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송년 항해(어청도)(1)

[천대진]

2011 동계 마무리 항해

어청도 장거리 항해가 12월 둘째 주 주말(12월10일~11일) 예정되었지만 파도도 높고 기상이 안 좋아 연기되어 셋째 주 주말(12월17일~18일)에 하기로 하였다.

겨울철 항해는 여름철 항해에 비해 상당한 위험요소가 있지만 카페지기인 티아레님과 하늘과 바다님 무진장호 선장님 그리고 선마린호 박선장님 등이 조율을 맞혀 감행한 겨울 장거리 항해였다. 사실 둘째 주 토요일은 근무하는 날이여서 동참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겨울철 어청도 항해는 해 본 적이 없어 결국 하루 휴업하고 참가하기로 했는데 연기되어 휴업하기로 한 둘째주 토요일 근무하고 쉬는 셋째 주 토요일에 항해를 하게 되었다.

직원들(3명)은 하루 더 쉴 수 있었는데 연기되어 기분은 좋지 않았겠지만 조그만 사업장이지만 월급을 줘야하는 나로써는 쉬는 날이 많은 달이나 짧은 2월달은 반갑지 않는 달이다.

2년 전 구정 때 어청도 야간항해를 하다가 그물에 걸려 해경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파도가 높아 접근 못하고 해경이 서치라이트를 켤테니 고무보트타고 어장밧줄 끊다가 높은 파도 때문에 절단하지 못하고 차거운 파도물을 뒤집어 쓰다 포기하고 밤새도록 출렁거리는 선실에서 오돌오돌 떨며 아침까지 기다렸던 악몽 때문에 겨울항해는 겁이 많이 난다.

그래서인지 토요일 아침 6시 30분에 바다님과 만나기로 해서 전날 밤 좀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2시 30분에 깨어서 다시 잠들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약 20분 이상 잠들려고 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나 책이나 읽기로 했다.

긴장이 되고 도전적이고 힘든일을 해야 할 경우에는 전날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 마라톤 풀코스를 뛸 때 도 2~3시간정도 밖에 자지 못하고 좋은 기록(sub 3; 풀코스 42.195Km를 3시간이내 완주)을 내는 적도 있었다.

이번 항해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항해 중 어망에 걸린다든가 떠다니는 밧줄에 프로펠러가 걸려 엔진이 꺼져 버리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영하의 날씨에 바닷물에 들어가 그물이나 로프를 끊어야 하는데 기온이 따뜻하면 문제가 없으나 영하의 겨울이라 심각한 일이다.

세상살이가 내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것도 다반사인 것 같다.

항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물을 피해 항해 하더라도 재수 없으면 떠다니는 로프에 프로펠러가 감겨 엔진이 멈출 수 있다.

실제 나의 경우 보령 발전소 앞에서 한번 경험한 바 있고 작년 바다님과 어청도 갈 때 떠다니는 로프종류에 프로펠라가 감긴 적이 있다

. 또한 떠다니는 통나무나 컨테이너 혹은 고래 등에 부딪쳐 침몰할 수 있다.

또한 예상치 않았던 기상 악화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렇게 추운 날 그물이나 밧줄에 걸리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잠수부를 부르든가 혹은 직접 잠수하여 해결하는가 아니면 가까운 항구로 접근하여 무전으로 견인선을 부르든가 해야 할 것이다.

이중 가장 현명하고 신속한 방법은 본인이 직접 잠수하여 그물이나 로프를 끊는 일이다.

그래서 혹시 운이 나빠 어떤 것(그물, 밧줄, 그늘막, 온갖 섬유류 쓰레기 등)이 프로펠러에 걸리면 직접 해결하기 위해 한 짐이나 되는 드라이슈트, 드라이모자, 드라이신발, 물안경, 납덩이 등을 챙겨야 했다.

어둑어둑한 겨울 아침 6시 30분이 좀 지나 바다님 아파트에서 둘이 만나 항해하기로 했는데 한명이 추가되어 3명이서 항해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구면인 오르겐 선생님도 동참한 것이다.

셋이서 요트가 계류중인 오천 방조제에 가니 7시가 지나고 날이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한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거룻배에 여러개의 가방을 싣고 셋이서 작은 밧줄을 잡고 건너가서 요트에 승선하고 출발 전 준비를 마무리하고 선수를 풍상으로 돌려 메인세일을 편 다음 마지막 선수 쪽 닻줄을 풀고 오천항을 서서히 빠져 나갔다.

지나가다 무진장호를 찾아보니 크루들은 보이지 않고 홀로 정박되어 있다.

천수만으로 접어들자 파도가 높아지고 콧핏에 앉아있던 오르겐 노총각 선생은 원산도 동쪽을 지나자 날씨도 춥고 울렁거려 선실로 들어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누워 버린다.

기주와 범주로 가는데 엔진오일 경고등이 들어오고 “ 삐삐 ” 소리가 나서 엔진을 끄고 범주로만 가기로 했다. 바람의 방향도 좋아 범주로 가는데 5노트 정도는 나는 것 같다.

영하의 추운 날씨인지라 미리 집에서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가져와 조금씩 마시며 항해하는데 눈발이 날린다. 눈발이 날리면 시야가 안 좋아 프로터를 참고하여 계속 항해하니 점심때가 된다,

비상용 비빔밥을 꺼내 뜨거운 물을 붓고 약 10분 정도 지나서 먹으니 많이 식어버려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다.

바다님은 속이 메스겁고 그런지 먹다 많이 남겼지만 나는 체력이라도 보강하기 위해 꾸역꾸역 다 먹어치웠다. 눈발까지 날려 먹는 도중 다 식어버려 먹고 나니 오한이 오는 것처럼 더욱 추위가 느껴져 재빨리 뜨거운 물을 끓여 커피를 마시니 좀 나은 것 같다.

주로 낚시하는 사람들이 비상식량으로 먹는 비빔밥인데 나의 입맛에는 맞지 않은 것 같으나 정성껏 준비한 바다님을 위해서 가져온 김치에 장갑 낀 손으로 어설프게 젓가락질 하면서 먹었다. 설익은 밥처럼 푸석푸석하고 입으로 불면 날아갈 것 같고 다 식어버려 따뜻한 라면이나 햇반이 생각나지만 포만감 때문에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노릇이다.

범주로만 항해하니 오직 바람소리와 파도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소리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견시도 하면서 가니 어청도가 보인다. 잠깐 30분정도 자고 일어나니 가까이 어청도에 접근하고 있다.

다시 시동을 켜고 앞의 제노아 세일을 감고 입항하니 선마린호가 정박되어 그 옆에 계류하니 오후 3시 반 정도 된 것 같다.

                                 불을 밝힌 어청도 등대

                                      하늘과   바다님 (발전소를 뒤로 하고)

                                                  오르간 노촌각 선생

                                         눈발을 맞으며

                                   잠간 도져뒤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는 바다님

                                           눈덮인 무인도(녹도 옆에 위치)

                                    잠간 햇빛이 비친 바다색

                         소위 나비모양의 세일 세팅(완전무장한 하늘과 바다님)

[하늘과바다]

역시나 작가님 글 솜씨가 다름니다.
기억이 새롭습니다.
화이팅!!

[썬마린]

우리는 바다를 너무 좋아 하는 것 같군요.

[무진장]

원장님 글은 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티아레]

사진찍는 솜씨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