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날이 정말 꿉꿉했다. 비가 오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였지만, 서울의 하늘은 왠지 계속해서 비가 내릴 모양이었다.
금요일 저녁 서울에 올라오신 모친과 집에서 삼계탕으로 점심을 먹자 마자, 산에 간다고 집을 나왔다.
까맣게 탄 팔과, 설악에서의 찰과상으로 인한 흉터, 무릎의 멍 자국을 보고... 모친의 마음은 갈갈이 찢어짐과 동시에 짜증이 난 듯하다... 그 꼴을 하고 선을 보았던 것이냐...???
일단 피해야 한다...
보통은 야영 출발 직전에 겨우 암장에 도착에서, 얌체처럼 출발하고는 했는데, 1시간 일찍 도착했다. 집에서 나올 때는 비가 안 왔는데, 출발하려니 비가 주룩주룩... 모친이 전화를 한다... 비오는데 위험하다... 폰...껐다. 내 나이가 몇 개인데... 그러나, 부모님께 억 대의 빚이 있는 관계로, 문자를 보냈다. 비 오면, 텐트 안에서 fresh air 만 마시고 오겠다고... 선생님께서... 날씨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내일은 화창할 것이라고...
어쨌건, 바위 생각을 하니, 기분은 붕 뜨는데, 몸의 컨디션이 계속 가라 앉는다.
선발대는 암장 봉고차로 먼저 출발하고, 암장에 도착이 늦어진 S 군을 기다렸다가, 오랫만에 조인한 부현씨 승용차로 편하게 간현까지 갈 수 있었다.
성수기라, 차가 야영장까지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짐을 실고 야영장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구루마를 대여해주어 S 군이 짐을 모두 실고, 막 뛰어간다. 젊음의 열정과 패기가 부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였다.
야영장에 도착하여 텐트를 치고, 늦은 저녁 준비...
코펠이 부족하여, 근처 민박겸 슈퍼에서 냄비를 빌렸다(tip.: 민박하는 사람이라 하면 그냥 빌려주는데, 텐트촌에서 왔다하면, 돈을 받거나, 혹은 빌려주기를 꺼려하였슴)
이래저래... 날씨가 정신이 없더니, 선생님은 양념 등을 두고 오셨고, H 선배는 양념을 다 해놓은 닭도리탕을 두고 오셨단다...아~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나는 쌀을 놓고 왔다...
어쨌건, 부족한 것은 부족한대로, 살 수 있는 것은 구매하여 저녁을 먹고, 술도 마시고, ㅋㅋ
S 군 등 선배 몇 분은 야동(夜動)... *^^* 야등을 하러 가셨다. 출발하시고 한 참 후에 간현암을 쳐다보니, 헤드 렌턴 불빛이 반딧불 모양으로 움직인다. 부럽기도 하고, 딴 세상 이야기 같기도 하였다.
밤 늦게 S 군의 친구...가 후라이팬과 부엌칼...그리고 섹소폰을 가지고 나타났다... 소주 1.5L 2병...이랑...
케로찌... 최 선배님을 기절시키다..
처음 야영할 때는, 한 숨도 못 자겠더니, 좀 익숙해 졌나보다... 밤에 섹소폰 연주가 있었다는데, 기억이 안 난다.
이제는 흘린 음식도 주워서 잘 털어 먹고... 회사에서도 까탈스럽게 굴지 않는다. ㅋㅋ
일요일 아침, 6시에 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아침 전에 짧은 코스들을 오르고, 사람들이 많아지면 늦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최 선배님... 기절 중...
지난 4월 처음 간현에 왔을 때, 올랐던 코스... 중 무난하게 완료했던 코스 였는데, 왠지... 팔에 힘도 들어가지 않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진짜 컨디션 안좋다... 모두들 단숨에 오르는 코스를 당황스럽게 겨우 올랐다. 다른 분들 모두 4~5 코스 하는데, 제일 쉬운 2 코스 마치고 텐트로 돌아왔다. 현나선배님과 아짱~ 선배님 사모님, 부현씨가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냥 별 도움이 안 되는 존재... 그냥 늘어져 있었다. 참, 쌀이 부족하여 사왔다고 하여, 내가 돈을 내었다. 우리 시골집에서 농사지은 쌀은 너무 먹지 않아 냉장고에서 쌀벌레와 사투중인데... 남의 쌀을 사다니... 짠돌이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11시 정도까지 여러 코스들을 도전하던 선배들이 돌아와 같이 밥을 먹었다.
식사 후 멀티피치 등반을 한다고 하여, 나는 등반은 포기하고 부현씨, 현나 선배랑 그냥 텐트에서 fresh air 를 마시면서 인생을 논하기로 하였으나, 컨디션의 저조로 텐트안에서 잠을 자거나... 아짱님...PDP로 핸콕을 보거나 하였다.
시간 개념 없이 등반 간 사람들을 기다리면서 많이 무료하기도 하고... 모친을 버려두고 야영에 온 것이 좀 후회가 되기도 하였다.
오후 등반을 마치고, 늦은 점심으로 냉면을 먹었다. 속이 여전히 좋지 않아... 조금 밖에 못먹었는데, 인스턴트가 꽤 맛있었다. 계속 음식을 해주신 현나 선배, 아짱~ 사모님, 부현씨가 솜씨가 좋은 듯 하다.
선생님은 웃옷을 벗으시고.... 사람들을 데리고 물놀이 갔다... 빈 막걸리 통을 가지고 게임을 하는 듯~ 멀리서 보니, 많이 재미있어 보이는데, 아쉽다. 그래도, 아파서 고생하면 나만 억울하니, 자중하고... 조신 모드로...
짧은 물놀이가 끝나고, 한 2시간 정도 선등 교육이 있었다.
케로찌와 핑크~ 는 역시... 잘 한다. 나는 그들이 걸어놓은 자일에 몸을 맡기고, 가볍게 코스를 등반하는데 만족하기로 하였다.
너무 아쉽기도 하고, 선배들의 응원도 있어서, 코스 중 제일 짧고 용이해 보이는 루트를 선등으로 도전하였다. 식은땀도 나고 긴장도 되었지만, 성공~ 정훈 선배님...왈~ 그 코스는 그냥 걸어가면 되어... 손은 발란스만 잡고... 그냥 발로 디디고 일어서도록.... 그래도 선등은 선등이다...
나는 자일을 걸고도 헤맨 길을 케로찌와 핑크~가 무사히 완벽하게 선등하여 김이 세긴 하였지만, 어쩌겠는가... 나의 능력과 의지가 한참 부족한 것을~
이번 야영은, 시작부터 우울한 날씨와, 불효자라는 찜찜함으로 시작하였으나,
난생 처음 선등을 하고, 맛난 감자탕으로 마무리 하였으니, 비록 어떤 코스를 하였는지도 모르고, 등반 후기도 아닌 장문의 일기가 되었으나... 대(략)만족!
퀵드로우... 장만해야 해서... 이제부터 당분간 도시락 모드다~
첫댓글 귀,엽기,도 한 S군은 .. 음... ....그냥 ..록키가 생각났을 뿐이라고 한다.;;;(에드리안~~~~~~~~~~~~~~~~).
그 S군은 우리가 부끄러워 우릴 버리고 뛰어간거에요!!!! 언니.. 그리고 쏘주 댓병은 1.8L랍니다. ㅋㅋㅋ
케롯한테 부끄러웠던 게 아닐까? ㅎㅎ 소주 용량은 너무 전문적인 부분이라... 전문가의 의견 고마워~ 1.8L 잊지 않겠어요~
제일쉬운 두코스만하구 쭉~~~~~ㅋㅋ 첫선등을 추카추카!!
드뎌... 뽕을 맞았군^^ 선등은 선등이다! 문주씨~ 첫 선등 축하욤^^
선등..뽕....퀵드로우..더 샀어요 ㅋㅋ
핑~ 선등 한거야? 담엔, 슬랩에서 함 해보아욤ㅎㅎㅎ
문주에게 산과 바위는 무엇일까? 또한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언지 확실히는 몰라도 옆에서 쭉 지켜보건데 문주를 훨씬 "말랑말랑하고 촉촉하고 폭삭거리게" 만든 것만은 분명한듯해.
맞아요~ 감동적인 책도, 음악도, 미술도... 나의 감성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산이랑, 바위랑, 그리고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날 "말랑말랑하고 촉촉하고 폭삭거리게"만드네요~ 감동이에요~
바위에 맞춰 급한 마음에 무리한 운동보담...지구력, 파워볼더링, 심폐(달리기)등을 서로 여건이 맞는 회원과 프로그램 적으로 즐겁게 운동하고 바위도 그때 그때 열심히 하면 적어도 한분기 정도 지나면 훌쩍 늘어간 자신의 등반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열심히 하세요...모두들^^
문주 선배님은..무섭다면서..끝까지 다 올라가더구만..요세미티를 위해서...화이팅이에요
화장실 문제는 과학기술이나 의학기술이 1년간 무섭게 발전하기를 기도하면서, 같이 가는 방향으로 합시당~, 라스베가스에서 야시시 옷입고 블랙잭도 한번 하고....
문주님 후기는 정말 현장 생방송 입니다 . 멀티 등반 선등에 그날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