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명의 붕괴와 존속
이스터 섬의 거대한 석상들, 정글에 감춰진 마야의 도시들,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등 문명사회는 붕괴했으며 지금은 그 흔적만이 화석처럼 남아있다. 그들 문명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런 붕괴는 그들에게만 한정되는 일일까?
그들 문명이 붕괴되어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그와 조건이 별반 다르지 않은 다른 사회는 꿋꿋하게 살아남기도 했다. 두 사회가 선택한 생존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구체적으로 그것은 무엇일까?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런 의문에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사회가 가장 위험하고, 소말리아와 같은 붕괴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2. 연구의 도구들
‘문명의 붕괴’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역사와 인류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명의 붕괴 원인을 방대한 자료와 현지 조사 등을 통해 원인을 분석해 보고, 이를 토대로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유사한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 모색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고자 했다.
재레드는 다이아몬드는 분석 도구로 ‘사회 변화를 초래하는 다섯 가지 요인’, 즉 환경적 취약성, 이웃과의 관계, 정치 제도, 그리고 한 사회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압력’ 변수들을 활용하고 있으며, 비교 분석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변수들을 확인하고 있다.
재레드는 이 책을 쓴 동기에 대해 과거 사회들이 겪은 성공과 실패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는데 바로 그런 이유에서 과거에서 배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온고지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도 하겠다.
3. 문명 붕괴의 원인
저자는 먼저 미국 서부의 몬태나 주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이스터 섬의 폴리네시아, 아나사지와 마야에서 꽃피웠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 노르웨이령 그린란드에 식민지를 개척한 바이킹의 불행 등에 대해 앞서 제시한 요인들을 중심으로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스터 섬은 인구가 최고 6000명에서 3만 명에 이르렀으나 자원의 지나친 개발로 붕괴되고 말았다. 특히 환경으로 인한 붕괴는 인간으로 인한 환경 훼손, 특히 삼림 파괴와 조류의 멸종을 불러왔고, 거기에 정치·사회·종교적 요인이 가세함으로써 순식간에 붕괴하고 말았다.
이스터 섬이 인간에 따른 환경 훼손을 비롯한 다른 요인들로 인한 붕괴의 전형적인 예라면, 핏케언 섬과 헨더슨 섬은 환경적으로 타격을 입은 교역 상대국(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망가레바 섬)의 몰락에 따른 붕괴의 전형적인 예가 된다.
두 섬은 그 옆의 보다 큰 섬인 망가레바 섬에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망가레바 섬이 쇠락하자 수출에 의존하던 두 섬이 붕괴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두 섬은 세계화로 인해 오늘날 점점 확대되는 위험의 예고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나사지(옛사람들)라고 불리우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환경 훼손과 가뭄으로 인해 붕괴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의 인구가 증가는 환경 자원의 고갈을 가속화했고, 그 결과는 문명의 붕괴였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와 중앙아메리카의 인근 지역의 고대 마야 문명은 1000년 이상 전에 붕괴되었다. 마야는 붕괴는 문화적으로 가장 발달한 창의적 사회도 붕괴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준다.
이스터 섬, 망가레바, 아나사지 사회가 그랬듯이 마야에서도 환경 문제와 인구 문제가 전쟁과 내분으로 발전했다. 또한 이스터 섬과 차코 캐니언에서 그랬듯이 마야에서도 인구가 정점에 이른 직후부터 정치, 사회적 붕괴가 시작되었다.
바이킹은 다양한 요인이 중첩되어 붕괴한 사례다. 환경 훼손과 기후 변화로 곤욕을 치렀으며, 그들의 대응법과 문화적 가치관이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즉, 그들은 유럽인이라는 자부심에 갇혀, 이누이트 족과 접촉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이누이트 족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려 하지 않았으며 목축업을 고집했다. 그린란드라는 지리적 여건을 무시하고, 이누이트 족에게 배우기를 거부함으로써 그 땅에서 사라진 쪽은 이누이트 족이 아니라 노르웨이인이었다.
한편, 그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가 문명의 붕괴와 생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어떤 사회는 생존에 성공해서 오늘에 이르고 어떤 사회는 붕괴되었다. 성공한 사회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면에서 대조적인 두 가지 접근법, 즉 하의상달과 상의하달이 있었다.
뉴기니 고원지대와 티코피아 섬의 경우 하의상달 방식의 접근법이 효과를 거두었다. 상의하달 방식의 접근법이 유효했던 하나의 대규모 사회로 도쿠가와 시대의 일본을 예로 들고 있다. 뉴기니인들은 삼림을 파괴했지만 그 대신 대체 수종을 조림하여 성공했다.
이런 조림 사업은 주민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협업으로 이루어낸 성과다. 그곳에는 명령을 내릴 권위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티코피아는 남서태평양의 고립된 작은 열대 섬으로, 하의상달식 접근 방법의 또 다른 성공 예이다.
1.8평방미터에 1200명이 살지만 거의 3000년 동안 큰 문제없이 삶을 지속하고 있다. 그들의 삶의 문제는 충분한 식량의 자급자족과 인구 문제였다. 그들은 식량 공급을 다양화했고 억지스럽기는하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인구를 억제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일본의 도쿠가와는 상의하달식 접근을 사용하여 성공하였다. 쇼군과 다이묘들의 강력한 정책으로 삼림 파괴를 막고, 해산물 소비를 늘임으로써 농경지 확장을 억제했다. 인구증가율을 억제하고 땔감으로 석탄을 사용함으로써 목재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펼쳤다.
4. 실패와 성공의 차이
그렇다면 왜 어떤 사회는 성공하고 어떤 사회는 실패하는 것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사회의 차이보다 그 사회가 처했던 환경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어떤 환경은 다른 환경에 비해 문제 해결을 훨씬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춥고 고립된 그린란드는 많은 그린란드 식민지 이주자들의 고향이었던 남부 노르웨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스터 섬은 그들 조상이 살았던 것으로 여겨지는 타히티보다 더 열악했다.
한편, 한 사회가 문제를 예견하고,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하더라도 다른 이유로 여전히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해충을 줄이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에 데려왔던 수수두꺼비의 경우처럼 해결책을 시도했지만 역풍을 맞아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잉카 제국은 이스터 섬 사람들과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사람들과는 달리 마르고 추운 땅에서 재조림에 성공했다. 초기 도쿠가와의 쇼군들은 벌채를 금지했다. 중국 지도자들의 인구폭발을 막기 위한 가족계획 등 지도자의 용기 있는 행동들은 성공을 거두었다.
즉 문명이 붕괴한 사회의 공통점은 환경 훼손, 기후 변화, 급속한 인구증가, 불안정한 교역 상대, 외적의 압력 등이 있었다. 반면 생존에 성공한 문명은 그러한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곳이었다.
5. 과거 문명의 붕괴로부터 얻는 교훈
오늘날은 환경 훼손과 인구 과밀로 허덕이는 나라들의 문제가 세계화로 인해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되었다. 세계화는 모든 나라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고 있다. 제1세계와 제3세계가 서로 영향을 자원을 주고 받으며 영향을 공유한다.
환경문제의 원인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그 해결의 주체도 우리일 수밖에 없다. 당장에 환경 훼손을 중단하고 해결에 나설 것이냐, 아니면 그대로 방치할 것이냐, 그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즉 미래의 운명이 우리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필요가 아니라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다행히 일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곳곳에서 눈에 띄고, 일부 문제는 부분적으로라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일반인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