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도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번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니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디.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 피천득. <오월> 중에서
나도 오월 속에서 싱그런 신록을 마주하고 싶어 도락산 산행에 동참한다.
오월은 행사도 많은 달이기도 하고 연초록 나뭇잎 색이 그 어느 꽃 못지 않게 아름다운 계절이다.
오늘은 "어버이날"
부모님을 꼭 찾아 뵈어야 할 분들.
찾아 오는 자손들 맞으셔야 할 분들.
듬성듬성 비운 자리가 서운해도 암릉으로 유명하다는
도락산의 싱그런 산 냄새에 취하고 싶어 산행에 동참한다.
오늘따라 친구도 없어 혼자 널널한 자리는 여유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비비적 거리며 나란히 앉아 가는 맛이 좋은데...
청풍명월의 고장 도락산은 소백산과 월악산의 중간쯤에 바위가 아름다운 산이란다.
도락산은 공룡능선의 축소판 같다니 만만치 않은 산 이라 약간은 걱정되지만
지루한 걷기 보다는 암릉의 아슬한 산행을 좋아 하는 나의 독특한 산행 실력을 믿어 보면서
그리 높진 않다는 것 때문에 오랜만에 산행으로 나의 건강을 채크하기로.
월악산 국립공원 범위내에 있다더니 도착한 곳에 국립공원 관리원이 상주 하는지
우리 먼 거리 버스에서 경직된 몸풀기에 동참한다.
출발은 부지런히 하여도 후미 다섯분들과 함께이어서 다행이다.
진달래가 아침빛에 반짝이니 눈길, 발길, 잡는
애꿎은 진달래 핑계대며 늦은 걸음이다.
늦은 걸음 이어서 다른 분 들 점심 거의 끝나갈 때 쯤에야
합류 할 수 있어 진달래 향기와 함께 하는 점심이다.
이제 점심부터는 자신 있는 산행이다.
오르막에서 약하지만 내리 막에서는 항상 자신있으니...
계속되는 철계단 오르내리게 만들어 놓은 도락산
신선이 가져다 놓은 바위인가 아기 자기하게 늘어선
암릉 사이 사이에 소나무도 신선의 손길이 닿아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빼어난 아름다운 소나무에 넋이 빠진다.
그러다가도 사람들 꼭 한번씩 안아보고 올라보고 하는 커다란 적송이 나타나면
튼튼한 소나무 가지에 올라 보며 나무타기하는 소년 소녀의 동심으로 돌아간다.
암릉으로 아름답다 하더니 소나무 사이 사이에 한참인 분홍 진달래가
도락산의 정상을 천상의 정원처럼 꾸며 놓았다.
제봉까지 오르는 곳에는 작은 연못?에 개구리가 한창 짝짓기 하며 노닐고 있다.
어떻게 이 정상에 조그만 웅덩이에서 살아 가는지 알 수가 없다.
비가 많이 오셔야지나 그 애들 다 살아 갈 수 있을텐데...
계곡 물 놓아 두고 어찌 이 바위봉우리만 있는 정상에서 살아가려는지...
그리 높지 않은 도락산에는 고사목도 많다.
알콜달콩 암릉과 분재 같은 소나무와 진분홍 진달래와 거무튀튀한 고사목은 너무 어울리는 산정상의 한폭의 그림이다.
소나무, 진달래 고사목에 자리 내어주는 암릉등이 어우러진 정상을
마음속에 꼭 꼭 눌러 담고 하산길.
하산길에는 철쭉 종류 다양해도 새악시 연분홍 볼 연지 같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철쭉이 반기며 활짝 웃음으로 맞이하고 배웅한다.
어버이 날 특별 이벤트 있다 하시더니,
도락산 정상의 아름다움에 빠져 산행이 늦어 진 이유???로
충주호 배를 타는 것은 충주호 내려다 보며 휘돌아 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암릉 오르내리며 흘린 땀 막국수와 닭갈비로 저녁을 먹고 즐거운 도락산 산행이었다.
오랜만에 땀도 많이 흘리며 아름다운 암릉을 오르내리며 즐거운 하루로 건강하게 산행을 하였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즐거운 산행에 동참하였으면 하는 바램인 하루로 도락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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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음맞는 친구들과 산에 오르면 절로 웃음이 절로 행복이 솟아나는데 왜아니 가고 싶을까? 열씨미 다니셔유 ㅎㅎㅎ
그 산 혹시 도명산(?) 이라고도 하는가요? 그 근처인것 같은데 도명산을 한번 가 본적이 있습니다.
이달 마지막 주말엔 동문산악회에서 속리산 문장대에 올랐다 오는길에 청남대 들르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멋있고 예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