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마라톤연합회의 12개 클럽이 단합하는 단체 대회로 홍성마라톤대회에서 하프코스를 달리고 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텔레비젼에서는 연신 북한이 풍계리6차 핵실험에 성공했다며 5.7의 인공지진파가 감지됐다는 속보가 전해지고 있었다.
아! 하늘은 왜 저리 곱단 말인가!
멀리 서해대교 위로 뭉게구름이 천진난만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차가 잠시 신호대기로 정차 했을 때 차창 밖의 목가적인 풍경은 TV의 속보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였다.
김정은에게 마라톤을 가르치면 어떨까..
등 뒤에 사정없이 내리쬐는 볕과 충청도의 "아부지~ 돌 굴러가유~~" 했다던 느린 말투를 닮은 길게 늘어진 언덕코스.
그곳에서 치열하게 자신과 싸운, 우리 165명의 평택마라톤연합회의 승리한 전사들!
화합과 배려가 몸에 배이도록 단련되어지는 마라톤을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한다면 역사는 또 달라질텐데...
6km 코스에서 3위를 거머쥔 김종문 연합회훈련팀장님,
10km단체전에서 5위를 달성하신 우리 송마 회장님과 이정현님부부, 오창근선생님, 서동남님,
하프에서 15위를 하신 천홍준훈련부장님.
목표를 하프 2시간 안으로 잡고 기어이 이뤄내신 조성웅님.
첫하프 도전을 완주하신 박용수님과 2시간 8분대를 기록하신 최영훈님.
이 분들의 기쁨과 여운이 가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최영훈님께선 기록을 조금 아쉬워 하셨다.)
오늘 경기도지사기 육상대회에 35명의 평택시 선수들이 출전하느라 조금 아쉽긴했어도 우리 송마로서는 이만한 쾌거도 없다.
홍성대회 주최측에서 마련해 준 다섯 개의 부스를 가득 채우며 대회 소감과 웃음을 나누시던 평택 연합회 선수들 표정이 낯설지가 않았다.
경기 후 클럽 별로 흩어지는게 아쉽다며 한자리에 모여서 음식을 나누도록 연합회 조성미사무차장님과 거북마라톤 전옥화회장님과 개나리식당 사장님의 수고로 만들어진 자리다.
13~4km부근에서부터 함께 하셨던 거북마라톤의 정이용선생님께 감사하며 마지막 두개의 언덕 중 하나를 어지러워서 걸었을 때 곁에서 함께 걸어 주셨던 그 마음을 소중히 간직한다.
어쩌면 평택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마라톤이라는 너무도 고귀한 스포츠를 통해 모르던 분들과도 하나가 될 수 있다는게 끝까지 우리가 지켜야 할 조화로운 마음 아닐까.
두 시간 십분대를 목표로 잡았었지만 언덕이 많다는 정보에 마음을 접고 두 시간 삼십분까지도 생각했었다.
굴다리 정모 훈련이다 생각하고 출발했지만 정모훈련은 이른 아침에 하지만 대회는 아침 아홉시 출발이어서 이미 해가 중천.
뜨거워지는 열기는 어쩔수가 없었다.
십킬로미터 선수들과 코스가 나뉠 때 그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출발 전 김성일님께서 보시던 10km코스도는 다리 모양을 닮아 있었다.
그러니까 발 뒤꿈치 아래 쯤에서 갈라진 셈일까?
꽃길을 달리는 그들을 윗길에서 내려다 보며 달리면서 무척 부러웠다.
완만한 경사를 내려가면서 반대로 돌아올 땐 얼마나 힘들까를 미리 생각 할 즈음 천홍준부장님에 이어 최영구총무님이 반대편 주로를 달려 들어가시는것을 보며 응원했다.
박용수님과 함께 달릴까 했지만 잘못하단 도리어 폐가 될 수 있어 잠잠이 앞만 보기로 했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집에 와서까지 물병만 연신 비우고 있다.
그나마 어린 가을바람이 가을인척 하고 있었다.
꽃길에는 여름꽃 백일홍이 한창인데도 말이다.
본능적으로 작은 그늘이라도 찾고 있었다.
횡성과 고성에 이은 홍성..그러고보니 성자 들어가는 고을에선 늘 이 모양이었다.
참, 홍성의 옛지명이 홍주였다고 한다.
부덕고백을 함께 종주했던 거북마라톤클럽 선수들, 합동정모훈련을 함께 하고 또 지난 서산대회도 함께 한 평택연합회 선수들이 주로에서도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미 친근한 송탄마라톤 식구들과는 또 다른 친근감이다.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연합회 싱글렛을 보고 그냥 한울타리 안에 있다는 친밀한 감정으로 응원하게 되니 말이다.
대회라기보다는 훈련을 다녀 온 느낌이지만 좋은 기억의 사진첩을 또 마음에 담는다.
대회장에 마련된 샤워 물줄기가 인상적이었다.
시원한 물통 안에서 꺼내 준 생수를 준비한 주최측 배려가 고맙기만하다.
여성 선수들은 보통 세개의 상의를 입기 때문에 더운 날엔 고충이 있어 이런 배려가 간절하다.
대회측에서 마련한 먹거리 부스 앞 그늘막 아래 맨 땅에다 기념품으로 받은 김 상자를 상으로 삼아 바닥에 털썩 앉아 냉면과 두부김치, 수육을 먹으며 경미언니와 최영훈님, 강교수님과 함께해서 그냥 좋았다.
함께여서 그냥 좋은 그런 기억이 오래 가길 바란다.
뒤늦게 참가를 결정한 탓에 정보 부족으로 박용수님의 기록증을 챙겨 드리지 못한 게 좀 아쉽다.
기록증을 현장에서 출력한다는 것을 미처 챙기지 못했었다.
그래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던 충청도의 넉넉한 인심을 챙긴건 덤이었다.
아, 그림 같았던 하늘을 가득 들이마시고 왔다.
(경기도지사기 육상대회에서 평택시 선수들이 종합3위 했다는 기쁜 소식도 방금 들었다.)
첫댓글 송마 최홍보팀장님 후기는 참 잘 쓰는 작가 수준입니다.
잘 읽었읍니다.
감사님^^ 이곳에서도 뵙는듯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