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날 저녁은 탄도항에서부터 아시는 요트인과 저녁식사 약속이 있어 저녁과 커피를 하고 들어와 잤다. 이 약속에 맞추느라 좀 급하게 서울에서 부산으로 왔다.
(2) 다음날 아침은 서울에서 목공소에서 만들어 간 티크재질의 객실입구/해치의 미닫이 문 지지대 나무를 나사로 배에 설치하였다. 간단하지만, 객실의 보안을 위한 매우 필요한 조치이다. 잘 만들어졌지만, 아직 페인트칠을 안해서 좀 눈에 튄다.
그런데, 지난 주에 자랑스럽게 설치한 경보장치의 빽빽이가 울지를 않는다...
(3) 다음날 오후에는 오물 배출이 시원찮더니 드디어 저번 주에 완전히 막혀서 사용하지 못하는 뒷방 화장실 변기를 손보기 시작했다. 오물 배출펌프 작동단추를 눌러도 욍욍 소리만 나지 변기에 차있는 물과 오물이 빨려나가지는 않는다. 게다가 펌프가 작동을 하니 오물은 나가지를 않고 들어오는 바닷물로 변기의 수위가 오르기 시작한다.^^ 해서 일단 입력 해수의 발브를 잠기고, 배를 살 때 이 변기 뒤에 놓여있던 (왜???) 휴대용 빌지펌프를 사용해서 오물을 빨아서 나오는 노오란 오물을 복도와 계단과 파이롯하우스를 통해서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으며 올라가 밖으로 나가서 갑판 위에 바다로 버리고...또 버리고...
첫째 배출펌프에서 연결되어 나가는 비닐 파이프를 빼 보았다. 그리고 스위치를 눌러보니 배출펌프에서 물이 세차게 뿜어져 나가서 화장실 벽을 치고 온사방에 뿌려진다. 엇! 시원해... 펌프는 분명히 문제가 없네.
둘째 세면대 아래의 조그만 좁은 공간을 들여다 보니 이리 저리 오물 처리 배관들이 연결되어 있다: 변기 모타배출부 > 연결 배관> 굵은 배관 > 티선택파이프 > 1.오물저장탱크나 2.물수위 위로 루프 샹향배관 > 루프 하향배관 > 선체 관통 개폐기 (바다로) 그외에도 오물저장탱크에서 티선택 파이프 > 오물 배출 펌프 및 스위치 등. 파이프들이 얽히고 ?혀서 보니 루프 하향배관이 선체관통 개폐기를 만나는 부분이 나가는 각도와 격벽 사이의 여유가 없으니 많이 굽어져 거의 꺽여져 있다. 여기를 빼봤는데, 오래되서 잘 빠지지가 않는다. 여기가 맞는 것 같아서 비닐 재질로 된 파이프가 티연결부분과 선체관통 개폐기 만나는 부분을 칼로 잘라서 봤다. 그런데 기대와 다르게 여기는 막히지 않았다. 다행히 이 고압비닐파이프는 시내의 건재상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가 있었다.
다음날 고민하다가 이웃의 김선장에게 변기가 고장났는데 혹시 아는 배관공이 있냐고 문의했더니 어차피 배워야 할테니 자기가 와서 아르켜 줄테니 내보러 직접 해보라고 한다. 그리고는 한시간 여 후에 와서는 우선 배출펌프와 연결된 가는 배출 파이프를 빼보더니 거기를 드려다 보고는 거기가 막혔다고 말해준다. 거기는 나도 뺐던 곳인데, 그때는 펌프의 세기만 확인하고 그 파이프쪽이 막혔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김선장 얘기로는 변기가 바닷물을 쓰기 때문에 관 사이로 남은 소금물이 결정이 되어가면서 관 내부가 고체화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는 비닐관과 굵은 비닐관을 연결한 관 내부를 보니 갈색의 고체가 있다. 잠시 그대로 나두니 온 선체 내부에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김선장이 돌아간 후에 그 파이프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 바닷물에 ?어봐도 막힌데가 뚫리지를 않는다. 탁탁 치고 철사로 쑤셔대니 그제서야 슬슬 온갖 똥과 오줌이 나온다. 회색의 썩은 똥과 노란 안썩은 똥과 중간 정도의 똥, 하얀 화장지 조각과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펄프같은 화장지, 아주 사기같은 결정과 소금같은 푸석한 결정,... 잘 털어내고 바닷물에 여러번 잘 ?는다. 이젠 냄새도 나지 않는다.
들어가서 이것들을 다시 끼는데, 이것두 들어가 주지를 않는다. 그래도 다행히 속을 정리한 관은 제대로 연결하고 조였는데, 새로 산 고압파이프는 새 비닐관이라 그런지 영 들어가 주지를 않는다. 그러다가 이틀 밤 후에 간신히 대강 끼여서 연결해 놓았다. 그리고 배출펌프 단추를 누르니, 잘 배출 된다.
그런데 청소한 파이프 부분과 바다로 배출하는 사이의 부분에도 아직 결정화된 오물들이 있는 지 께끗한 물을 넣어서 배출시키는데도 계속 노란 물이 배출된다. 아마도 오줌등이 결정화되어 상향루프관과 하향루프관과 그 사이의 선택발브들에 끼어있는 것 같다. 그래도 빼면 다시 연결하기가 어려울 것 같고 그 막힘이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아서 온수민물을 넣어서 계속 배출시켜 보았다. 그래도 노란색이 없어지지를 않는다. 하지만 배출은 거의 문제없이 잘 되기에 이만하고 정리했다. 화장실과 샤워실 바닥의 나무 깔게도 다 들어내서 튄 오물들을 닦아낸 것이 흘러내려 밑바닦에 뭍은 오물들도 다 닦아내고... 엑!
아직도 배 전체에 배어있는 썩은 냄새 때문에 그 후 이틀을 온갖 창문을 열고 생활하고 잤다.
이렇게 고생을 해보니 쎄일링요트로 세계 여행이나 장거리 항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바께쓰에다 일을 보는 이유를 알겠다. 화장실은 골치 아픈 존재이다. 그러니 그 공간을 짐이나 식품 창고 활용하고, 배변은 배 난간 위에서 직접 보거나 선실 내에서 바께쓰에다 본 후에 바다로 버리는 것이다.^^ No Problem!^^
이런 걸 보면 현대식 주택에서의 화장실은 정말 럭셔리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삼사십년 전에 대부분의 주택에 있던 비-수세식 변소에서 이제는 얼마나 좋아졌는지. 그런데 다시 조금 덜 편한 화장실을 사용하려니 이렇게 불편한 지를 몰랐다.
(4) 세째날은 옆집의 김선장과 배의 마스트 위에 부러진 항해등, VHF안테나를 장착해주기를 부탁했다. 작업복을 입고 와서는 마스트에 달린 접는 스텝들을 펴고는 안전벨트도 없이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내려왔다. 그외에도 내가 주문한 레이머린사의 풍향풍속계 시스템을 장착해주고, 스탠딩 리깅을 조정해 주기를 부탁했다. (이날과 다음날 다양한 풍향풍속계를 보다가 레이머린 것으로 주문했다.) 또 문제가 되는 빌지펌프 중의 하나의 쎈서를 전자식으로 만들어 주기를 부탁했다. 마스트 꼭대기와 브릿지 등에 조금씩 페인트가 베껴진 곳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라이머 들과 하얀 페인트를 이용해서 칠을 해주기로 했다. 또 두번째 브릿지에 풀린 가죽도 꼬매주기로 했다. 대신 나는 김선장이 관심을 보이는 풍력발전기 중 하나와 솔라패널 하나, 그리고 콘트롤러를 주기로 했다.
(5) 세째날 저녁에는 다음에 있는 중년의 장기 여행자 카페의 부산 모임이 있다고 해서 참가했다. 저번 인도 여행을 갈 때 몇가지 물어보고 그 다음에도 들어갔는데, 어프모임에 참가해야만 정회원이 되어 보다 편하게 정보수집과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면의 일신초밥이라는 곳에서 25,000원짜리 코스를 먹었는데, 역시 서울의 비슷하거나 좀 비싼 일정식보다 해물의 신선도가 낫다고 느껴진다. 열댓명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2차 노래방, 3차, 다음날 새벽의 4차까지 갔는데, 나는 1차만 참석하고 돌아왔다. 사람들과 크게 공감을 느끼지도 못했기도 하지만, 아직도 다 끝나지 않는 배에 관한 일들이 내마음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6) 네째날인 금요일에는 전선주의 형인 전#홍씨와 형수가 자신들의 집에 초대해서 와인을 하나 가지고 방문했다. 가는 길에 그의 창고에 있는 다양한 해양관련 골동품 들을 관람했고, 내배에 속하는 윈드베인 파일롯과 풍력발전기 두대, 솔라패널 3대, 외에도 밧줄등 두세가지를 더 확인했다. 가면서 거기에 뒷방에 있던 조그만 냉장고를 그곳에 갖다 놨다. 전선주의 형수는 아주 음식을 잘 한다. 이분은 파라미타호가 미국에서 태평양을 횡단해서 올 때 초보자인 신도들을 대신할 전문 항해선원으로 참가해서 배를 몰고 온 분이다. 다른 초대된 분은 이 부부의 친구로서 같이 요트를 하는 (소주를 잘 마시는!) 여자분이었다. 저녁식사에서 와인을 않마시고 소주를 내 마시는 여자를 처음 봤다...^^
(7) 밤 10시반이 되니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가 연락이 왔다. 그래서 파장을 하고 배로 돌아와 기다리니 조금 있다가 같은 회사분 두분과 친구가 왓다. 그래서 배에서 다시 와인을 한병 뜯고 음악을 들었다.
(8) 밤 12시가 되어 방문객들이 돌아가서 이제 자자고 하니 친구는 오랫만에 해운대에 왔는데 밖에 나가 맥주라도 해야겠단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해운대 해변가의 야경이 기막힌 조선호텔 2층에 있는 오킴스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필립핀가수의 노래를 감상했다. 그러다가 옆자리의 젊은이들과 같이 어울려 와인을 다시 마시고 밤에 다시 해변을 거닐고, 폭죽도 쏘아올려 보고 배에 돌아오니 새벽 3시다.
(9) 토요일 아침에는 일어나서 친구와 사우나를 가서 씻은 후, 광안리에 할매 재첩국지에서 아침을 먹고 광안리 해변이 잘 내려다 보이는 스타벅스 2층에 있는 내 사무실(?!)에 가서 커피 마시고 돌아와 오후에 항해 준비를 하는데, 전화가 와서 나가서 배부른 상태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약속된 1시가 되지을 않았지만 이미 항해를 할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래서 배에 가서 항해 준비를 하는데, 다시 세명의 탄도항에서 뵌, 그러나 내가 기억을 못하는, 분들이 떠나는 순간에 조인해서 배를 산 이후에 가장 많은 인원이 타고 오륙도 앞까지 향해을 했다. 나, 전#길씨, 정#주씨와 같은 회사 지부장, 내 친구, 지난밤 술같이 먹은 세 젊은이, 마지막 순간에 합류한 세분의 오트인. 그래서 서로 전혀 알지도 못하는 세네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서 햇살이 좋은 초봄같은 겨울 오후에 좋은 바람을 안고 간단히 항해를 했다. 특히 승선한 열한명 중 반 정도가 오트를 생전 처음 타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화장실의 문을 열고는 제대로 채우지를 않아 문이 흔들리고 변기 배출 단추를 오래 누르지 않아 찌린내도 좀 나는 등의 자그만한 문제들은 있었지만 다 같이 나름 즐거운 오후 한때를 보냈다.
(10) 와서는 돛을 다 내리고 떠나기 전에 확인한 보수할 부분들을 재확인하면서 돛을 완전히 떼어서 쎄일 보수하는 사장님에게 인도했다. 다음주 말까지 간단한 보수를 마치겠다고 한다. 어쨋던 이래서 좀 더 이배의 돛과 리깅에 대해 잘 이해하게 ?다.
(11) 다 끝나고 배에서 잠시 낮잠을 즐기고 나서는 결혼식에 참가한 후에 내려온 친구의 부인을 만나서 같이 저녁과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다가 나는 먼저 서울로 올라왔다. 집에 들어오니 밤 12시가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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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ool2848의 블로그 연습 원문보기 글쓴이: cool2848
첫댓글 안녕하세요 이교수님 좋은 항해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글은 추후 세일링 경험담란으로 옮겨놓겠습니다. 이교수님과 같은 부산에 있었으면서도 자주 뵙지를 못했네요, 지난번 함께한 세일링은 너무 즐거웠고요 자주 뵙고 작업도 같이 도와 드려야 되는데 제가 2월말에 이사도 하고 또한 지구 반대편 이국땅에서 반평생을 보낸 친척분들이 저희집에서 3개월간 묵고 있어서 주말에는 부산과 서울을 왕복해야 하는 관계로 부산수영만도 못가보고 탄도항에도 거의 못가보는 사항입니다. 주변 정리가 되면은 자주 뵙겠습니다
저두 마찬가지이죠. 고치는 일이 끝이 않보이네요. 그래도 이제는 많이 진전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번 항해 때는 사오신 것 맛나게 먹었는데, 그 때는 바뻐서 고맙다는 얘기도 못 드렸던 것 같네요. 감사.^^ 나중에 내려가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선장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요트는 정비가 70%이고 세일링이 30%랍니다.ㅎㅎㅎ.. .. 바라밀다호가 탄도로 오는 그날,, 그날이 손꼽아 기다려집니다.
지금은 정비가 95%, 쎄일링은 5%도 않됩니다.^^ 아무래도 여름에나 올라 올 것 같습니다. (여름에 근 중거리 항해를 하고 싶어서)
우리 Orion도 변기와 개수대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손을 보려는데 골치가 아픈 중 입니다. 요트라는 좁은 공간에서 손을 보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오래된 배라서 이곳 저곳 손을 보고 있지만 끝이 없네요. 요트를 장만한 이후 돛을 찢어 먹기도하고 연일 할 일이 끝이질 않는데, 몸살 마저오고 말이 아닙니다. 김회장님이 이제 고생문에 접어들었다는 말씀, 실감이 나지만 그래도 아직은 신나는 바람에 고통을 잊고 삽니다. ㅎㅎ
탄도로 배 가져오느라 고생하신 글을 잘 읽었답니다. 차근차근 하시다 보면 이제 각자 자신의 배로 누구보다도 잘 아는 분신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