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폐아의 문제행동들에 대하여 언급할 때,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이나 자해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이외에도 반향어(echolalia)와 같은 언어 소통상의 문제점, 대인관계 형성의 결핍과 같은 사회성의 문제 그리고 한 가지 일에 집착하여 반복적으로 그 일을 하는 행위 등도 자폐아의 부모들에게 심각한 걱정거리이다.
자폐아들이 어떤 이유로 그런 문제행동을 보이는가를 이해하기 위하여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평균 이상의 인지기능을 가진 한 '정상인'이 자신의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거의 이해를 못하고 항상 변하고 불확실하여 예측이 불가능한 환경에 매일 내던져진다고 상상해보자.
또한, 그 '정상인'이 자신이 필요한 사항을 요구할 수 있는 변변한 대화소통능력조차 없으며 그가 느끼는 스트레스, 불안감 또는 불확실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내적인 조절능력이 없다면, 그 '정상인'은 어떠한 심정일 것이며 무슨 반응을 보이겠는가? 아마도 그 '정상인'은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에 너무나도 답답하고 화가 나서 다양한 형태의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게 되고, 이러한 행동은 소거(extinction), 고립(time-out) 혹은 보상(rewards)을 통한 행동교정 등의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행동수정요법으로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양상이 자폐아가 매일의 삶을 살면서 겪고 있는 현실이다.
자폐아가 공격적이거나 자해행동 혹은 정형화된 행동을 보일 때, 이러한 행동은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담은 의사소통의 기능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도움이나 관심을 얻기를 원할 때
2)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나 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3) 원하는 것을 갖고자 할 때
4)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에 대하여 저항할 때
5) 자극결핍으로 인하여 자극을 원할 때
자폐아가 자해행위(self-injurious behavior)를 보일 때, 행위의 원인으로 아동이 자극결핍으로 인하여 스스로 자극을 원하는 경우, 놀이기구나 장난감 등으로 주위환경을 다양하게 해주면서 놀이행동을 집중적으로 보상해준다. 또한, 행위의 원인이 관심추구 수단일 경우에는 문제행동과 관련하여 아동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면서 다른 행동을 유도하여 자폐아가 하도록 권장하며, 행동의 원인이 게으름으로 인한 단순회피수단일 때에는 자해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주어진 과제를 끝까지 수행시키는 것이 좋다.
그러나, 주어진 과제가 지나치게 많아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하여 자해행동을 하는 자폐아는 휴식을 요청하는 표현을 가르침으로써 자해행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
만약, 자폐아가 보이는 문제행동의 기능이 무엇인지를 초기에 파악할 수 있다면, 자폐아가 동일한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대안이 제공될 지도 모른다. 자폐아에게 주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은 그 자폐아가 갖는 인지기능과 언어발달의 수준에 좌우된다. 자폐아가 새로 배운 방법이 자폐아의 환경에 예상가능하고 적합한 영향을 미친다면, 그의 문제행동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자폐아의 문제행동의 의미를 찾아내어 효과적인 대안을 자폐아에게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며 행위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적절한 문제행동의 평가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또한, 자폐아가 그럭저럭 잘 지내다가 갑자기 행동이 공격적이 되거나 자해행동을 보이는 등의 상태가 악화되면 우선적으로 자폐아가 혹시 어딘가에 부딪혀서 타박상이나 골절이 생겼거나, 다양한 종류의 피부질환, 혹은 장염이나 위,장관장애 등의 급성 내,외과 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행동을 원인(Antecedents), 행동(Behavior) 그리고 결과(Consequences)의 ABC기능평가에 따라 분석한 뒤 적절한 행동수정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아마도 자폐아의 부모와 특수교사가 우선적으로 시도할 일이다.
그러나, 자폐아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 속해 있을 때, 특수교사가 학급에서 한 아이만을 위하여 적절한 행동수정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결코 쉽지 않다. 자폐아가 공격적인 행위, 자해행위 혹은 충동적인 행동이 지나치면, 그 아이는 교실에서 특수교육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을 것이며, 같은 학급의 다른 학생들도 방해를 받게 된다. 이것이 자폐아의 문제행동이 적극적으로 시정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자폐아의 문제행동이 지속되는 경우, 정신약물치료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많은 부모님들께서는 자폐증을 있는 자녀에게 정신약물을 복용시키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듯하다. 하지만, 요사이 부작용이 적은 약물들이 많이 개발되어 문제행동에 선택적으로 사용된다면, 자폐아의 문제행동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