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선 추억의 가마솥으로
아파트에서 할 수 없는 일.
저는 요즘 대부분 텃밭에서 이루어집니다.
메주 쓰고, 소머리 곰탕 고아먹고, 토종닭 백숙이라도 해 먹으려면 가마솥이 필요합니다.
얼마 전 어렵사리 고물상에서 가마솥 하나를 사왔는데, 이건 통돼지 한마리나 들어갈 만한 아주 큰 솥이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겨우 구입한 가격으로 처분하고 그보다 약간 작은 것을 시골 처갓집 동네에서 구할 수
있었습니다.
가마솥이라면 다 같은 가마솥인 줄 알았는데, 참솥과 왜솥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친척 빈 집에 두 개가 놓여 있는데 하나는 참솥, 다른 하나는 왜솥.
조선 시대 쯤 만들었을 것 같은 참솥을 먼저 가져와 손질했는데 그만 바닥에 구멍이 나버렸네요.
다시 가 비교적 깨끗한 왜솥으로 바꿔 아래 사진처럼 우선 블록에 앉혔답니다.
자 ~ 이 가마솥을 길내보자!
수세미로 대충 씼었습니다.
십 수년 전에 구입한 거라는데 국산이지 중국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비교적 상태가 깨끗하네요.
이제 일 시작해 봅시다. 완전무장하고.
샌드페이프 휠 물린 앵글 그란인다 준비하고.
그라인다로 솥 바닥을 갈아낸다.
남들은 알미늄 쇠 수세미도 사용하지 마라는데 나는 아예 샌드로 갈아 내버립니다.
무쇠솥 바닥은 모래 같이 울퉁불퉁하니깐요.
이걸 그라인딩해 매끈하게 만들어야 누룽지도 잘 일어나겠지요.
그렇다고 연삭 휠은 너무 깍이니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샌드 휠로 살짝만.
깨끗하지요?
오른 쪽에 앵글 그라인다에 물린 샌드 휠
바닥에 울퉁불퉁 하던 것도 매근해 졌습니다.
자 이젠 기름으로 가마솥 길들이기.
기름은 들깨기름, 참기름, 식용유, 돼지비계
뭐 먹어도 좋은 이런 거면 됩니다.
저는 특별하게 식물성 텅오일을 사용해 봤습니다.
텅오일을 사용한 사람은 아마 저 뿐일 겁니다. ㅎㅎ
식용은 아니지만 식물성 기름입니다.
텅오릴과 면포 그리고 집게
집게는 뜨거우니 손으로 바르기 어렵기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아랫쪽엔 적당한 중불을 지피고 기름을 바릅니다.
기름이 타 흰연기가 날 정도의 화력
기름이 마르면 또 바르고 반복하기 여러 번.
두껑도 같은 방법으로 길들입니다.
저는 집게 대신 부지깽이 집게를 사용했습니다.
솥 밑바닥에 붙어 있는 까만 그을음을 면포에 묻혀 바르면 더 짙은 색이 난답니다..
이 솥은 사용하던 거라 바닥에 그을음이 좀 남아 있더군요.
다 된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이라 고생이 많습니다.
손에 가벼운 화상도 입어가면서 말입니다.
솥엔 쫄린 기름이 잔뜩 묻어 있으니 이걸 그대로 음식해 먹으면 뭐 쫌 찝찝합니다.
그래서 물을 끓여 울켜냅니다.
왕겨나 소나무를 넣어 끓이던데 저는 낫 하나 들고가 소나무 가지를 베 왔습니다.
소나무 잎과 가지를 솥에 잔뜩 넣고
팔팔 끓여 푹 삶습니다.
이렇게 오래 끓이면 행여 모를 탄화된 오일 성분도 말끔히 없어지겠지요.
무더운 여름에 땡빛 아래 장장 다섯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늘 오후는 이것으로 일과가 끝났군요.
이제 남은 것은 이 솥으로 만든 음식을 시식해 보는 일입니다.
남들은 보신탕이 좋다하는데 저는 애견을 키우고 있는 터라,
토종닭 두어 마리 백숙으로 대체해볼까 합니다.
난생 처음 가마솥 길들이기를 해 보았습니다.
나름대로 해봤는데 잘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용해 보면 알겠지요.
가마솥은 밥을 해먹던, 사용하고 나서는 반드시 기름칠을 해둬야 된답니다.
이때는 텅 오일을 바르지 마시고 식용 들깨기름이나 참기름, 식용유, 돼지기름 등을 발라두면
좋겠습니다.
사용하기 이렇게 귀찮으니 요즘은 시골이라 할지라도 가마솥을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랍니다.
그래도 가마솥엔 추억과 애정 그리고 장점, 인내를 품은 은근함이 베여있지 않겠습니까.
남은 일은 황토로 솥을 걸 화덕을 멋지게 만들고 굴뚝을 다는 일이겠군요.
이건 다음으로...
포박/박희용
첫댓글 회장님!
뭔든 완벽하게 확실하게 하십니다~요
회장님 죄솜한 말씀인~데
텅오일을 제가 먼저 사용 해 보았네~요
들기름 식용유 돼지기름 안해본게 업슴~다
할 때 뿐이고~
겨울 군불 넣어 놓고 들어가면 끝
다음날 아침이라도 생각나면 다행인데. 생각 몬하면 며칠식. 솥안에는 녹이~~
가마솥은 남편 담당이라~~ㅎ
언제 그라인더로.. .?
그때 그때 기름칠 잘해두면 몰아 고생 적게해요.
회장님 작업복에 마스크 모자 솥뚜껑 들고. 있는 사진 넘 재미나~요
이 사진 작품전에 올려보시지~요?
가마솥 네 이~놈
꼼짝마라 나 박희용이. 널 책임지~마 ㅎㅎ
사진 찍어 줄 사람 없어 제가 삼각대 세워 제가 제 꼴 찍었어요. 소두방 두껑 들고 연출 좀 했지요.
이왕이면 다홍치마. 사진 찍는 김에 간단한 연출, 센서~
안녕하세요?가마솥보니 어릴적 고향이 생각납니다
솥질내기 제대로하셨네요 저두가마솥 하나갖다놓고 아직손질을못해 쳐다보기만하고있습니다
구라인더만해주면 질내는건알아서 할긴데 바깥양반이바빠서대답만하고 안해주니원 ㅎ
형님 닭백숙은 언제 맹그나용,.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