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공개된 육영수 여사의 특수활동비 내역과 '뇌물죄' 박근혜

[한현일]

다음은, 엄상익 변호사가 최보식의 언론에 9.3일 올린 글입니다. 이 글을 통해 육영수 영부인의 참 모습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 진실 여부를 알게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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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육영수 여사가 사용했던 특수활동비 내역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통령의 부인에게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많은 편지가 갔다. 육영수 여사는 저녁마다 그 편지를 직접 다 읽고 마음이 쓰이는 대로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쌀을 한 가마니 보내주기도 하고 단칸방에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공무원에게 방을 하나 더 얻어주기도 했다. 그 외에도 백혈병에 걸린 아이의 치료비, 학비, 수술비 등 많은 곳에 돈을 사용했다. 대통령이 일부 할애해 준 특수활동비를 받아서 그렇게 쓴 것이다. 


육영수 여사는 스스로에게는 검소한 것 같았다. 그 시절 하와이 이민 70년 행사에 큰딸인 박근혜를 보냈었다. 육 여사는 자신이 입던 한복 대여섯 벌을 직접 재봉틀을 돌려 기장을 맞추어 딸에게 건네주며 행사에 가서 입으라고 했다. 

육영수 여사 자신의 옷은 전부 손수 디자인해서 저렴한 국산 옷감과 함께 가까운 양장점에 맡겨 만든 것들이었다. 양장점이 알려지면 손님들이 몰릴까 봐 그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핸드백도 전부 국산만 들고 다녔다. 국민에게 선한 영향을 준 대통령 부인이었다.

대통령이나 부인은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수시로 돈이 필요하다. 재난 지역을 가도 군부대나 고아원을 방문해도 그냥 돌아올 수 없다. 움직일 때마다 돈을 써야 한다. 

명절이 되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 하나라도 해야 했다. 의회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초청하고, 종교계 인사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한 자리였다. 

국가의 총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더러는 예상치 못한 큰돈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해외에서 테러리스트에게 국민이 납치되어 인질 석방금을 요구받았을 때 같은 때가 그렇다. 막후 협상 과정에서 일단 그 돈을 주어야 할 때도 있다. 국회의 통제를 받는 공식적인 대통령실의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보조하기 위해 정보기관 내에 특별한 예산이 편성되어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에 은밀히 헌신한 사람에게 작은 아파트 하나를 사 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 때 필요한 돈을 인출하기 위해서 비밀 예산 계정을 만들어 정보기관 속에 숨겨 두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돈이 없어 재벌에게 손을 벌리게 되면 나라의 체통이 없어지고 권력의 저울이 기울어지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그 비밀자금이 대통령들에게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했다. 그 돈을 개인 돈 같이 쓴 대통령도 있다. 어떤 대통령은 재벌로부터 받은 뇌물들을 세탁하는 데 악용하기도 했다. 어떤 대통령의 부인은 그 돈으로 옷을 사 입어 언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런 숨겨진 예산이 후일 독이 될 수 있는 걸 감지한 김대중 대통령은 그 돈을 쓰지 않겠다고 정보기관장에게 말했다고 한다. 감동 받은 정보기관장에게서 내가 직접 들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고 육영수 여사가 지혜롭게 쓴 그 국가의 비자금에 대해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어땠을까. 

순진한 박근혜 대통령은 그 돈을 써도 괜찮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직접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했다. 촛불혁명이 일어나고 문재인 정권의 검사 윤석열은 그 예산지원을 뇌물로 보고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장을 구속시켰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보낸 국정원장의 변호사였던 관계로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한 기록과 자료들을 세밀하게 읽을 수 있었다. 기록 중에 대통령 방의 목재로 된 문이 뒤틀려 소리가 났다는 부분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끼익’거리는 마찰음을 없애기 위해 양초를 발라 소리가 나지 않게 했다. 

멀쩡한 새문을 뜯어 버리고 비싼 인테리어를 하는 졸부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변기의 물을 아끼기 위해 벽돌을 두 장 넣어두었다. 박정희 대통령 가족의 검소함이 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같이 박근혜 대통령도 개인 재단사에게 옷과 들고 다닐 백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 같다. 옷감도 백의 재료도 평범했다. 재단사는 이면 도로의 작은 빌딩의 공간을 빌려 대통령의 옷을 만들었다. 대통령은 자신의 월급에서 옷값을 지불했다. 대통령을 그만둘 때까지 몇 년간 옷값으로 지급된 금액이 약 2억 7,00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한 것은 무리한 법적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필요한 돈들을 어떻게 만들어 쓸까? 권력을 가지면 돈을 바치고 싶어 하는 재벌들이 줄을 선다. 그런 돈은 위험하다. 대통령 방에서 직접 수 천 억을 받고 퇴임 후 감옥으로 간 대통령도 있다. 

요즈음은 디올백 하나 받아도 나라가 들썩거린다. 그때마다 대통령과 그 가족의 돈들이 문제가 된다. 육영수 여사같이 그렇게 지혜롭고 선하게 돈을 쓰면 모든 대통령과 그 부인들이 박수를 받지 않을까.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