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야
연필 쥐고 잠든 경호야
들리지 않니? 무섭지 않니?
땅을 흔드는 저 천둥소리 천둥소리가
하루 버린 음식쓰레기
먹다 버린 귀한 양식, 200억 원.
400원 짜리 라면, 5,000만 명분.
경호야
밥그릇에 붙은 밥알
물 부어 씻어 먹는 경호야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거지들도 가축들도 코고는 밤에
어둠을 헤집으며 수레 끄는
미화원 아저씨의 땀을 통하여
산더미 쓰레기 속에 묻히는 저 양식,
하루 사이 버려지는 200억원,
해마다 버려지는 8조원의 양식들.
경호야
방바닥에 라면 한 가닥 흘린 것도
주워 먹고 돌아서며 웃는
막내아들 경호야
역전 처마 밑에
신문 깔고 누워 뒤척이던 거지들
소주 두어 잔으로 끼니를 건너뛰고
컵라면 하나 돌려 나눠 먹던 모습
하루에 두 끼니, 그것도 멀건 죽 한 그릇
물로 배 채우고 허리 펴 웃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 기억 나지?
엊그제 같은데, 엊그제 같은데.
대졸사원 일류직장, 땀 흘리기 35년,
60세가 되어서야 18평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이 나라, 이 땅에
200가장의 평생이,
1,000여 식구의 안식처가
하루마다 어김없이 무너져 내리고,
해마다 8만 가구,
40만 서민의 눈물어린 꿈,
밤마다 신음하며 쌓아올린 소망의 탑
허물어져 부서지는 소리 소리.
경호야
20평 연립 2층 창문을 열고
야, 신난다! 즐거워 밤잠 설치던 경호야
봉천동 달동네
중랑천 판자촌
지붕 없는 부엌바닥,
- 엄마! 나 배고파! ~
힘없이 흘러나오는 잠꼬대
저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니?
경호야
연필 쥐고 잠든 경호야.
들리지 않니? 무섭지 않니?
불 칼 잡으시고
어둠 찢어 태우시며 휘두르시는
폭탄 떨어져 터지는 소리 같은
저 노하신 목소리, 목소리가 ‥‥‥
- <음식쓰레기 8조원>의 신문기사를
읽은 날 밤, 1991.11.19. 04:00경,
천둥소리에 놀라 잠 깨어 일어나서
깊이 잠든 어린 막내아들을 보며 ~


첫댓글 그렇습니다.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만도 그렇게 많으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옛날에 6 25때 살던생각을 하면 기막힌 이야기지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푸른잔디 님!!!~~~^_^*
부페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던 그때로부터 어느덧 25년이 지나간 오늘의 현실은
상상을 초월하리라 짐작이 되겠지요??~~~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의 난국을 어찌 수습해야 좋을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