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철학이 영향을 미치기 이전의 북한 사회 내 종교 이해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해 있었고, 그 요체를 이루는 것이 사회주의 종교관이다. 따라서 사회주의 종교관에 대한 이해는 북한 사회가 지녀온 이념적 차원의 종교 이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종교관은 “종교에 대한 비판이 모든 비판의 전제가 된다”고 주장한 마르크스의 도전적이고 혁명적인 종교비판에서부터 출발한다. 사회주의 종교관의 효시를 이룬 포이에르바하는 헤겔 철학을 ‘신학의 최후의 도피처, 최후의 지주(支柱)’라고 규정했으며, 헤겔 철학이 형식에서는 철학체계를 이루고 있지만 실제로 그 내용은 기독교를 벗어나고 있지 못함을 신랄히 비판했다. 때문에 그는 헤겔 철학을 극복하여 인간학적인 환원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종교비판이 불가피하다고 보았고, 이와 같은 포이에르바하의 종교비판 태도가 마르크스에게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마르크스는 포이에르바하가 인간의 개념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인간의 본질을 추상체로 본 것을 비판한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본질을 추상적 인간이 아닌 사회적 인간 즉 “인간의 본질이란 현실적으로는 사회적 제 관계의 총화”로 규정지어 모든 관념적 요소와 종교적 요소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르크스의 종교 비판은 포이에르바하의 견해를 계승하면서도 포이에르바하가 단순히 종교적 세계를 세속적 세계의 자기소외로 본 데 대하여, 다시 이러한 세속적 세계의 자기소외는 세속의 자기 분열과 자기모순(계급적 대립)의 반영에 불과하며, 이러한 모순은 혁명적 실천에 의해 제거되어야하고, 그렇게 될 때 종교에 대한 인간의 환상은 소멸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마르크스의 종교비판 태도는 근대 서구사회의 혁명을 기독교 신앙에 대한 저항과 거부로 동일시하는 서구 극좌적 지식인들의 사고를 대변한다. 이 점에 대해 칼 카우츠키는 “기독교 신앙이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는 동안은 혁명의 구상은 신의 뜻에 의해 구상된 권위에 대한 죄 많은 저항으로 거부되었다”고 언급한바 있다.
마르크스의 종교비판 태도가 지니는 특성은 그것이 직접적인 사회비판과 결부되면서 종교와 국가를 사회제도적인 측면에서 동일시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마르크스는 종교와 국가의 사회적 속성을 동일한 의미로 다루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종교적 소외는 “삶의 사회 경제적 조건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마르크스는 “종교가 인간 소외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종교비판 태도는 정치적 해방과 종교적 해방을 동일하게 취급함으로써 종교탄압을 공산혁명을 위한 정치적 해방 수단으로 정당화하는 공산정권의 생리를 형성하는 근거를 이룬다.
마르크스의 종교비판은 칼 뢰비트(Karl Löwith)가 지적한 것처럼 철학적 차원에서 정치적 차원으로, 그리고 경제적 차원으로까지 확대되어 나감으로써 모든 이데올로기 비판의 근거가 된다. 이와 같은 마르크스의 종교비판은 엥겔스에 이르러 보다 정교한 형태로 다듬어지고, 레닌에 이르러서는 혁명실천의 무기로 구체화하여 적용되면서 사회주의 종교관의 전형을 형성한다.
마르크스로부터 엥겔스와 레닌을 거쳐 형성된 사회주의 종교관 즉 종교에 대한 마르크스-레닌주의적 접근의 핵심적 내용은 대체로 다음 몇 가지 형태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사회주의 종교관은 종교의 발생원인에 대해 마르크스가 제시한 종교 원인론 즉 자연에 대한 공포가 원시 종교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평가에서 출발하며, 여기에 자본에 대한 두려움과 지배욕을 근대 종교의 원천으로 본 레닌의 견해가 덧붙여지면서 종교를 지배계급의 도구로 보는 기본 인식의 토대가 형성되었다.
둘째, 사회주의 종교관은 종교와 미신을 동일시한다. 이에 따라 사회주의 종교관은 초자연적 존재의 객관성을 부인하고, 종교적 교리를 허위로 간주하며, 종교윤리의 보편성을 거부하는 부정적 인식으로 일관하게 된다.
셋째, 사회주의 종교관은 종교의 기능을 지배계급의 이익 도모와 현상 유지, 그리고 피억압자들을 위안시키는 아편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본다.
넷째, 사회주의 종교관은 종교를 인간의 진보와 자유에 대한 가장 심각한 장애물로 간주한다.
다섯째, 사회주의 종교관은 사회주의혁명이 이루어지면 모든 종교는 소멸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