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당항포에서 흠뻑 젖은 장비도 말리고 다음주 있을 카페 정모 사전 답사겸 운문사야영장으로 차를 몰아 봅니다. 간간히 내리는 빗방울에 마음은 무겁지만 캠핑을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차 안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네비의 안내음성에 안지기인 상크미가 한마디 한다. "여보야! 난 말야 캠핑갈 때 들려오는 네비의 안내음성이 제일 듣기 좋아. ㅎㅎ" 사실 그랬다. 올해 한주만 빼고 매주 주말이면 유목민처럼 캠장을 찾지만 가는 길에서의 설레임과 약간의 긴장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이런 긴장과 설레임이 없다면.... 음 상상하기도 싫어진다.
온수가 안나오고, 화장실에서 전기를 따와야 하는 불편함(그동안 너무 편한 곳만 다닌 듯)도 1박 7,000원이라는 가격앞에 무릎꿇고... 싸이트 구축후 한바퀴 둘러보니 다리를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대여섯동씩 자리를 잡고 있어 지난 주 당항포와는 사뭇 대조되는 그림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영화감상 모드에 돌입하고 안지기는 이런 애들을 위해 어묵탕을 만들고 있다. 어묵이 4장 뿐이라 입만 버렸다. ㅎㅎ
화장실 앞에는 봄을 재촉하기라도 하듯 한껏 꽃봉우리를 부풀리고 있는 나무에서 봄이 멀지 않음을 알려준다.
금요일 저녁 그레이더님으로부터 뜻 밖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당신도 한양님과 함께 운문사로 캠핑간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전화 한통이 질긴 인연으로 다가올 줄 그땐 몰랐다.
그레이드님 싸이트에 들어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나를 반긴다. 일주일만에 보지만(정확히 말하면 5일만이지만...) 반갑고 또 반갑다.
새우며 장어며 가래떡에 소주 몇잔 걸치고나니 비바람에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아 내린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캠장의 안지기들은 정말 모두가 또래의 여성에 비해 젊다. 캠핑이 스트레스를 없애고 평소엔 찡그리다가도 캠장에만 나오면 웃음꽃이 피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다보니 그런것일게다.
아이들 역시 또래의 아이들보다 밝고 건강하며 서로를 보살피는 마음은 캠핑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또다른 선물이 아닐런지....
사진발이 안받는다고 거부하시는 그레이더 안지기님과 후덕한 그레이더님
얼마나 캠핑이 좋고 사람이 좋으면 아픈 몸을 이끌고 방문모드로 찾아주신 여시님과 묵묵히 우리들의 농담도 웃음으로 안아주시는 한양 안지기님
운문사야영장의 랜드마크인 소머리암벽장이 밤이되니 약간 무섭게 보이기도 하지만
싸이트로 돌아와 안지기와 함께 간단한 안주거리를 준비하여 다시 그레이더님 싸이트로 갔다.
지난주 당항포 정모때 상크미는 싸이트에만 있다보니 그레이더 안지기님 외에는 인사를 나눈 적이 없었다. 드뎌 만남의 시간을 갖고 서로 닉을 주고 받는 순간 갑자기 상크미가 여시님을 보더니 "니 혹시 **이 아이가?" "언니야 **언니 맞제!!" "이기 몇년 만이고... 그간 우째 살았노..." 등등 마치 이산가족 상봉한 듯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이 좁긴 좁은가 보다 16년만에 다시 만나다니... 밤이 깊어가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다보니 여시&킴즈님 부부 결국 근처 모텔에서 1박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 이 때 나도 반가운 전화를 한통 받았다. 울산에 계시는 달무리님과 씨티맨님께서 방문모드로 오신다길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운문령에 눈이 많이 내려 차들이 넘어 갈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안타까운 마음도 잠시 안전이 제일 중요하기에 다음주를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 달래본다. 덕분에 오시면 대접하려고 상크미가 준비한 김치참치두부전은 윗분들 차지가 되고... 그레이더님이 그러시더군요. "빅스타님! 후기에 눈 때문에 못오신 분들께 자기를 대신해서 덕분에 찌짐 잘 먹어다고 꼭 써주이소~"라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이 내린다. 아마 09-10시즌 마지막 스노우캠핑이 될 듯... 토요일은 우중캠핑! 일요일은 스노우캠핑! 별걸 다하네. ㅎㅎㅎ
어제밤 일행들과 와인터널을 가자고 약속했는데 네비로 검색해보니 왕복 2시간이 걸린다기에 근처 운문사로 방향을 잡았다.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21년 초창되어 대각잡사라 하였는데 1차 중수는 진평왕때 원광국사가 2차 중수는 신라말에 보광국사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고려 태조는 많은 전지를 내리고 운문선사라 사액하면서 지금의 운문사라 불렸고 1958년 비구니 전문학원을 개설한 이래 한국의 대표적인 승가대학으로 유명하다.
운문사 초입에 있는 담터가 고즈넉함을 더해준다.
다시한번 강조하면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방문모드로 왔다 모텔에서 1박을 하고 상크미와 인연이 있는 여시&킴즈님 부부
호거산 운문사라는 현판이 우릴 반긴다.
비가 오기에 운문사(雲門寺)에서 자욱한 운무(雲霧)를 기대했지만... 카메라 렌즈엔 빗방울만 맺힐 뿐...
운문사는 비구니들이 수행하는 대표적인 승가대학이란 점 외에도 천연기념물 제180호의 처진소나무가 유명하다. 가지가 아래로 아래로 내려와 거의 땅에 닿을 듯하게 퍼져 있는 소나무! 우리가 알고있는 소나무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또한 청도에는 운문사외에도 이런 처진 소나무들이 많은 것도 특이하다.
정갈하면서도 웅장한 대웅보전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산사와 어우러진 눈의 절경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황토와 기와를 차곡차곡 쌓은 담도 이채롭고
목련이 속살을 드러내기가 부끄러운 듯 한껏 부풀어 올라 곧 봄이 올 것 같아 마음이 설렌다.
통일신라시대 3층 석탑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는 운문사 3층 석탑을 배경으로 가족사진도 한컷
확실히 운문사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이라 그런지 비가 오는대도 불구하고 경내가 상당히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편석을 켜켜이 쌓은 담장의 무늬가 이채롭다. 바탕화면으로 쓰려고 한 컷
고려 전기의 작품인 석조석가여래좌상
운문사를 나서며 이런 다짐을 해 본다. 언젠간 꼭 비가 지나고 나면 운무가 자욱한 운문사를 보리라고...
캠핑장으로 돌아오니 클라이머 분들이 열심히 연습을 하고 계시는데 한참을 쳐다보니 목도 아프고 어지럽기도 하고 저게 재미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보고 하긴 저분들도 우리 텐트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함께 캠핑했던 한양님네, 여시&킴즈님네, 그레이더님네, 그리고 일요일 아침 삼겹살을 한보따리 사들고 나타나신 영웅님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박수소리 크게 나오도록 다들 열심히 갈고 닦으십시오.(^^;) 그리고 갑작스런 눈 때문에 뵙지 못한 달무리님, 씨티맨님 고맙습니다.~~~~ . . . . 이번 캠핑은 사람들과의 만남 무엇인지 인연은 또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나도 다른이의 기억 속에 항상 살아있는 이로 남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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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빅스타의 도시탈출 원문보기 글쓴이: 빅스타
첫댓글 진짜로 가셨네요...올해 주말엔 항상 캠장에 있는거 아닌지...ㅎㅎ
능글님 빨랑 신청하이소~~
정모 안올낍니꺼
막걸리 묵는 소나무가 반밖에 않 보여서 아쉽습니다..그래서 요번주 직접 보러 가야 것습니다...와인공장 과 함께요....ㅋㅋㅋ
저의 깊은 뜻을 간파하시다니...
아신는 분들이 오셔셔 그래도 심심하지는 않으셨겠네요 저희때문에 파전도 일부러 많이 해놓으셨다드만 정말 죄송합니다 평소에는 그립던 눈이 그날은 야속하기만 하든데ㅎㅎㅎㅎㅎ^^정모때뵈요
마음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대신 정모때 한풀이 살풀이 함 해야죠.
아참 그날 오시면 보여드릴려고 자료를 만든게 있는데 메일보시고 검토 부탁드립니다.
메일 주소 쪽지바랍니다.
숙제도 아니고 무신검토요 빅스타님 알아서 잘 하셨겠지요^^
여러곳으로 주밀바다 장소를 바꿔가며 보기좋습니다....즐감합니다.
허접 후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땡벌님 ^^;
항상 즐캠하시고 행복하시고 언제 함 초대해 주세요...^-^;;
전국대회 하면 뵐 수 있을까요?
당근이죠.. 쇠주한잔 대접하것습니다...
캠핑도 하시고 관광도 하시고 추억도 만드시고 부럽네요^^*
꾸쿠리님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면서 부러워하시긴... ^^;
한 모금의 청정수로 갈증을 가시옵고 원컨데 위없는 깨음을 얻으소서..저두 이번주 감로수 한모금 하겠습니다..^^
한모금의로 갈증을 가시옵고 원컨데 숙취없는 아침을 얻으소서 한잔 해야지요.
감로수보다
빅스타님을 17Km 앞에 두고 돌아가는 마음.... ㅎㅎㅎ ....그때 그 와인 하나 가지고 몇칠후에 뵈요.^^
고지가 바로 앞이었는데.... 아쉬웠던 마음 이번주에 풀어보입시더
주말 정모하신다는데 이번에 내린 눈 탓에 그때까지 운문령 통제가 풀릴지 모르겠네요. 하긴 토요일 정도면 괜찮겠지요! 제가 한번 눈물을 머금고 돌아온 적이 있는지라~쩝!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