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정중앙이 되다
하지만 이제 양구는 군사 도시이자 오지의 이미지를 벗어날 참이다. 우선 2002년 인공위성을 통한 정밀 측정을 통해 양구군 남면 도촌리 산48번지가 대한민국의 정중앙임을 밝혀냈단다. 군 각개전투장이었던 정중앙점은 단숨에 양구의 상징이 되었다. 어쨌든 양구는 ‘한반도의 오지’에서 이제는 ‘한반도의 정중앙’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2002년 위성탐사 등으로 찾아낸 국토 정중앙점 <이우형연구원>
굽이굽이 악명 높은 46번 국도도 이제 3곳의 터널(수인터널, 웅진 1·2터널)이 뚫리면서 한숨 돌렸다. 이제 춘천~화천간을 잇는 배후령터널만 뚫리면 극심한 차멀미에 시달리면서 군대 간 아들을 면회했던 기억은 또한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남~춘천을 잇는 동서고속도로가 뚫리면 서울~양구 거리는 1시간 30분 걸릴 것입니다.”(전창범 군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양구의 특산물은 방산 고령토로 만든 자기(磁器)와 잣, 오미자, 인삼 등이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4~5개월만 키우는 시래기와, 맛과 향기가 최고인 곰취는 물론이고, 극심한 일교차 덕분인지 사과 또한 당도가 최고란다. “온난화 때문인가요. 대구·청도 등에서 자라던 사과가 심지어는 최전방지역인 해안분지에서 고랭지 채소의 대용품으로 각광받고 있어요.”(방영선 해안면장) 무슨 말인가 하면 최근 소양호로 밀려드는 토사의 원흉이 해안분지에서 키우는 고랭지 채소 탓이라는 분석에 따라 대체작물로 사과나무를 키울 요량인데, 이는 날씨가 따뜻해졌기에 마련할 수 있었던 대안이라는 것이다.
양구를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군립 박수근 미술관이다. 박수근 화백의 고향인 정림리 생가터에 마련된 미술관에는 작가의 채취가 묻은 유품과 유화, 수채화, 판화, 드로잉 등이 전시되어 있다.
짧아진 거리, 남은 과제
어쨌든 ‘오지’에서 ‘중심’으로 탈바꿈한다는 양구의 야심은 물론 긍정적이다. 하지만 필자와, 동행한 이우형씨의 얼굴에 걱정거리가 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양구엔 열목어 최대서식지인 두타연과, 대암산(1340m) 기슭에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습원인 용늪(천연기념물 246호) 등이 있다. 교통이 편리해지면 사람들의 손을 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천혜의 자연유산들은 한 순간에 끝장이 될 수 있는 곳들이다.
2009년 2월 두타연을 찾았던 날. 민통선 출입을 통제하던 군 초소가 4㎞ 북상했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기존의 군 초소는 용도폐기 되었고 한참을 더 가서야 통제선이 보였다. 아직은 민통선 이북이라지만, 사람들과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뜻이고, 훼손의 염려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곳에 두타연 트래킹코스까지 설치되었다. “걱정은 걱정이에요. 오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람이 살 수 있는 고을도 만들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천혜의 자연 및 문화유산들의 가치를 보존시켜야 하고….”(이우형씨)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고을이어야 바로 양구군의 슬로건처럼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지는” 비결이 될 것이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신택리지, 이기환, 경향신문)
2025-03-16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