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연 시인의 『꽃이 보이는 날』을 읽고
공주 출신인 이병연 시인은 당진 면천중학교 교장선생님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인터넷 상이었다. 직접 대면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일상과 시를 읽어가면서 시인의 시와 삶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병연 시인의 『꽃이 보이는 날』은 페이스북에서 그녀의 시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교보문고에서 권의 시집을 포함되었다. 정말 시집을 읽는 다는 것은 시인의 마음을 읽는 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지는 시어와 구성을 생각하면서 시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본다.
현직 교사인 시인은 학교와 관련된 시와 자연 속에서 만나는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시집을 장식하고 있다. 시인의 시심은 세밀하면서도 울림을 주는데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다.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는 어쩌면 시인의 시적인 감성을 붙잡아 버렸다. 일상이 시가 되고 시인의 삶속에 파고들고 있다.
꽃이 보이는 날
길가에 꽃이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가 가까이 있어도
먼 산 같은 날
길가에 꽃이 보이는 날은
그대가 멀리 있어도
내 곁에 있는 날
참 짧은 시이면서 자신의 마음을 꽃으로 이끌고 가서 내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꽃은 그리움이고 잡아두고 싶은 형상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시를 쓸 때 시인의 마음속에 일렁이는 떨림은 자연 그 자체를 넘어서 가슴속 이어지는 물결과 같았을 것이라 생각해 보았다.
자목련
부리를 살짝 쳐든
자줏빛 새떼
봄 햇살 등에 올라
마음 닦는다.
찰나에 그러져도
눈부시게 시린 순수
전설로 남아
빛바랜 삶의 정거장에서
홀로 서성일 때 마중 나온다.
요즘 자목련이 지고 있는데 피어날 때 자목련의 꽃은 마치 새의 부리와 같다. 두어 송이 함께 있을 때는 새 몇 마리가 부리를 맞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백목련은 피어날 때가 예쁘고 질 때는 처절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꽃잎이 검게 변하기 때문이다. 자목련은 사실 피어날 때 백목련만큼 예쁘지 않다. 하지만 꽃잎이 땅에 떨어질 때 백목련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순수 전설로 남아 서성일 때 마중 나온다고 말한 자목련은 이제 한 해를 기다리면서 나이테 하나를 더 그릴 것이다.
봉황동 골목길
좁고 기다란 골목길
불그죽죽한 대문 틈으로 보이는
늙어버린 나무와 기와집
오년 전 세월 삼켜버렸다
연중 물이 샘솟는 큰 샘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찰랑찰랑 오가간 골목
담장에 기어오르는 인형놀이 하는데
해도 잠자러 가고
엄마가 부르는 소리
불편함이 되어버린 변하지 않은 것들이
아름다운 *꽃숭어리 되어 몽글몽글 피어나는
*꽃숭어리 : 많은 꽃송이가 달려 있는 덩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