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野球) 이야기
야구(野球)는 넓은 운동장에서 하는 구기(球技)이며 영어로는 Base Ball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해방되던 즈음에는 야구가 무슨 운동인지 국민 대부분 잘 몰랐다. 그렇지만
수도 서울과 항구도시 부산, 인천은 일본으로부터 각종 구기운동이 일찍 도입되면서
여기 시민들은 야구도 쉽게 접하게 되었다.
요지음은 수 많은 학교가 자웅을 겨루지만 50-70년대만해도 야구 명문교로는 서울은
휘문고 선린상고, 부산은 부산고(부산중) 경남고(경남중) 부산상고(개성중) 경남상고,
호남에서는 광주일고 정도이며 인천에서는 동산고가 이름을 날렸다.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 인근 개성중학 운동장에서 정식 야구 경기를 처음 보았는데
지금과 같은 잔디구장은 커녕 제대로 고르지도 않은 맨바닥 흙과 돌로 된 일반 운동장
에서 불규칙 바운드(Ilregula Bound)가 자주 발생하여 선수들이 애를 먹고 있었다.
중 고등학생시절, 야구시합 날에는 버스 차비가 없어 삼삼오오 때를 지어 구봉산 허리를
돌아 1시간 넘게 걸어서 공설 구덕 운동장으로 몰려가 천지가 떠나갈듯 응원을 했다.
현수막과 함께 축제 분위기가 넘쳤다.
사관학교에 입교하니 역시 대부분의 생도들이 야구를 처음 접하여 용어와 경기방법과
규칙(Rule)에 어두웠다. 물론 언제 어떤 구호가 무슨 뜻으로 부르짖는지 알리가 없다.
모두 어리둥절한 모습은 비단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출신 대부분 동기생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조종학생때와 초급장교시절 가끔 레크레이션으로 편을 나누어 야구(소프트 볼)를
할때 투수자리를 맡았고 미국에 사는 휘문고 출신 J, 부산고 야구선수 C, 경북고 P,
성동고 K 는 야구를 잘 아는 동기생들이었다.
나의 초등학교 동급생 Y는 개성중학에서 촉망받는 이름 난 투수였는데 김응용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활약하다가 후일 그만 경기고로 스카웃되어 갔다.
그 당시 야구 용어는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였다.1루수는 퍼스터 베이스 맨(First Base Man)
세컨드 - (Second) 서드 - (Third) 유격수는 쑈스탑(Short Stop) 외야수는 레프트 필드
(Left Field) 센터 - (Center) 라이트 - (Right) 라 불렀다. 가장 공이 많이 날아가는 길목의
유격수는 민첩해야 하고 공잡는 기술이 뛰어나야한다. 1루수는 왠만한 악송구도 잡을 수
있으야 함으로 키가 크다. 홈런 강타자는 보통 외야수(Field)에 포진한다.
9명의 선수중 투수(Pitcher)가 최고 스타(Star)이지만 포수(Catcher)가 가장 힘든 포지션
(Position)으로 다리와 가슴에 방패같은 멧트를 착용하고 한손에는 큰 찐빵같이 둥근
글러브(Glove)에 또 다른 손에는 안면 보호용 철망 마스크를 V자형으로 번쩍 들고
'투아외이 투아외이~' 짐승같은 고함 소리가 팀을 리드하고 메아리 되어 운동장 분위기
를 압도한다. 청소년, 우리 가슴에 최고 영웅으로 다가왔다.
* 투아외이(Tow Away) : 타자 2명이 죽었으니 힘을 내어1명까지 마자 잡자는 격려의 말
옛날에는 프로 야구팀이 없었고 중 고교 야구가 하이라이트였는데 3-40대에는 라디오로
중계방송을 자주 들었다. 전문 해설자는 야구의 빛과 그림자를 점쟁이처럼 예견하면서
시청자에게 흥미를 돋구어 주었다.
주심들의 목소리와 제스추어도 개성적이어서 개구장이들이 곧잘 흉내를 내었다.
과거 볼 카운터(Ball Count)는 스트라익과 볼의 순서였는데 오늘날은 볼이 먼저이고
스트라익을 뒤에 부른다.
응원은 두가지로 구분되는데 자기편 선수에게는 용기와 격려를 부탁하는 "플레이 플레이
ㅇㅇㅇ"가 선창과 복창으로 이어지고 상대방 선수에게는 실패를 종용하는 함성으로
"무시 빳따 무시 빳따 ㅇㅇㅇ " 혹은 " 볼피 볼피"라면서 신경을 건드리고 성을 돋구는
비아냥인데 웃음과 재미스런 야유성 농(弄)들이다.
* 플레이(Play) : 잘싸워라
무시 빳따(Batter) : 나무방망이가 아니라 물렁한 무시(무우)방망이로 때리는 약한 타자
볼피(Ball Pitching 의 약어) : 투수가 스트리익이 아니라 볼만 넣으라는 주문
가장 통쾌한 순간은 공격에서는 홈런(Home Run) 이고 수비에서는 한꺼번에 2주자를 잡는
겟투 플레이(Get Tow Play)와 주자가 1루에서 2루로 도루할때 포수가 어깨 힘으로 볼을 던져
주자를 터치 아웃(Touch Out)시킬때다. 그때 날아 가는 공은 더도 덜도 아닌 최적(Optimum)
포물선으로 그 괘적은 바로 예술이다.
최고 절정(Climax)은 9회말 2사(死) 만루(滿壘) 풀 카운터(Full Count, 3-2)에서
공수 양진영은 마지막 생사의 배수진을 치고 한판 대결의 장을 펼칠때다. 맨정신으로
볼 수없다. 안타를 때려 백구가 푸른 창공을 가로 지르면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환희와
절망이 교차 충돌하면서 온통 세상이 뒤집힌다. 응원가와 교가가 요란하고 장내 아나운서
멘트가 나오면서 스코어 보드(Score Board)에는 역전승을 알리는 숫자판이 걸린다.
모든 운동이 다 그렇지만 특히 야구는 적시적소에 적절한 대응 조치를 어느편에서 신속히
잘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작전도 선택의 폭이 넓어 다양하다.
머리싸움으로 찬스가 보이면 보내기 번트, 희생 플라이, 도루(盜壘 Steal), 대타(代打 Pinch
Hitter)도 서슴치 말아야한다. 득점의 위기때 홈런타자가 나오면 미련없이 포볼 걸러 보내기
를 해야한다. 1번 타자는 재치와 발빠른 선수이며 3 - 4 - 5번은 강타자로 조합하여 득점
의 황금 트리오이다.
투수는 직구(直球) 커브(Curve) 언드스로(Under Throw) 슬로볼(Slow Ball)등 힘과 기교를
잘 배합하여 타자를 현혹시키고 삼진으로 무릎을 꿇게 한다. 양편의 실력이 비슷하면 투수
의 끝없는 혈전이 시작된다. 그래서 불펜(Bull Pen)에서 다음 구원투수를 늘 준비하고있다.
나는 어릴 때 부터 골목 야구로 놀았다.
야구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스트라익과 볼도 있고 삼진과 만루 홈런도 있다.
희생타나 불규칙 바운드로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보거나 억울할 경우도 있다.
야구는 그럴때마다 겸손과 어려움을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야구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엮어 가는 인생역정(人生歷程)이라
하지 않았든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