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17. 공감5시
제목: 춘천물레자전거길11-삼천동, 중도배터
1. 벌써 자전거를 타고 춘천을 둘러싸고 있는 의암호를 거의 다 돈 느낌인데요. 오늘은 어디를 달려 볼까요?
먼저 시간에 춘천 의암호스카이워크까지 올라봤습니다. 의암호스카이워크에 올라서 강원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요조시와 세계의 주요도시로 향하는 꿈을 키워본다고 했습니다. 그곳에는 그렇게 주요도시까지의 거리와 방향이 새겨져 있습니다. 투명한 바닥 위에 새겨진 세계 도시를 향한 꿈은 참 좋습니다. 도시마다 품고 있는 고유한 특징을 현지에 가서 맛 볼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행복감을 주니까요. 결코 텔레비전과 라디오와 잡지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요. 정말 백문이불여이견이란 말이 실감나잖아요. 남의 경험을 통해 체험하는 것보다 자신이 경험을 하는 쾌감과 매력감입니다. 이런 느낌을 의암호스카이워크 위에 올라서면 맛볼 수 있습니다.
2.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원장님 얘기를 듣고 있으면 떠오르네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럽니다. 아는 만큼 보고, 본 만큼 안다고요. 넓은 생각 깊은 생각은 편협 되지 않은 식견을 가지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여러 방면을 다 긍정하고 자신의 판단을 세우는 일이지요.
이곳에서 벗어나 춘천도심방면으로 길을 따라 달려봅니다. 그동안 우리는 도심 반대편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공간을 보면서 자전거를 달렸는데요. 이제는 반대로 도심 쪽에서 외곽방면으로 보면서 달릴 수 있습니다. 길은 한동안 물 위로 나 있습니다. 아래는 의암호 물이 출렁이고요. 그 위로 난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게 됩니다.
이 길을 달리다보면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는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내가 바라보는 곳이 떠오르게 됩니다. 우리는 자기의 눈이 간 곳을 보고 생각하잖아요.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눈 감고 생각하면 회상(回想)이 되고요. 눈 간 곳을 보고 생각하면 희망을 바라보는 내상(來想)이 되겠지요. 회상은 자신이 걸어온 과거를 돌이켜 보는 생각이고요. 내상은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미리 생각하는 것이 됩니다. 바로 이곳에 이르러 잠시 달리던 자전거를 멈추고 저 멀리 물과 산을 향해 눈길이 닿는 데까지 바라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생각해 보는 성찰의 시간이 되지요.
3. 참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생각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는 습성이 있어요. 춘천의 물레자전길의 매력이 이런 데도 있었네요.
이 길을 따라 조금만 물 위로 난 길을 따라 달리면 삼천동에 이르게 됩니다. 삼천동은 석 삼(三)자에 내 천(川)자를 쓰는데요. 원래는 마삼천(麻三川), 마삼내, 또는 삼천리라고 하던 마을 이름을 따서 삼천동이라 했는데요. 이때 삼천 또는 삼내라는 지명은 세 갈래 물길이 합쳐서 하나로 되는 동네라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세 갈래 물길은 공지천, 자양강, 소양강의 물길인데요. 이 세 갈래의 물길이 합하여 신연강이라는 또 다른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 위치한 마을이 삼천리였지요. 그게 나중에 춘천시에 편입되면서 삼천리가 삼천동으로 바뀌게 됩니다. 역시 지금은 아주 거대한 공룡 의암호가 모두 삼켰지요. 그래서 그 모습은 사라졌지만, 지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4. 삼천동의 숨겨진 비밀이네요. 그럼 삼천동에서 지금은 무엇을 볼 수 있나요?
이곳은 지명을 들으면 생각나듯이 강원로드의 또 다른 이름다움을 주는 곳입니다. 바로 이곳에 춘천의암호레저시설이 집중적으로 있습니다. 물론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삼천동에 춘천의 체육시설이 많이 있습니다. 운동장부터 승마, 국궁, 빙상장 등도 있고요. 무엇보다 춘천물레길을 따라 물 위로 갈 수 있는 카누, 수상스키, 보트 등을 탈 수 있는 시설이 있습니다.
달리던 자전거를 잠깐 세우고요. 물 위를 따라 노를 저어 가 보면 정말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출렁이는 의암호의 파도를 몸으로 느낄 수 있고요. 호수를 가로질러 섬으로 가는 이색적인 맛도 볼 수 있습니다. 뭔가 아주 다른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호수 밑바닥에 자리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호기심과 두려움과 재미가 겹쳐서 다가옵니다. 금방 자전거를 타고 지나쳤던 그 길도 다른 길처럼 생각됩니다. 혼자서 타는 맛도 좋은데요. 가족이나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면 더 짜릿합니다. 친구는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고요. 연인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고요. 가족은 행복과 기쁨을 더욱 만끽할 수 있습니다. 혼자 타면 외로움의 극치를 맛볼 수 있기도 합니다.
5. 춘천의 호수가 주는 멋이 이렇게도 다가오는 군요. 가족, 연인, 친구, 게다가 혼자 했을 때 고독의 맛, 정말 생각에 따라 참 다른 묘한 멋이 있군요?
이곳에는 또 얼마 전까지 춘천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었던 중도로 향하던 배터가 있던 곳입니다. 아마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란 것이 있었거든요. 이 가요제는 참 의미 있는 가요제 중의 하나였습니다. 197,8,90년대는 정치사상적으로 암울했던 시대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시대는 특히 젊은 청년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행동도 할 수 없었던 시대였습니다. 그때 젊은 영혼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고, 함께 열광하게 만든 행사였습니다. 물론 좋고 나쁜 평가는 바로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어찌 됐던 이 행사가 북한강 강변을 중심으로 열립니다. 그때 많은 장소를 제공했고 젊은이들이 모여 열광했던 곳이 바로 중도 배터 옆의 공터와 중도였습니다. 배를 타고 가요제를 보러 섬으로 행하는 마음, 이는 율도국으로 나라를 열고자 향했던 홍길동의 심정이었다고나 할까요. 젊은 영혼들이 억눌린 감정을 발산하는 장소로 널리 사용했던 곳입니다.
6. 중도가 그런 의미도 가지고 있네요. 요즘 문화재 보전과 레고랜드개발 문제로 시끄러운 곳이잖아요?
중도는 아름다운 섬이지요. 그곳에 가면 가족이 함께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뒹굴고 놀다갈 수 있는 낭만적인 섬이었어요. 배를 타고 호수를 가르며 출렁이는 물결을 지나 이상향으로 가던 곳이었지요. 적석총, 석기시대의 움집 등 각종 유물을 볼 수 있었고요. 넓은 잔디밭에서 유치원생들의 소풍이 연일 이뤄져 아이들이 뛰놀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곳입니다. 마음이 울적하면 중도에 가서 한 바퀴 돌고나면 평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장소를 제공해 주기도 했고요. 지금 그 위에 있는 고슴도치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고슴도치 위(蝟)자를 써서 위도(蝟島)라고 하던 섬도 마찬가지였고요. 울창한 숲이 있고, 추억이 있고, 가까운 곳에서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에 좋았던 섬입니다. 춘천과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자연의 휴식처였지요. 그런데 지금은 그 어느 섬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모두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먼 훗날 무엇이 더 옳았는지 과오는 밝혀지겠지만, 지금 보면 많이 섭섭합니다.
7.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더욱 그런 생각을 많이 할 겁니다. 배터에서 표를 끊고, 통통통 배에서 들리는 엔진소리와 함께 물살을 가르며 섬을 향해가던 각자 마음에 담았던 추억이겠지요?
그런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이 많았던 가 봅니다. 그래서 한동안 춘천을 일러 사랑의 도시, 또는 낭만의 도시라 했잖아요. 지금도 낭만의 도시라 불리지만 춘천의 호수는 사람마다 매력을 느끼게 하고 있는 가 봅니다. 경춘선 전철에는 중년 이후의 부부들이 손을 잡고 해맑은 얼굴모습으로 창밖을 보면서 무언가 대화를 하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됩니다. 젊은 시절 완행열차를 타고 춘천을 찾아 사랑과 낭만을 만끽했던 분들이지요. 그렇게 그 옛날을 회상하며 다시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 장소 중에 하나가 섬이라는 환상으로 다가온 춘천의 중도와 위도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