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하이힐 싣고 춤추는 복숭아
최재용
팔공산 끝자락,
학이 춤을 추었다는 무학봉 기슭
조그마한 복숭아 텃밭 어디에
밤이 깊어 여울지면
별과 새와 반디불이를 벗하며 복숭아를 키우는 한 여인이 있으니 달의 항아를 닮았다고 하네
북숭아의 성화나 잔병에 지치면
가끔 시내로 나와
시텃치 사람들과 시를 읊조리거나 낭송을 하고
한 밤에는 복숭아에게 자장가를 부르며 시를 쓰곤 한단다
새벽 이슬과 별과 달로 키운
복숭아의 형상과 품격은 그 어디에 견줄까
인물은 냇가에 빛나는 올망졸망한 조약돌을 닮았고
속내는 고흐의 하늘빛이거나
조용한 호수가의 수파를 닮았다
아!
그 맛는 또 어디에 견줄까
선녀들이 흘린 천도만 주워먹어도
신선이 된다는 전설이 있고,
손오공은 천도를 훔쳐 먹고서
금강불괴의 무신이 되었다지만..
학이 춤추는 곳에서 성장한 그 복숭아는 그 향기를 하늘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땅을 향해 재주를 부리며 나래를 편다
올되게 야물게 자란 복숭아들이
세상 구경하고 싶다
앙탈부리면 샛별 앞세워 시장으로 나간다
먼 옛날 팔공산에서
견훤에 쫓긴 왕건이 한숨 돌렸다는
안심시장에 하이얀 힐 구두를 싣고
복숭아 데리고 나온다.
무학산 복숭아는
반짝이는 하이힐위에 미끄러지듯
번개처럼 바람처럼 대중속으로 살아진다
열심히 땀흘리며 살아가는 민중의 쉼터에
여담을 즐기는 언덕의 까페에
웃음이 졸졸 흘러나오는 가난한 밥상위에
청학이 긴 날개로 맛향을 피우며 오롯이 날개를 접는 것이다
* 무학봉ㅡ 하양읍의 뒷산
* 하이힐ㅡ하양에서 복숭아 키우는 여류시인
** 시낭송 동호회에 흰 하이힐 싣고 복숭아 한 상자들고
나타난 시인을 보고 어느 회원이 흰 하이힐과 복숭아를 소재로 시 한편 쓰면 좋겠다고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