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참고도서를 찾을 때 손에 닿았던 책이다. 그림책에 대한 에세이는 마치 유행처럼 워낙 쏟아지는 시기라 책을 접했어도 대충 들춰보고 말았는데 이책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내 눈이 휘둥글해진 책이다. 일단, 서문의 첫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사랑에 빠진다는 말이 특히나 그랬다. 궁금해서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서문에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언급되었고 특히나 <고래가 보고 싶다면>이라는 책 때문에 그림책의 세계로 들어갔다는 지점에서는 설레어서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 고래가 보고 싶다면이라는 책에서 말하듯 원한다면 그것을 향해 가는 모습이야 말로 이 책이 결국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아주 중요한 모티브였던 것 같다. 독자에게 그림책 제목이 주는 기대감과 설레임은 책 속으로 그저 흘러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또하나는 '10년'이라는 말이었다. 저자는 기자로 10년을 살고 프랑스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이것은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직장에서의 역할의 기간과 동일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동일시이지만 이 부분이야 말로 서문이 주는 나와의 연결고리로 충분했다.
이 책은 내용으로 들어가면 더 흥미롭다. 그림책 작가들의 어린이 시절과 부모에 대한 이야기, 부모인 현재로 사는 이야기, 그리고 어린이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과 철학을 말한다. 어린이 하면 핵심인 창의성과 호기심 이러한 것들에 대한 인터뷰는 살아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림책을 말하지만 삶을 말하고, 어린이의 세계를 말하고, 진정 삶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가치를 그리고 의미를 말한다. 참 좋았다. 꼼꼼히 보며 참고도서로 잘 활용하고 싶다. 목차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래전 프랑스에서 온 손님들이 가져온 그림책이 있다. 에르베 튈레라는 작가의 '책 놀이'라는 책이다. 이번에 다시 들춰보았다. 이 작가의 창의력은 '깊은 심심함'에서 온다고 한다. "아이들은 심심하면 알아서 자기만의 방법으로재미를 찾게 되어 있거든요. 지금도 저는 심심함과 시간의 공백을 좋아해요. 비행기 탈 때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샘솟는데 그건 공항에서 무료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예요. 자신에게 심심할 틈을 주는 건 창작자에게 있어서 무척 중요한 일이랍니다." 너무나도 공감되는 내용이다. 내 아이가 혹은 어린이집 아이들이 심심하다면 마치 큰일이 날 것만 같은 불안함에 우리는 있지만 결국 그 몫도 전부 아이들이 해야 할 몫이며 그건 매일을 창작하는 아이들의 몫이겠다 생각한다.
이책에서 모든 작가가 말하는 창의성은 결국 자신의 작업과 연결되는데 이것은 어린이의 본질과도 무척이나 맞닿아있다. 관찰하는 시선, 상상을 만드는 질문, 공감의 쓸모, 치유하는 상상, 작은용기, 결점에서 태어난 창의성, 깊은 심심함, 다르게보기-오래보기, 시간 활용법, 자기 믿음 이렇게 10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결국 작가마다 본인의 창의성이 개발되는 지점을 정리한 대표 문구가 되었다. 좋은 책을 만난것 같다. 특히나 어린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내게는 더욱 그렇다. 다시한번 읽어보고 그 감동에 젖어들고 싶어 구매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