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유 인 더 큐?(Are you in the queue?)” “당신은 줄(서기)중에 있습니까?”
영국 어디서나 대중이 모여 줄을 서있는 근처에서 얼쩡거리면 흔히 듣는 물음이다. ‘노(No)’면 묻는 사람이 나를 빼고 줄에 들아가겠다는 뜻이고 ‘예스(Yes)’면 나 다음에 줄을 서겠다는 뜻이다.
영국생활은 줄서기에서 시작하고 줄서기에서 끝이 난다. 학교 약국 은행 병원 기차표 버스 우체국 패스트푸드 수퍼마켓 식당 공항 그리고 모든 곳…. 아마도 줄서기의 예외가 그래도 양해되는 곳은 아기와 함께 있는 엄마와 장애인에 대한 우선적인 비행기타기 배려 정도가 아닐까.
이렇게 영국생활은 모든 것이 시간이 걸리고 느리고 답답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줄서서 공정한 순서에 따라 일이 처리되는 것이야 생명이 걸린 병원이라 해도 의학적으로 똑같이 생명들이 경각에 달린 이상 줄서기 순서 외엔 더 할 말이 없다.
이러한 영국에서 작년말 싱가포르의 국부이자 선임장관의 직책도 가지고 있는 리콴유 전 총리가 방문중 부인의 급환으로 런던의 공공병원에서 토니 블레어 총리실의 도움으로 그 부인에 대한 우선 처치를 받았고 느린 조치에 불만을 터뜨렸다는 외신 보도에 접한 영국의 각계각층은 너무나 자신들의 경험과 다른 ‘총리실의 새치기 조치’에 모두가 의아해 했다.
우선 이 사건의 당사자인 리 장관이 영국변호사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분들만 뽑히는 QC(여왕 상담역)인데 법률공부 제1조에 속하는 ‘인간의 평등’ 특히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위기상황에서 ‘줄서기 질서의 새치기’를 원했다는 배신감.
특히 새치기를 시켰다는 블레어총리 부부도 영국의 지도적 변호사인데 여기에다 왕립글자가 붙은 병원의 책임자마저도
80세도 더 살아온 싱가포르 국모를 우선 살리기 위해 아직 다 못산 다른 젊은 환자를 희생시킬 수도 있는 상황의 새치기가 공정의 대명사 영국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이 영국사회에 일었다
영국병원의 환자처치순서는 의학적 이유만이 고려대상
이 문제는 특히 재영한국인 사이에는 역시 환자가 일국의 국부의 부인이고 당사자 부부 모두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영국통이다보니 영국총리도 ‘국익을 위해 새치기를 할 수 있는 규정이나 이유’를 찾아낸 정도로 지레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영국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특히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특혜를 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대단히 민감한 문제로 이 보도는 큰 국가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런던의 병원당국은 공식대변인의 성명으로 “영국의 병원에서의 환자의 치료처치순서는 오로지 의학적인 이유만이 고려대상이 된다”고 간단하게 이 새치기 보도를 일축했다.
그러나 급기야 리 장관 사무실은 문제가 커지자 해명 성명을 발표, “블레어 총리의 사무실이, 리장관 부인이 환자후송 즉후인 당일 새벽 3시30분 병원에서 순서를 새치기하고 바로 뇌 촬영을 받는데 관여했다고, 리 장관이 잘 못 안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발단과 전말은 리 장관 부부가 영국 방문중 부인이 중풍으로 쓰러지자 리 장관이 영국 정부의 개입으로 특별한 의료 혜택을 받았다고 싱가포르의 신문에 밝힌 발언이 영국사회의 큰 문제가 되자 이 말을 취소(철회)한 것이다.
리 장관 부부는 런던의 ‘포 시즌스 호텔’에 투숙했는데 콰걱추 여사(82)가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져 ‘로열 런던 병원’으로 급송됐고 새벽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았으며 새벽 3시30분에 토니 블레어 총리 사무실에 전화를 해 치료를 더 빨리 받을 수 있었다고 리 장관이 밝힌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당시 리 장관은 부인이 쓰러진 뒤 45분이 지나 구급차가 왔고 새벽 2시 ‘로열 런던 병원’에 도착했으나 아침 8시나 돼야 뇌 촬영이 가능하다는 병원측 설명에 주영싱가포르 대사관 당국자를 황급히 깨워 총리실에 전화해 3시30분에야 겨우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된 바 있다.
그는 또 “아내가 만일 싱가포르에 있었다면 한 시간 반 정도면 응급처치와 정확한 진단을 끝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한 때 자신이 극찬했던 영국의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혹평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보도됐다.
부인 콰걱추 여사는 그후 싱가포르 내 병원으로 옮겨져 완전히 회복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엔 없는 줄서기의 공정성국민세금의 엄격한 사용관념
한편 이 사건의 후유증은 부인의 후송비용에서도 불거져 나왔다.
리 장관은 자신의 아내가 영국 런던에서 갑자기 쓰러져 전문의료진이 동승한 싱가포르 항공편으로 급거 귀국한 것과 관련 인터넷 등 여론이 국민의 세금사용에 관한 논의가 나오자 런던에서 그의 아내가 받았던 치료비용과 싱가포르항공을 이용한 비용, 양국의 병원비 등 일절의 모든 비용을 자신이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비용은 수만달러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복수의 신경외과 전문의와 2명의 중환자전문 간호사, 산소호흡기 등을 갖춰 환자수송에 나섰다. 리 장관은 또 “단시간 내에 싱가포르항공이 모든 준비를 끝냈으며 다른 항공사라면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이러한 줄서기의 공정성과 국민세금의 엄격한 사용관념에 관한 보도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한국의 병원에서도 퍼스트레이디에 준하는 인물의 응급환자 처치 경우에도 다른 환자들도 함께 공정하고 투명한 ‘의학적 이유’만을 고려한 인간생명 평등의 처리가 가능했을까 하는 의구심에 소름이 끼친다. 우리 네티즌도 싱가포르에 지지 않게 국민세금의 퍼주기식 낭비도 없을까 함께 주위를 살펴보자.
한 예로 한국의 사법연수원 수료자 중에서 판사 검사 임용순서를 가리는 수많은 규정과 요소보다 어느 주말 식사시간 런던에서 제법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 예약 없이 갔을 경우 누구를 막론하고 온 순서에 의해 자리를 배정해 주는 상대적으로 못배운(?) 웨이터의 공정하고 엄숙하기조차한 하찮은(?) ‘직무수행’에서 더 많은 만인의 만족을 본다면 과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