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빌스 펀치볼 ( Devil’s punch bowl)
Jul. 27. 2013
정 창균
배틀필드 (Battle Field) 공원을 다시
왔다.
오늘은
철길 건너 숲속에서 갈라지는 왼쪽 길,
데빌스 펀치 볼로 가는 코스이다.
숲은
바람 한점 없이 잔잔한데,
며칠 전에 불어닥친 강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는다.
길을
가는 사람들이야 조금 돌아가거나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잘 자라다가 밑둥이 부러져
죽어가는 나무들의 아픔이 느껴져 가여운 생각에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생명을 갖고 태어난 모든 존재들의 숙명이 이러한
것을.
숲길은
계곡을 넘어가고,
그 계곡 끝자락에 데빌스 펀치 볼 폭포가 있으나 깊숙한 곳에
숨어
있어 지나가는 길에는 보이지 않는다.
데빌스 펀치 볼 이라는 이름은 그 생김새가
마치
악마의 주먹을 한방 맞고 밥그릇 처럼 움푹 패었다하여 붙여진 이름 이라는데,
악마
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운치있고 멋이 있는 계곡이다.
다만 이 계곡은 수원의 물이 적어
며칠만
비가 오지 않아도 폭포가 사라져 버리고 계곡에 물이 흐르지 않는 단점이 있긴 하나
수량이
많아지는 겨울에는 어느 폭포나 계곡에도 뒤지지않을 아름다움을 갖는 폭포가 된다.
계곡을
지나면 경사가 급한 언덕을 사다리 처럼 생긴 나무 계단을 딛고 오르게되고,
다시
숲길을
조금 걸으면 오른쪽으로 사이드 트레일을 따라 절벽을 올라간다.
이길은
갈지자로 올라가는 급경사 길이라서 눈이 쌓이거나 얼음이 얼면 길이 덮혀 버려
오르기가
쉽지 않다.
언덕을
힘들게 오르면,
절벽 끝에서 전망이 기가 막힌 전망대에 서게된다. 데빌스
펀치볼
계곡이
바로 발아래 굽이쳐 돌아가고,
그 넓은 온타리오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며
해밀턴,
던다스, 스토니크릭 그리고 날이 맑은 날이면 토론토의 씨엔타워(CN
Tower)와
나이아가라
폭포의 전망대까지 아스라히 보이는 곳이다.
전망대 바로 왼쪽에는 대형 철제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대,
이런 절벽 끝에 이렇게 큰 십자가를 세운 까닭이
궁금하다.
바로
밑에있는 계곡이 악마의 계곡이라 여기에 사는 악마를 제압 하기위해 십자가를 세운
것인가?
십자가는 조명등으로 장식되어 있어 밤에 불을켜면 온타리오 호수로
들어오는
배
들에겐 등대 역활을 했을것도 같다.
십자가 밑에 작은 글씨로 “Smile”
이라는 글자를
새겨
놓았는데,
구태어 그런 말을 써 놓지 않아도 여기에 오면 저절로 웃음이
피어난다.
바람
없이 후덥지근한 숲길을 걷느라 힘이 들고 땀깨나 흘렸을 대원들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곳에서 전망좋은 경치와 시원스런 온타리오 호수를 내려다 보는데 어찌 탄성과
웃음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인가.
이곳에 처음온 어느 여자 대원은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지 갈 생각을 않고 물끄러미 호수만 바라보고 있다.
전망대에서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가면 그 끝에 펀치볼 폭포가 있지만 지금은 물줄기가
말라
요란한 폭포 소리도 들리지 않고 계곡도 무성한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나,
가까이
다가간 대원들은 은밀하고 깊은 곳에 숨어있는 펀치볼을 보고 영락없는 선녀탕
이라고
입을 모은다.
똑같은 것을 보고도 이곳 사람들은 악마의 구멍이라고 하는데
우리
대원들은
선녀탕이라고 하니 이는 또 무슨 조화인가?
악마의 눈에는 모든것이 악마로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모든것이 부처로 보인다는데…
그런데 선녀탕에 선녀는 보이지 않고
웬
덩치 큰 나뭇군(?)
한 녀석이 바위 사이에 숨어 목욕을 하고 있다. 자기 딴에는 숨어서
한다고
생각 하겠지만 위에서는 훤히 내려다 보인다.
하긴 남 탓할 일이 아니다. 나도
언젠가
록키의요호 호수
(Yoho Lake)에서 나로서는 가장 깊숙한 외진 곳이라 생각하고
발가
벗고 좌선욕을 즐기다가 어쩐지 예감이 좀 이상하여 뒤를 돌아보니,
이런!
지나가던
젊은 남녀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지 않은가.
요즘 같았으면 벌써 인터넷에
올라
퍼져 나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올라왔던 언덕을 내려가면 계속 숲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은 마을과 언덕의 중간
지점을
따라가는 단조로운 길이라,
오늘같이 바람이 없고 무더운 날에는 별로인데다,
오후에
비가 올것 같은 생각이 들어 왔던 길로 되돌아 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 계곡에서
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었던 펀치볼 폭포를 찾았다.
들어가는 길이 험해서 폭포와
계곡에
물이 흐를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인데 물이 마르니 이런 행운도 있다.
계곡
끝에 높게 솟은 펀처볼 절벽은 과연 장관이었다.
비록 물은 떨어지지 않지만
선녀탕의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은밀하고 신비로운 곳이었다.
이런곳에
감히 악마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들의 심보가 고약 하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배틀필드
공원이 있는 아담한 셀터(shelter)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들었섰는데 채
일분도
지나지 않아서 비가 쏟아진다.
어쩌면 그리도 정확히 시간을 맞추어 주는지
신기한
일이다.
좋은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어는 여자 한 분이 찾아와서 자기들 행사를 위해
미리
예약한 곳이란다.
그러면서도 준비하는 동안 식사를 하라고 배려해준다.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점심을 마치니 비가 그쳐, 오랫만에 온타리오 호수를 가 보기로 했다.
배틀필드
공원에서 센테니얼 파크웨이
(Centennial Parkway)를 따라 끝까지 가면
호수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 공원은 여러가지 시설물을 이용할 때는 사용료를 내야 하지만, 산책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주차장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곳 트레일은 나이아가라에서
부터
킹스턴
(Kingston)까지온타리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워터프론트(Water
Front)
트레일의
일부 구간이다.
그러나 산책을 제대로 하려면 포장된 트레일을 벗어나
모래밭과,
자갈밭이 적당히 섞인 호숫가를 걷는게 좋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호젓한 호변을 걸으면 불현듯 옛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 옛날 바닷가를 거닐며 하얀 모래밭에 묻어 두었던 꿈과 낭만,
그리고
아름다웠던 사랑이 아련히 그리움되어 가슴을 울린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소박하고 순수한 사랑의 설램에 빠져든다.
누군가를
아프게 사랑해 보고싶고,
누군가로 부터 애타게 사랑을 받고 싶었던 젊은
날의
그 사랑의 불씨가 아직도 가슴에 미련으로 남아 있어서 저파도 소리에
실려
함께 밀려오는 것일까?
파도가
쓸어낸 모래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가만가만 발걸음을 옮기는 대원들의 모습이
평화롭고
여유롭다.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기도 하고,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걷기도
하고,
예쁜 조약돌을 주워 서로 자랑하기도 한다. 모래밭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던
오리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내주고선 물에 들어가 둥실둥실 파도타기를 즐긴다.
바위에
걸터 앉아 신발을 벗고,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도록 맑은 호수물에 발을
담근다.
차갑지만 상쾌한 감촉이 온몸에 전해지며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진다.
산책을
끝내고 차에 오르니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다시 내린다.
우연일까? 하늘의
배려
일까?
아니면 또다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참석인원 :정 창균외 15명.
총 길이 : 6.43Km
시간 : 2시간 10분
평균 페이스 : 20:19/ Km
속 도 : 3.0Kph
고도 : 상승-227m
하강-255m
칼로리 : 632Kcal



첫댓글 "물에 산에" 이름값을 톡톡히 한 완벽한 코스였네요.(정회장님의 산행 노하우 덕분) ^&^
호수가를 거닐기에 완전 좋은 날씨였고.....하늘이 우리 산우님들 고운 마음씨를 보심인가? 비도 피해가게 해주시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맑은 물속에 깔려있는 고운 자갈을 헤집고 발을 묻으니 발가락 끝에서부터 아련히 전해오는
소중한 한가로움~~~~~ 즐길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
매번 이쁘게 포샵 하셔서 올려주셔서 감솨드립니다 ~~ 정말 한장 한장이 작품이여요
회장님을 비롯 총무님과 모든분들의 손길손길로 그냥 마냥 호강? 하고 있습니다
맑은물에 마음 띄우며 괜히 설래이며 서성이며 아쉬움을 남기며 돌아왔습니다
좋은 추억 또 고맙습니다 ^^
산행도 하고 호수가도 거닐고 이런 선물 주심에 감사드려요. 산행 뒤에 예상치도 못했던 호수가로 우리를 데리고
가셔서 더욱더 와~ 감탄!
무성한 사연안고 잔잔하게 출렁이는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가슴속의 시름 모두 띄워 보내고 한가로이 바위에
걸터 앉으니 개구장이처럼 찰삭찰삭 소리내며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음악 소리 처럼 들리어
한낮의 따뜻한 태양속에서 파도소리 벗 삼아 잠도 한번 청해보고 싶고, 유유자적한 마음을 갖을수있어
좋았어요 인절미 같이 생긴 돌 주어와서 예쁘게 얼굴도 그려 놓았답니다
이 돌 잘 간직하여 할머니되어 산에 못갈때 이 돌 보면서 추억을 반추 하면 물에산에 여러분들이
그리워 지겠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