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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기독교 자료방 스크랩 손가락 끝이 아파요.
좋은날 추천 0 조회 55 09.04.23 16:47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찌리찌리 지저귀는 새소리에 아침에 눈을 뜨니 7시 50분이었어요.

일어나 우유를 한 잔 마시고 커피를 진하게 한 잔 타 들고 밖으로 나가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오늘 할 일을 생각했지요.

 

우선 아직 손질이 덜 끝난 정원의 이곳저곳에 어수선한 부분을 정리하고

아직 마당 한 복판에 널려있는 강자갈을 골라 연산홍이 피어있는 돌틈 사이에 비집어 넣기로 했어요.

그렇게 해 놓으니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아 좋고 눈에 보기도 좋고 동글한 자갈의 유연함이 마음을 유연하게 해 일석 삼조라 좋았어요.

 

그 일을 다 마치자,

배가 좀 고프길레 들어가 맛나게 익은 파김치에 밥을 먹다,  진득하니 제 맛을 간직하고 내 입을 기다리는

간장게장이 생각나  한마리 꺼내 껍질에 밥을 비벼 우적우적 아귀같이 먹었지요.

 

포만감에 빙글거리다, 좀 누워 허리를 지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한 30여분 지났을까. 옆 집 할머니가 뒷짐을 지고 소리도 없이 들어오시네요.

발닥 일어나니 손사래를 치시며 그냥 누우라시며 엉덩이를 붙이시네요 

 

할머니와 함께 차를 마시며 외국에서 공부하는 우리 아들이야기, 서울에 나가 산다는 할머니의 딸 자랑, 그리고 심어놓은 감자걱정, 가물어 마을에 물이 달린다는 등등의 수다를 떨었어요.

 

창밖으로  저 멀리 할머니들이 뒷짐지며 나오는 모습을 보더니 일어서시네요.

 마을 회관으로 가 놀다 그곳에서 함께 점심 해 잡숫구, 저녁이 다 되어서야 슬그머니들 일어나 꾸물거리며 제집으로들 들어가시는 할머니들이지요.

 

참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할머니들은 마을의 모든 젊은이들이 잘 모시지요.

이집의 저 아들, 저 집의 그 딸들이 들며 나며 마을회관의 냉장고에 그득그득 음식을 쟁여놓으니까요.

    

할머니가 느리게 느리게  나가시자, 저도 느리게 꾸물거리며 일어나 다시 마당으로  나갔어요.

모자를 쓰고, 일회용 장갑을 끼었구요, 그리고 목장갑을 끼고

비어있는 마대자루에 쓰레기를 담기로 했어요.

 

바로 문 앞에 지난 가을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던져졌던 건축폐기물들, 그 위로 무심코 버린 음식물 찌꺼기, 또 그 위에 태운 종이쓰레기들,

에이고,. 지저분하기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지요.

예닐곱발자국만 떼면 바로 우리 대문인데,  그렇게 코 앞에 쓰레기를 방치해 놓고 내 집 앞 마당에만 이꽃 저꽃 심어놓고 헤헤거린거지요.

 

이제 날이풀리면 냄새도 날테구 그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루에 담기 시작했어요. 호미로 긁어 바가지에 담아 자루에 넣고, 넣고  하다보니  열개가 넘게 쌓이드라구요 글쎄.

 

일을 다 마치고 허리를 쭈욱 펴니 하늘이 맑았어요.

기분이 좋았어요. 윗집 그릉에 피어있는 복숭아꽃이며 하얀 배꽃이 나를 보며 미소짓는 거 같아요.

 

구름을 넘는 듯 무지개를 타는 듯 바로 그런 기분이었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이제 일을 하러 사무실에 나와 앉았어요.

손가락의 끝이 짓무를만큼 아파요.

열심히 일을 한 증거이지요.

그래도 마음은 꽈악 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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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4.27 20:01

    첫댓글 평화로운 마을과 풍경이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언제 초대하실건지 목빼고 기다리고 있어요...ㅎㅎㅎ

  • 09.05.03 21:04

    평화로운 마을에 부지런한 아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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