬 더 많은 아우라를
갖게되는 것 같다.
테러리스트는 이병헌의 악마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여, 그는 아내 강혜정을 목졸라 죽인다. 이때 이병헌은 자아가 분리되는
데 자꾸 뒤를 돌아보며 "사랑해, 여보."를 외치고 아내를 향해서는 "아저씨, 미워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이병헌이 진짜
죽이고 싶었던 사람은 아내였던 것이다. 증오의 감정이다. 문득 자신의 아내를 갈아마시고 싶다는 말을 했던 친구가
생각난다. 증오의 감정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영화속에서 테러리스트는 피아니스트 강혜정의 손가락 세개를 믹서기
에 갈기도 한다. 이병헌의 자아 분리. 하지만 그동안 억눌려 있다가 비로소 표층으로 올라온 '악'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지킬이 하이드를 막기 위해 본인이 죽었던 것처럼 자신이 죽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괴물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테러리스트가 바라던 대로 이제 모든 것을 다 가진 영화감독은 죽어서는 지옥에 가게 됐다.
미이케 다카시의 <박스>는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것 중 하나로 '질투'를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근친상간 느낌을 주는 영화는 진짜 좀 속이 미식거린다.
프푸트 챈 <만두>는 정말 속이 미식거리는 영화인데 '탐욕'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과거 배우였던 여자가 아름다움을
위해 낙태한 태아로 만든 만두를 먹는다. 그녀는 5개월된 사생아로 만든 만두를 오도독오도독 씹어서 먹고 진짜 괴물이
된다.
영화는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본성으로 <질투> <탐욕> <증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디 이뿐이랴..
첫댓글 보고싶네요. 요즘 해리장애, 조현병 등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쓰이던데 ...그만큼 마음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증거일듯 해요.김기덕의 뫼비우스...근친상간...은 저도 힙겹게 봤답니다.
마음에 관심이 많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마음까지 상품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저는 좀 어리둥절하더라고요. 누구를 사랑하기 힘든 세상이기도 하고, 동시에 진실한 사랑을 받기도 어려운 세상이기도 해서 셀프사랑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밀가의 가르침에 정신 반짝 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언제 또 가르침을 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