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발생한 순성면 나산리 돈사 화재사건 이후 119지역대 부활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산리에서 돈사를 운영 중인 김용옥, 정명숙 부부는 일요일 밤 식사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돈사 5동 중 2동이 이미 전소한 상태였다. 이날 화재로 소방서 추산 총 240여 마리의 돼지가 불에 타 죽고 돈사 설비 등 7200여 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화재가 난 것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한 이웃은 “돼지가 평소와 다르게 꽥꽥 대는 소리에 나와 보니 이미 오른쪽의 분만동에서 왼쪽 돈사로까지 불이 옮겨 붙어 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 모인 주민들은 “순성에 상주하는 119지역대가 없어 피해를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당진소방서는 당진, 합덕, 송악, 석문, 신평에 119안전센터를 설치하고 인근 지역을 묶어 관할하도록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소방공무원이 지역대에 하루 8시간씩 상주했지만 운영효율 문제로 119안전센터와 통합한 뒤 의용소방대가 지역의 소방업무 일부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화재 현장에서 만난 순성의용소방대원 이병수 씨는 “의용소방대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봉사하고 있지만, 생업이 따로 있는 민간인으로서 일요일 밤에 상시 대기 중인 대원이 있겠냐”며 “보험이나 보상책 등 행정적 지원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큰 불이 났을 때 누가 불길로 뛰어들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특히 순성 지역에는 많은 돈사가 위치해 있는 만큼 지리에 익숙하지 않으면 현장을 찾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초기 진압이 중요한 화재사건에서 인근 지역대가 상주했다면 5분 이내에 도착해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사고 당일 합덕 119안전센터는 현장 주소를 잘못 신고 받아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위치를 확인한 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소방차가 약 7km 떨어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약 12분이 소요됐다. 피해자 김 씨 부부와 함께 현장에 달려온 한 주민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야 할 소방차가 맨 늦게 도착했고 오히려 한전과 파출소에서 더 빨리 현장에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진소방서 이재하 화재조사관은 “신고 당시 돈사 2동이 이미 전소됐다고 무전에 기록되어 있으며, 플라스틱이나 우레탄 소재가 돈사에 많이 쓰여 불이 더욱 빠르게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의용소방대원은 설치 조례에 따른 것으로, 화재 발생 시 의용소방대에도 함께 연락을 해 가장 인근에 있는 의용소방대원이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용소방대원의 대기근무자 편성에 강제성이 없는데다, 소방차를 운전할 수 있는 1종 대형면허증 소지자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119지역대가 절실하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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