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눈에도 꽤 잘 생겨 보이는 남자가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고모를 찾아왔다.
고모가 마침 집에 없어 대문 앞에서 그를 돌려보내야하는데 이 남자는 이것저것 고모에
대해 묻더니 아주 매혹적인 제안을 했다. 자기가 기르던 강아지를 나에게 주겠다는 것이
다. 나는 엄마의 허락도 안 받고 그 남자를 따라 나섰다. 가는 동안 여기저기 거리 구경을
하다가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났다. 나는 그만 지쳐버렸다. 그제야 그 남자는 거리에서 보리
냉차를 한 잔 사주더니 서대문 네거리에 있는 화양백화점을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금은방을 찾은 그 남자는 강아지 대신 엉뚱하게 금반지를 고르더니 주인과 흥정을 하다가
잠시 나를 맡겨놓고 금반지를 들고 사라졌다. 시간이 또 많이 지나고 무료하게 금은방 가
게에서 그를 기다리다가 결국 주인도 당황했는지 나에게 그가 누구인가 자초지종을 확인
하고 집에 연락하여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까지 오셔서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가족들에게 좀 모자란 아이로 오랫동안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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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였다. 퇴교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어떤 소년이 미제 밀크로션을
싸게 팔겠다고 보여주었다. 뚜껑을 열어 직접 보여주는데 향기가 매우 좋았다. 마침
주머니에 있는 돈으로 충분히 살 수 있어 나는 오랜만에 어머니에게 효도를 할 요량으로
소년의 밀크로션을 구입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호랑이 잡은 포수처럼 의기양양해서
자랑스럽게 어머니에게 선물을 보여드렸다. 그러나 어머니는 수상쩍어하며 병을 거꾸로
들고 듬뿍 따라 살펴보더니 그러면 그렇지 실망이 가득해 계속 내용물을 쏟아버렸다.
뚜껑 가까이 아주 조금만 진짜 밀크로션이었고 나머지는 물에다 밀가루를 푼 완벽한
가짜였다. 나는 또 한번 가족들에게 어리석은 놈으로 신뢰를 잃고 말았다.
첫댓글 차장님, 자주 들러지 못해 못 뵈었네요. 가끔 이렇게 황당한 일을 겪을 때가 있지요. 아주 바보같이.... ㅎㅎㅎ
박용진 사무차장님, 혹시 돌아올 날이 결정되어 있나요? 언제쯤??
회장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가끔 사이버상으로나마 뵐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저는 타국에서 나름대로 잘 생활하고 있으며 아직 귀국 일자가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