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대파’ ‘파테크’ ‘대파코인’ ‘금파’
최근 대파가격이 올라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신조어들이 탄생되고 있다. 작년보다 몇 배가 올랐다고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파를 죄인 취급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외식감소로 가정소비가 늘어나고 작년 여름태풍과 가을장마 그리고 대파 주산지의 올 겨울 한파와 폭설로 생육이 부진하였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가격이 낮아 생산비도 건질 수 없는 형편이 되어 농업인들이 재배면적을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년 3월 대파 도매가격은 kg당 1,000원 수준이었다.
생산지에서는 출하를 하여도 인건비도 건질 수 없으니 밭을 갈아엎기도 하였다. 가격이 몇 배 올랐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그동안 너무 싸게 먹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거의 매일 식재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느낌이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이해도 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소비량은 연간8kg 정도로 전체 먹거리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일 정도로 가계비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파의 국내 자급률은 80% 정도이다. 역설적으로 최근 파 가격이 높다고 하니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에는 81천톤 정도가 수입되어 음식점과 식품가공공장 등에서 사용되었고 올해 1∼2월 수입량은 평년과 비교하여 3배나 늘어났다.
최근 10년 동안 파 농사를 지어서 농업인들 손에 쥐어진 돈은 10a(300평)당 193만원 정도였다. 특히 2019년에는 가격하락으로 고작 152만원 밖에 가져가질 못했다. 노지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농작물이 그렇겠지만 파는 태풍과 비가 잦은 8∼11월, 추위피해가 많은 12∼3월에는 가격이 약간 오르는 특성이 있다. 소비자들은 자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농작물의 생리와 가격의 오름과 내림이 생기는 이유를 이해하여야 한다.
싼 가격에 애지중지 키운 파를 갈아엎고 속으로 울던 농민을 위해 따뜻한 위로 한마디나 싸게 먹게 해주어 고맙다는 눈인사라도 한번 건넨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
농업인들은 농산물 가격이 너무 높은 것도 너무 낮은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그동안 땀 흘린 대가를 정당하게 받고 싶을 뿐이다.
가격이 오른다고 농업인들이 웃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너무 높으면 씁쓸하고 너무 낮으면 허탈하다. 신경을 자극하는 말을 만들어 내지 말고 농업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볼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다.
파는 중국에서 기원전부터 재배되었고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도입되어 통일신라시대나 그 이전부터 재배되기 시작하여 고려시대에 널리 재배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에는 술안주로 이용될 만큼 널리 재배가 되었던 채소이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가포육영》에서 파의 쓰임새와 고마움을 시로 적어 ‘섬섬옥수 같은 많은 파 / 잎들은 어린 아이들이 피리를 만들고 / 꽃자루는 술자리에 도움주고 고깃국에 중요하며 / 날고기 삶는데 맛을 더해준다.’고 하였다. 이처럼 파는 재배역사가 오래된 작물이기도 하지만 음식의 영양가를 높여 주고 맛을 좋게 하며 모든 음식에 어울리는 팔방미인 채소이다.
김치의 중요한 재료이기도 하지만 탕 종류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부재료이고 생선과 육류의 비린내를 잡는 필수양념이다.
새끼를 치지 않는 외대파와 새끼치기(분얼)파가 있다. 쪽파는 파와 분구형 양파(샬롯)를 교잡하여 만든 것으로 일반파의 변종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 종자로 번식하나 경우에 따라 포기나누기로 번식할 수 있으며 흔하지는 않지만 으뜸눈(주아)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쪽파는 종자가 생기기는 하지만 생식능력이 없어서 반드시 뿌리를 다시 심어 재배하여야 한다.
추위에 강하여 시베리아 지방에서도 자라고 더위나 건조에도 견디는 힘이 강해 열대지방에서도 자란다. 모든 농작물이 죽거나 움츠리고 숨을 고르는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는 생명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특히 열량은 적으나 비타민 A, B, C와 무기물이 많고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플라보노이드 성분과 특유의 향을 내는 알리신이 풍부한 건강채소로 우리 식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고 감사할 줄 아는 베푸는 마음과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파 때문에 오늘도 찬바람을 맞으며 혹시 여린 잎이 상처를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농업인들이 파안대소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