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같은 쓰레기통
2018.8.10.
우리
집 부엌 싱크대 밑에는 싱크대 문을 열면 딸려 나오면서
뚜껑이 열리는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다.
싱크대 문짝을 닫으면
쓰레기통이 밀려 들어가면서 쓰레기통 뚜껑도 저절로
닫히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음식 쓰레기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날벌레가 생기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굳이 뚜껑을
열지 않아도 되니 부엌에서 쓰기에 좋다.
음식 쓰레기가 차면
속통을 들어서 내다 버리면 되면 손에 음식 쓰레기를
묻히지 않아도 되는 점도 좋다.
그런데,
쓰레기통이 속통을
싸는 바깥 통만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을 뿐 나머지
부분은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힘을 받는 회전축
부분과 바깥 통을 감싸는 틀이 플라스틱이다 보니 음식
쓰레기를 조금 무겁게 넣으면 쉽게 부서지게 되어
있다. 수박
껍질같이 무거운 쓰레기도 버리다 보니 몇 년 못 쓰고
회전축과 바깥 통 연결 부위가 깨어졌다.
접착제로 붙여도
보고 단단한 테이프로 여러 겹 감아도 보았지만,
음식 쓰레기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꾸 부서졌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비슷한 물건을 발견했다.
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것보다
더 약해 보여 망설이고 사지 않았다.
그래도 테이프 감아
쓰는 것도 초라해 보이고 힘을 잘 받지 못해 오늘 아침에
하나를 사서 차에다 실기 전에 안을 들여다봤다.
이런!
바깥 통 윗부분이
분리되어 있고 속통이 거기 끼어 있어 속통을 꺼낼
수조차 없었다. 할
수 없이 매장으로 갔더니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그냥
환불해 주었다.
그래도,
다른 것은 괜찮겠지
생각하면서 사 왔다.
기존의 것과 그저
눈대중으로 볼 때는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보였는데
막상 상자를 열어 살펴보니 비슷할 뿐이었다.
싱크대와 문짝에
달린 먼저 쓰레기통의 부품을 쓸 수 없어서 다 떼어내고,
드릴로 구멍을 내고
새것을 근 한 시간 걸려 설치했다.
그리고 속통을 보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약하게 만들었는지
통 바닥이 깨져서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래도,
속통만 바꾸면 되겠지
하고 뚜껑까지 설치해 마무리를 짓고 여닫아 보았다.
집에 있는 것은 뚜껑이
꼭 닫히는데 새것은 아무리 조정해 봐도 뚜껑이 통에서
2~3cm 떠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순간
화가 났다. 누가
이런 쓰레기 같은 물건을 만들고 파나!
어이구,
더운 날씨에 고생하면서
아까운 시간만 허비했네!
할 수 없이 먼젓번
고장 난 것은 다시 설치했다.
물건을 사기 전에
매장의 직원에게 힘 받는 부분을 금속으로 탄탄하게
만든 제품은 없냐고 물어봤다.
그분 대답이 걸작이었다:
“요즈음 그렇게
단단한 물건은 안 만들어요.
금속같이 보이는
부분도 대부분 플라스틱이에요.
너무 단단하게 만들면
고장이 나지 않으니 새 물건을 안 사잖아요.
그러면 회사가 돈을
못 벌죠.” 바로
그의 말대로 요즘 이런 쓰레기 같은 물건이 넘쳐난다.
단단하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데도 일부러 쉬 고장 나고
고칠 수 없게 만들거나 고치는 비용이 더 들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다.
작년에
산 편지통도 그런 쓰레기 같은 물건이다.
먼저 있던 것이 너무
낡아 금속용 페인트를 칠했더니 더 지저분해 보여서
할 수 없이 새것을 샀다.
40 달러나 주고 샀지만
어렵게 단단한 벽에 다느라 일부 찢기기도 해 그냥
두었지 제품 품질이 정말 한심한 수준이었다.
너무 얇은 철판을
써서 쉽게 휘고 신문 걸이는 마구 휘어서 신문을 걸
수 없었다. 도대체
이런 물건들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파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오늘 이야기를 나눴던
매장 직원 말대로 쉬 망가지게 만들어 많이 판매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욕심 때문 아니겠는가?
계획된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라는 말이
있다. 2500 시간
가는 백열전구를 만들 수 있는데도 1000
시간이 지나면 끊어지게
전구를 만들었던 것처럼 더 오래 쓸 수 있게 만들 수
있는데도 일부러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장 나게
만들거나(contrived
durability), 아예 분해를
못 하게 해서 수리를 못 하게 만들거나 또는 부품을
공급하지 않는(prevention
of repairs) 방법을
일컫는다. 요즈음
대부분 물건을 예전처럼 물건을 고쳐 쓰지 않고 고장
나면 새로 사는 이유는 수리소를 찾기도 힘들고,
부품 값과 수리비가
새 물건 사는 값보다 더 비싼 까닭 아닌가?
물론 사용자의 싫증도
한몫한다. 이는
자원 절약이나 환경 보호에 정반대되는 일이다.
옷이나
심지어 건축물까지 유행을 만들어 이에 현혹된 사람들이
멀쩡한 물건을 버리게 하는 것도 사실 환경 파괴적인
기업 전략이다.
요즘
한국도 캐나다도 포르투갈도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하면서
이상 기후를 보인다.
내가
사는 밴쿠버의 여름도 올해 7,
8월처럼
오랫동안 더운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그저께
뉴스에는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2°C
넘게
오른다면 해수면이 오르고 지구가 온실(hothouse)가
되어서 일부 지역은 살 수 없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한다.
이런
실정인데도 내가 산 부엌 쓰레기통이나 우편함처럼
엉터리 부실 제품이나 일부러
수리할 수 없게 제품을 만들어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해도 될까?
몇 달
전 애플이 구형 휴대폰을 일부러 느리게 만들어 신형
휴대폰을 사게 했다고 소비자들이 들끓었던 일이
생생하다. 캐나다
이민 와서 처음에는 20년이
넘어도 잘 작동되는 캐나다 집에 있는 낡은 가전제품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구닥다리를 쓰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 견고성에 놀라기도 했다.
우리는
당연히 과거보다 더 튼튼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향상된 기술로 왜 더 환경친화적이고 신뢰성 높은
제품을 만들지 않을까?
바로
생산자와 판매자의 이윤 추구 때문이고 또한 쉽게
물리는 소비자들의 그릇된 소비 행태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의류에서 실내 장식,
자동차
같은 내구재까지 업체들은 하나 같이 막대한 광고
선전비를 쓰면서 유행을 만들고 소비자는 현재의 지구가
직면한 상황을 깨닫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그런 유행을
좇아 하나뿐인 우리 삶의 터전을 망쳐도 되는가?
생산자들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관을 버리고,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가 우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의식 있는 소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프랑스는
2015년에
이런 계획된 구식화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고
한다. 각국
정부도 프랑스처럼 악덕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