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49일간의 지루한 장마 끝에
달리는 춘천행 넓은 창가 위로 비친
에머랄드 파란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가을 얼굴?
아니, 하루에도 수십 번 변덕을 부리며
나도 너처럼 파랄 수 있다고
오고 있는 가을을 시샘하는
여름 얼굴이겠죠!
A팀은 금요일 입산했고,
나는 B팀으로 그들과 합류하기 위해
토요일 상봉역으로 갔다.
허산님, 용산님, 수산님, 옥산님, 희산님과 아들 영민, 동산님,
A팀에 있는 소풍님의 부인, 그리고 종산,
이렇게 9인의 B팀은 14시28분 기차에 몸을 실었다.
지난 겨울
유난히 많은 눈 덕분에
예티인들은 그 자체를 즐기며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부터 본격적인 휴가철,
한여름 밤의 망중한을 보내리........
오리온을 대신할 전갈을 볼 수 있을까?
A팀에는 과연 누가 있을까?
사람들은 비발디의 4계를 수십 번 감상했고,
앞으로도 마음만 먹으면 수백 번이라도 들을 수가 있다.
그러나 스스로는 단 한번만을 연주할 따름이다.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남은 가을.
인생을 4계에 비유하면
난 지금 여름 막바지인가?
혹독한 추위에 시작한 비박산행도 가을만 남았는가?
3악장을 끝내고
무사히 겨울을 아름답게 청중들에게 들려줄 수가 있을까?
어떤 이는 4막5장이 아니라
2막3장으로 끝냈는데…….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있다 보니
강촌역.
대장님의 애마는 아직은
내가 낮선 모양이다.
인원관계상 짐칸으로 안내한다.
한 시간여를 달려
한번은 온 것 같은 산 입구에서 하차.
계곡을 따라 20여분 오른다.
지루한 장마로 인해 계곡은 맑은 물로 차고 넘친다.
산이 좁아지더니 A팀의 형형색색 산막이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지산님, 히말리야님, 연산님, 명산님, 형산님, 남산님, 소풍님 등
먼저 온 A팀이 B팀을 반갑게 맞아준다.
이렇게 예티의 여름캠프 두 번째 밤이 이어진다.
저녁요리는 언제나 풍요롭다.
속초 산 오징어 초 뭍침,
돼지갈비 직화구이,
소머리수육에 설렁탕,
그야말로 주지육림.
오늘 요리의 백미는 종계닭 옻 백숙!
젖은 나무로 불을 집히려는 동산님의 사투로 만들어 졌으니...
다음날 보니 극심한 부채질로 오른손 중지에 물집이 잡혔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마시는 술은 이미 술이 아니라 물.
그래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
인생은 한여름 밤의 꿈이야,
망중한을 즐기자.
Why?
Who Am I ?
복잡한 것들은 깊어가는 가을에나 생각하자.
다음날 아침
늦게 일어났다.
한여름 밤의 꿈도 꾸지 않고 단잠을 잔 것이다.
난 홀로 푹신한 산길을 산책한다.
어디선가 쓰르라미 소리가
내 발자국소리에 끊어졌다 이어진다.
여린 나뭇잎은 탈색되어 소슬바람에 나부낀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징조다.
가을산은 비박의 진수이니
난 어느 산야에서 야영을 할까?
이제 하산이다.
하늘엔 시커먼 조각구름들이
이내 소낙비로 변해
더위로 지친 대원들의 몸과 마음을 식혀준다.
대장님의 애마 짐칸에 실려 한 시간 동안 오금도 펴지 못했지만
히말라야님을 대상으로 연산님의 입담에 남자대원들은 박장대소.
장작 패는 도끼질, 카운터 테너 같은 미성의 노래실력,
안정된 직장, 소유한 중형 아파트,
스펙이 A급인데 왜 장가를 안 가는지?
이렇게 또 아쉬운 일박 이일이 갔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상봉역에서 2차가 있었는데....
(이하 생략, 이미 올라 있는 그림으로 대체)
여름밤의 꿈 - 적우(원곡 김현식)
고요한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빛이
멀리있는 창가에도
소리없이 빛추고~
한낮에 기억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꿈을꾸는 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요~
부드러운 노래 소리에
내마음은 아이처럼
파란 추억에 바다로
뛰어가고 있네요
깊은 밤 아름다운 그 시간은
이렇게 찾아와 마음을 물드리고
영원한 여름밤에 꿈을
기억하고 있어요
다시 아침이 밝아와도
잊어지지 않토록~
첫댓글 망중한을 정말 멋지게 표현^!^
예티에 나오는 회원은 매주 망중한을 멋있게 보내고 있죠!!
하느님께서 제7일은 안식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예티인들은 굳이 교회에 안 나가도 멋있게 안식을...
감사하고요.
이제 두번 남았네요.
바람에 마음을 맞기니
몸은 자욱한 산안개에
에둘려 있고
왁자지껄한 우리의 들뜬 가슴은
계곡물에 쉼없이 흘러가는
비박인만의 밤이었습니다.
우거진 우듬지 사이로
언뜩언뜩 보이는
처녀의 맑은 눈동자는
유성별이 되어
우리의 추억으로
무늬를 남겼던
그날 밤의 하얀 그림자를
되새기겠습니다...
후기 잘 채록하였습니다..
종산님! 화이팅
점점 더 깊이와 그 맛을 더해가는 종산님의 산행기.
두번 남은 것이 아니라 예티의 종신 후기작가로 추천합니다.
2박3일 동안 숲속에 파묻혀 나도 하나의 작은 나무가 되었던
"두 여름밤의 꿈"이었어요.
히말리야님 댓글은 한편의 불경같네요.
저도 적극 추천합니다. 예티에 종산만한 인물이 아직까지 없어서#^^#
한 여름밤의 꿈은 결국 장인과 요정의 도움으로 해피엔딩 끝나는 희곡인데
지산님은 두번 행복하셨네요.
감사하고요. 종산은 종신이 아니고 그 누구에게 빈 의자를 넘겨야지요.
후계자 추천 부탁합니다.
후계자 나타날 때까지 예티 종신 작가다ㅎㅎㅎ
근대 아직까지 종산만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아~~~
종신해야될 팔자?인거 같아....
아이고
동산님과 지산님이 공작정치하시네요.
한분은 30회, 또한분은 종신
애고.
비박을 함께할지가 꽤 지났네요.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함께할 날을 기대하며~~^
내 깊어가는어느멋진 가을날뵈면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