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사투리에는 '게미'라는 말이 있다. 씹을 수록 구수한 맛, 음식 속에 녹아있는 독특한 맛을 의미하는 이 말은 남도 문화 전체를 대변하는 말일지 모른다. 오랜 굴곡의 역사를 지나며 그 속에 곰삭아진 삶의 향이 음식과 문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왔으니 말이다.
전라도의 별미, 홍어. 볏짚 속에서 제대로 삭힌 홍어 한 마리에서는 무려 12가지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눈물이 나도록 톡 쏘는 맛부터, 씹지 않아도 술술 넘어갈 만큼 부드러운 맛까지. '게미'있는 그 맛은 꼭 전문점을 찾지 않아도 광주에서는 쉽게 맛볼 수 있다.
호남 최대의 재래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양동시장.
도마에 놓고 뚝뚝 썰어내는 먹음직스러운 홍어에, 손수 수를 놓은 아름다운 한복에.
예로부터 혼수품으로도 유명했던 양동시장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어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몇 안 되는 '재래식' 거리이다.
별미를 즐겼다면 남도의 전통 한정식도 놓칠 수 없다.
비옥한 평야와 맑은 강이 있고, 남도의 각 지역에서 해산물이 올라와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산해진미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광주이다.
하지만 그 화려함보다 한 끼니에도 차린 이의 후한 인심과 정성이 느껴지는 감동이 남도 한정식의 진수가 아닐까.
이처럼 찾은 이를 홀대하는 법이 없는 광주는 예를 중시하는 '예향'이다.
하물며 서로 다른 이가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는 일에는 어떠할까.
뭐든지 '빨리, 빨리'만을 외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차분히 서로에게 예를 다하는 광주 향교의 전통 혼례식에서 남도문화의 정수를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