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 되기의 어려움
사전에서는 교양을 “문화에 관한 광범한 지식을 쌓아 길러지는 마음의 윤택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문화에 관한 광범한 지식은 무엇인가?
중국 고대의 주례(周禮)는 육예(六藝), 육덕(六德)과 육행(六行)을 경삼물(卿三物)이라고 하여 인물을 뽑을 때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교양의 핵심을 지식이라고 본다면 여기에서 육예가 교양이라고 하겠다. 육예는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를 일컫고 그 의미는 여러분이 다 알거나 바르게 짐작할 터이므로 설명을 생략한다.
이 육예를 구비하기도 쉽지 않지만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육예만으로는 지적 면에서 부족함이 뚜렷해졌고 그래서 한(漢)나라에 오면 사서오경(四書五經)이 교양과목에 추가되었다. 사서는 대학(大學),중용(中庸),논어(論語), 맹자(孟子)이며, 오경은 시경(詩經),서경(書經),예기(禮記),춘추(春秋)와 역경(易經)을 지칭함은 여러분도 익히 아는 바이다.
이렇게 교양인이 되기 위해서 육예와 사서오경에 통달하기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2천년을 건너뛰어 오늘 날에는 두서에서 밝힌 교양의 정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식에 한정하여 교양을 다룬 느낌이 있다. 그러나 교양에는 지적인 면에 덧붙여 최소한 예의범절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사람을 두고 매너가 나쁘다고 평가함은 그가 교양인이 아니라는 판정이기 때문이다.
에티켓 내지 매너는 사람의 태도 내지 행동에 대한 것인데, 지식과 운동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지도와 연습으로 향상하고 완벽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런데 현금 우리의 현실은 청소년들이 타인과 기타 동물 및 식물을 자주 접촉하면서 좋은 매너를 익힐 기회를 제공해 주지 못하고, 아니 빼앗고 있지는 아닌가 하고 나는 우려한다. 청소년들에게 모든 시간을 지식의 습득, 즉 그 듣기 싫은 단어 “공부”에 투입하라고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중등학교 교과 과정에 철학을 포함시켜 학생들로 하여금 국가, 사회 그리고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자도록 함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 글이 교양을 다루기로 했고 교양은 지적인 면이 비중이 크므로 현대에 교양인이 되려면 어떤 문화에 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할까 대충 일별할까 한다.
우리는 중고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역사 및 예체능 등 교양인이 되기 위한 기초적 지식을 배운바 있다. 그러나 6년은 교양인이 갖추어야 할 문화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습득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학과 그 후 수 십 년의 인생과정에서 끊임없이 문화적 지식을 습득해야한다.
그 대강을 나열하려고 해도 숨이 차고 눈이 어지럽다.
종교(기독교 성경, 불교 주요 경전, 코란 등), 신화(그리스 신화, 이집트신화, 길가메쉬, 힌두신화, 중국신화, 한국신화 등), 소설(톨스토이, 또스또예프스키, 모파상 등 해외 100대 소설, 이광수부터 이문구를 거쳐 현재까지의 한국소설 등), 시(우리시, 영시 한시 등), 희곡(세익스피어, 체호프 등), 서양철학과 사상(로크, 루쏘, 칼 맑스, 몽테뉴, 니체, 마커스 아울레리우스, 플라톤 등이 저술한 서적), 동양철학과 사상(사서오경, 도덕경, 제자백가 관련 책, 성리학, 양명학), 역사(사마천의 사기, 삼국사기, 삼국유사, 세계사, 영국사, 미국사, 한국사, 중국사 등)에 관한 서적을 섭렵해야하며, 지리(세계 각국과 세계적 명소의 위치), 법률과 경제에 관한 상식, 생물과 의학(친근한 동물, 나무와 꽃을 식별할 전도의 상식, 인체와 질병에 관한 상식), 이화학 분야( 전문가의 설명을 이해할 정도의 지식), 음악(서양 고전음악과 현대 유행가), 미술(서양화, 동양화 및 조각의 주요 작품, 그리고 주요 건축물), 스포츠에서는 최소 1개 종목에 관한 해박한 지식, 외국어(영어는 이해 가능 수준, 한자 1만자 이상 독해 실력), 자동차 종류와 구조에 관한 상식, 그리고 먹고 마시고 입고 걸치는 것, 예컨대 주요국 음식에 관한 상식, 와인과 위스키에 관한 지식, 품위있거나 멋있게 옷 입는 법, 장신구와 보석에 관한 상식, 이 정도는 구비해야 현대의 교양인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기는 정말 지난한 일이다. 더욱이 우리는 과거의 귀족이나 대지주처럼 유한계급이 아니며 생존의 단계부터 품위 있는 생활에 이르는 천차만별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직장에서 분투노력해야 한다. 과연 현대인이 그 방대한 문화적 지식을 얻기에 충분한 시간, 기력과 돈을 확보할 수가 있을까? 결국 완벽한 교양인이 되기는 극난한 일이다.
그렇다고 교양이 없으면 어떠냐? 잘 먹고 잘 입고 대궐에서 사는데 무슨 문제 있냐?라는 식으로 교양인이 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될 터다. 그것은 짐승과 다름없는 삶을 영위하겠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만 교양인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잊지 말고 기회가 되는대로 지식을 습득하고자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더욱이 이런 사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괴물이 태어났으니 바로 인공지능이다. 오늘, 5월 15일자 조선일보 1면은 “0.3초 만에 대답, 인간 같은 신인류 AI”라고 헤드라인을 뽑고 있다. 이 인공지능은 보고 듣고 말하며 감정까지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 인공지능이 구비하고 있는 지식의 양은 극히 고도의 전문지식을 제외하고는 현존 인류의 그 어느 인간보다도 많을 것이 틀림없다. 인간 개개인은 교양에 필요한 지식에 있어서는 인공지능에게 도저히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엄청난 문화적 지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곁에 있다고 해도 우리 개개인은 교양지식을 갖추는 노력을 등한히 해서는 되지 않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마치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수재가 같은 학교에 있다는 사실이 다른 학생들이 공부를 등한히 할 어떤 이유도 되지 않음과 같은 이치이다.
물론 걱정되는 바가 전혀 없지는 않다. 장래 휴머노이드(인조인간)가 멋있는 얼굴과 신체에다가 교양까지 갖추게 되는 날, 우리 인간 청년들은 아름다운 처녀를 쟁취하는 전투에서 휴머노이드에게 패배하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된다. 많은 여성들이 미혼이나 기혼이나 가리지 않고 일테면 “결혼은 인간하고 연애는 휴머노이드하고.”를 캐치플레이즈로 내세우면 이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특수한 용도에 한정하여 사람을 도와주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은 바람직하지만, 인간과 유사하거나 더 우수한 인조인간의 탄생은 우리 인류의 종말을 초래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런 사고를 한문으로 써 구호를 만들면 "最高知能 不要四肢, 最良手足 不必頭腦"가 될 듯하다.인공지능을 인조인간으로 발전시킴은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니라 차원이 다른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연구이므로 이제 여기에서 그쳐야 할 것이다.
(끝)
첫댓글 너무나들 카페를 비워 두기에 나라도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헛소리를 주절거립니다. 그저 근황이라도 써 올리면 어떨까요?
재미있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