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굿의 가망청배
우리는 제사를 지낼 때 유교식 홀기를 사용한다. 제물을 진설하고, 초헌· 아헌· 종헌으로 불리는 3헌관을 정하여 분향하고, 헌작獻爵(제상에 제주를 바치는 일)하고, 축문을 읽고, 절하고, 마지막으로 음복함으로써 제사를 끝낸다. 규모가 큰 제사에서는 팽주烹主와 향관享官을 정하여 제사를 돕는다. 우리는 이 제사에 익숙해 있다.
제사祭祀는 북두칠성을 향하여 장손長孫을 조상의 신상을 상징하는 시동신상尸童神像으로 세우고 장자長子가 제례祭禮를 지키며 축문을 읽었다. 제사라는 문자에는 그러한 의미가 있다. 우리의 제사에서 제단에는 신상을 모셔왔는데, 조선왕조에 들어서면서 태종 때 하륜이 신상을 폐지하고 위패를 쓰자고 건의하여 신상이 위패로 대체되었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위패는 태종 때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교식 제사를 지내기 전에는 무당이 사설을 읊고 춤을 추어가며 4헌과 함께 제사를 지냈다. 그 제사 유습이 한양굿 사설에 남아 있다. 한양굿 가망청배에는 제사지내는 제법祭法을 사설로 남겼다.
초가망 이가망 삼가망 조라전물가망
말게 받아 오신 가망
설게 오신 가망
설게는 말게시면 말게시 설게시다
(<관우가 이야기하는 한양 천신굿> 가망청배 62쪽)
위 무가사설은 무당이 제사를 어떻게 주관하는가를 무가사설로 남긴 것이다.
초가망 이가망 삼가망은 제사헌관인 초헌初獻· 아헌亞獻· 종헌終獻의 무교적 표현이다. 삼헌의 원래 명칭은 초헌가망· 아헌가망· 종헌가망으로 불렸을 것이다.
가족으로서 죽은 사람을 가망家亡이라고 하였고, 또한 사망한 씨족을 가망家亡이라고도 하였다. 씨족들이 모여서 만든 부족인 마가` 우가` 구가` 양가` 저가에 속한 사람 중에서 죽은 사람을 가망加亡이라고 하였다.
가망을 다시 말하면 단군조선을 구성했던 오가五加에 속했던 사람으로서 죽은 사람이다. 가망 중에서 죽은 남자는 영정靈丁, 죽은 여자는 영실靈室이라고 하였다.
위에 인용한 초가망· 이가망· 삼가망을 이해하기 쉽게 쓰려면, 초헌가망· 이헌가망· 삼헌가망으로 쓰거나, 초헌가망· 아헌가망· 종헌가망으로 써도 좋을 것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헌작獻爵하는 일이다. 헌작을 하려면 제주祭酒나 차茶를 올려야 하는데,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차를 우리는 팽주와 시자侍子를 필요로 한다.
조라전물가망을 해석해 보면, 조라는 조선나라朝鮮那羅의 준말, 전물奠物은 세상에 진설하는 제물, 가망은 헌관으로 본다. 따라서 조라전물가망은 네 번째 가망인 사가망四加亡으로 호칭할 수 있고, 그가 하는 일은 조라전물을 올리는 일이다.
“말게 받아 오신 가망”은 “무당이 거상을 할 때 발끝을 따라 들어오시는 가망”으로, “무당의 춤을 따라 들어오시는 가망”이다. 무당이 굿에서 춤을 추는 이유는 바로 무당의 춤을 따라 가망이 들어오시기 때문이다. 이를 말게襪偈라고 하였다. 말게는 춤의 다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말게 오신 가망은 삼헌관(초가망· 이가망· 삼가망)이나 사헌관(초가망· 이가망· 삼가망· 조라전물가망)과는 격이 다른 분들로 무당의 청배를 받아 제당에 들어오시는 돌아가신 조상이다.
이러한 가망들의 대표로 볼 수 있는 분이 창부로 들어오시는 가망이다. 창부는 <창수사자蒼水使者 부루태자夫婁太子>의 줄임말이다. 창수사자는 부루태자의 관직이고 부루태자는 단군왕검의 장자이다. 그가 순임금의 요청으로 후에 우임금이 된 우사공에게 파견되었을 때 가졌던 관직 이름이 창수사자였다.
“설게 오신 가망”은 설게說偈오신 가망으로 설게는 불교의 게송偈頌과 같은 말이다. 설게는 무가사설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설게는 말게시면 말게시 설게시다”는 “(무당이) 설게 할 때 말게(도 함께) 하시면 ‘말게시襪偈是 설게시說偈是”한다는 뜻이다.
이상 “초가망 이가망 삼가망 조라전물가망 / 말게 받아 오신 가망 / 설게 오신 가망 / 설게는 말게시면 말게시 설게시다”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 부분을 해석하면 “제사를 지낼 때 초가망· 이가망· 삼가망은 헌작을 하여 제사를 지내는 분들이고, 사가망은 3가망과 함께 조라전물(제물)을 올려 제사를 돕는 분이다. 무당이 춤을 추고 사설을 읊으면 가망들이 춤과 사설을 따라 들어오신다.”는 뜻이다.
이상 위에 인용한 사설이, 4가망을 써서 헌작과 전물로 먼저 제사 올리고, 이어서 무당이 말게하고 설게하여 가망을 불러 오게 한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청배 받아 들어오시는 가망이 어떻게 오시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조선마편에 우래 등성이라
걷는 마 채를 치고
닫는 마 석을 붙여 돌아오다
(<관우가 이야기하는 한양 천신굿> 가망청배 62쪽)
“조선마편”은 “조선말 편에 붙여”라는 뜻이다. 조선말에는 단군조선시대의 말이라는 뜻이 있다. 단군조선시대의 인종인 마가馬加 집단에서 키우던 말을 조선말로 볼 수 있다. 죽은 사람의 영을 의미하는 가망加亡이라는 말이 그 시대에 생겨났을 것이므로 그 시대에 말을 써서 장례를 치우었다고 볼 수 있다. 시신을 말이 이끄는 마가馬駕에 태워 장지로 모셔갔을 것이므로 당시의 유습이 마편馬便이라는 말에서 찾아진다.
“우래 등성”은 “우레 등성”의 오기로 볼 수 있다. “우레가 치는 산등성”을 “우래 등성”이라고 하였다고 본다. 이상의 말을 합해 보면, “조선마편에 우래 등성”이라는 말은 “단군조선시대에 마가에서 생산한 말을 타고 우레 치는 산등성을 넘어 온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걷는 마 채를 치고”는 “걷는 말에 채찍을 처서 빨리 달리게 하고”로 해석된다.
“닫는 마 석을 붙여 돌아오다”는 “닫는 말에 베를 붙여 돌아온다”로 풀이한다.
베는 지겨 즉 마고가 짜기 시작한 인간이 최초의 생산하기 시작한 직물로 죽은 사람의 영인 가망이 직녀의 백성, 마고의 후손임을 상징한다.
이상의 해석은 “4헌관이 헌작하고 조라전물을 올려 제사를 지내면 가망이 돌아오는데, 조선말을 타고 우레가 치는 산등성이를 넘어오면서, 걷는 말에 채찍을 주고, 닫는 말에 베를 붙여 그가 가망임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위 한양굿 무가사설에서 관심을 두고 보고 싶은 것은 석으로 표현된 베이다. 베라는 문자는 직녀를 서양에서 베가로 부르게 하는 문자이다. 베가는 베를 짜는 집안이라는 뜻이다.
굿을 할 때 무당이 베를 가르는 행위가 가망이 왔음을 보여주는 행위로 볼 수 있는데, 무당이 보여주는 이러한 행위는 무당이 굿청에서 행한 말게와 설게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