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맘 강박증 지치는 엄마들
요즘은 자녀의 성적이나 명문대 진학 여부가 엄마에게 달려 있대요. 그래서 각종 교육정보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죠. 또 아이 성적이 내려가면 내가 소위 알파맘(Alpha mom)이 아니어서 그런가?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어요. 초등학교 5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둔 주부 김미숙(40·부산 수영구 남천동)씨의 말이다. 김씨는 교육정보가 쏟아져 나오지만 이를 제대로 선택하고 판단하기 어려워 아이 교육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커진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상당수 엄마들이 극심한 자녀교육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처럼 알파맘 증후군을 앓는 엄마가 늘고 있고, 교육 전문가를 자처하는 알파맘도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알파맘 증후군을 앓고 있는 엄마들은 자신이 교육 전문가가 돼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제약으로 완벽한 알파맘이 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마음은 알파맘인데 교육에 대한 정보력이나 인맥이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주부 이지인(42·부산 사상구 주례동)씨는 학부모 모임에 나가기는 싫지만 자녀교육을 위해 매달 한 번 열리는 학부모 모임에 꼭 나간다며 하지만 성격이 사교적이지 못해 친분을 쌓기가 어렵고 알짜배기 정보는 일부 학부모들만 공유해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인터넷이나 학원 방문 등을 통해 얻은 정보로 아이의 사교육 범위와 종류를 결정했지만 항상 더 좋은 학원이나 과외강사가 있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최경순(43·여·부산 동래구 사직동)씨도 중1인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려고 각종 전문학원을 알아보고 학부모들에게 소위 잘 나간다는 과외 강사도 물어 봤는데 제대로 된 사교육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며 요즘은 알파맘이 돼야 아이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데 내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자책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중2 아들을 둔 유민선(44·여·부산 남구 대연동)씨는 부지런하게 교육정보를 챙겨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아이가 가야 할 학원이나 선행학습단계 등을 꿰뚫고 있는 알파맘들을 보면 솔직히 부럽다며 알파맘 흉내를 내기는 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개인적인 인맥이나 사교육 정보망을 넓히기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자녀교육에 일가견이 있다는 알파맘도 자녀교육으로 인한 정신적 물질적 압박감은 만만치 않다.
박인순(44·부산 남구 용호동)씨는 전형적인 알파맘이다. 중2인 아이를 과학고에 보내기 위해 해당 학교의 입시전형에 맞춰 일찌감치 아이를 관리해왔다. 지난해에는 부산대 영재교육원에 아이를 들여보냈다. 최근에는 과학올림피아드대회에 아이를 참가시켜 본상을 타도록 지원했다. 교육정보에 정통한 엄마들과 매주 긴밀한 모임도 가진다. 마이너스 통장을 활용하며 수년 동안 아이의 사교육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박씨는 아이가 과학고에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졸업 후 아이의 직업이나 진로 선택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들을 A외고에 보낸 김명숙(41·경남 김해시 내동)씨도 아이가 어릴 때부터 외고 맞춤형으로 관리해 진학은 시켰는데 학교 수업료, 기숙사비, 주말 과외비 등을 포함해 아이 앞으로 월 평균 250만원이 들어간다며 이렇게 해서 명문대에 진학하더라도 취업이 어렵다고 하니 이 나라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대 교육학과 이상수 교수는 아이에게 항상 최고만을 주는 것은 아이를 망치는 길이라며 정신적, 육체적인 시련과 어려움에 대한 경험이 자녀를 성공으로 이끌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한다면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조급함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균·최세헌·김경희 기자
edu@busanilbo.com
# 알파맘(Alpha mom) ?
다양한 교육 관련 정보와 인맥을 확보해 자신의 자녀를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교육·관리하는 엄마를 일컫는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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