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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만 해도 사랑이 영그는 길 |
드라마 통해 유명세… 연인ㆍ친구ㆍ사진작가 행렬 이어져 돌담ㆍ염전ㆍ풍력발전기 … 수평선 너머 해넘이도 황홀경 비금도 하트해변길 |
입력시간 : 2012. 08.17.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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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해변이 있다. 신안 비금도에 있는 이 해변은 텔레비전 드라마 '봄의왈츠'를 통해 알려졌다. 6년 전 봄, '여름향기'와 '가을동화' '겨울연가'에 이은 계절시리즈 완결편으로 방송된 '봄의왈츠'는 현대인들에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힘을 일깨우며 진한 감동을 주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서도영과 한효주의 사랑을 완성시켜 주면서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곳이 바로 이 하트해변이었다. 하트(♡) 모양을 한 해변이 서정적인 영상미와 더해져 국민들 사이에 회자됐다. 해변의 이름도 여태까지 불렸던 '하누넘해변'에서 '하트해변'으로 바뀌었다.
이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이 해변에 가면 사랑이 이뤄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속설이 퍼졌다. 혼자 가면 가까운 시일 안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게다가 하트해변은 빼어난 절경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도 않아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맞춤이었다. 당연히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사진작가들의 출사행렬도 잦아졌다.
지금은 해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전망대가 세워졌다. 하트 모양의 조형물도 만들어져 있다.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면 모래사장이 하트를 이루고, 밀물 때면 바닷물로 하트 모양이 완성된다. 바닷물도 짙푸른색으로 세파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준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생겨난다.
해변도 산과 섬에 둘러싸여 아늑하다. 주변의 기암괴석도 아름답다. 해안을 따라 돌아가는 길도 예쁘다. 경물도 매혹적이다. 국내 어디서도 보기 드문 절경이다. 유럽의 어느 섬 부럽지 않은 풍광이다.
하트해변을 더 황홀하게 만드는 건 해질 무렵. 바닷물이 온통 붉은빛으로 변하면서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붉게 물들인다. 연인과 함께라면 서로의 마음속에 영원한 내 사람으로 새겨지는 순간이다. 가족간의 사랑도, 친구간의 우정도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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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해변에서 구부러진 길을 따라 전망대를 지나면 내촌마을로 간다. 이 고개를 넘어가는 길에 우실도 있다. 섬문화의 상징인 우실은 일종의 바람막이용 돌담. 하트해변에서 불어 재를 넘어오는 '재냉기바람'을 막기 위해 쌓은 것으로 농작물 피해를 막으려는 선조들의 지혜가 묻어나는 돌담이다.
내월우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선왕산(255m) 아래 내촌마을에는 또 섬마을 특유의 돌담이 원형대로 잘 보존돼 있다. 내월우실과 함께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격이 다른 돌담이다.
마을도 뒤쪽의 선왕산과 어우러진 배산임수의 지형으로 편안해 보인다. 선왕산은 그림산(226m)까지 능선으로 5㎞가량 이어진다. 양옆으로 펼쳐지는 다도해 풍광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등산로도 잘 다듬어져 있다.
하트해변과 돌담만 비금도의 명물이 아니다. 원평해변과 이어지는 명사십리해변도 이에 버금간다. 모래가 어찌나 보드랍고 고운지 발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자전거는 물론 자동차를 타고 달려도 괜찮다. 해변에서 보이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도 이국적이다.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펼쳐진 모래사장을 걷는 연인들의 모습도 화보가 된다. 모래사장을 달리는 자동차도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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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변을 구릉으로 잇는 구불구불 산책로도 예쁘다. 거리가 5㎞쯤 된다. 편의시설이 없는 대신 자연 그대로의 고즈넉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장대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방치되다시피 한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하루 일과를 마친 해가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모습도 황홀경이다. 해만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게 아니다. 하늘도 구름도 바다도 온통 시뻘겋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조차도 시뻘건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노을이 아름다운 섬'답게 이방인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저녁노을이다.
비금도 여기저기서 만나는 드넓은 염전은 주민들이 섬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해준 '목숨줄'에 다름 아니다. 사실 비금도는 우리나라 천일염의 시발지다. 천일염을 처음 시작한 이는 이미 고인이 된 박삼만. 그는 광복 직후 평양에서 염전기술을 익히고 돌아와 작고한 손봉훈과 함께 염전조성을 시도했다. 지금처럼 토목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지게로 돌과 흙을 날라 갯벌을 막고 염전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1946년 3월 수림리 앞 갯벌에 조성된 염전이 '시조염전(1호염전)'이다. 이 전까지는 바닷물을 커다란 솥에 끓이는 방법으로 화염(火鹽)을 만들어 왔다. 시조염전에서 천일염 생산에 성공하자 1948년 비금주민 450세대가 염전조합을 결성하고 100㏊나 되는 염전을 조성했다. 이것이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가 된 '대동염전'이다.
천일염의 보급은 섬주민들의 생활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소금값이 좋을 때는 염부들 지갑의 실밥이 터질 지경이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비금도의 관문인 가산선착장에 수차를 돌리고 있는 박삼만의 동상이 서 있는 건 이런 연유다.
여행전문 시민기자ㆍ전남도 대변인실
여행정보
가는 길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이 1일 4회(07:50, 08:00, 13:00, 16:00) 출항한다. 비금 수대항까지 50분 소요. 요금은 편도 2만1000원. 자동차를 갖고 들어가려면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차도선(07:00, 13:00, 15:00)을 이용해야 한다. 섬에 마을버스와 택시가 있으며, 택시를 이용해 이곳저곳을 돌아볼 수도 있다. 택시투어(☎275-5166)는 1시간30분에 6만원 안팎. 교통문의-쾌속선(남해고속·대흥상사 ☎244-0005, 동양고속 ☎243-2111), 차도선(비금농협 ☎275-5251, 도초농협 ☎275-2033).
먹을 곳
바다에서 갓 건져낸 싱싱한 해산물을 재료로 한 회와 매운탕이 주된 식단이다. 지역주민들은 청해식당(☎275-4617)과 만나가든(☎275-0602), 빨강식당(☎275-6100), 백련가든(☎275-0188)을 추천한다.
묵을 곳
한옥 형태의 민박에서부터 유럽풍의 펜션까지 다양하다. 명가한옥펜션(☎010-9668-5513),윈드펜션(☎010-2055-5779), 엔젤펜션(☎010-7336-5004), 하얀갯마을펜션(☎010-4620-4620) 등이 비교적 깔끔하다.
가볼 곳
비금도 여행은 걷기는 물론 자전거 하이킹이나 자동차 드라이브까지 다 좋다. 가산항에서 대동염전-명사십리·원평해변-하트해변-수대항 코스가 일반적이다. 특히 내월마을에서 하트해변을 거쳐 고서마을 삼거리까지 해안일주도로 6㎞ 구간의 풍광이 빼어나 걸으면 더 좋다. 갯바위 낚시 포인트도 많다. 해변에서 후리질, 염전에서 천일염체험도 해볼 수 있다. 명사십리해변 부근에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의 바둑기념관도 있다.
여행문의
비금면사무소 ☎275-5231, 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