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에 있는 시공사에서 회의가 끝나니 11시 15분,,,점심 먹기엔 이른 시간이고 거래처 사람과는
진행하는 일이 얼추 결정되기 전 까지는 식사 마져도 꺼리는 분위기라 혼자 먹을 요량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마자 인근 염리동 쪽으로 발길을 제촉한다.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공덕역과 6호선 대흥역 사이에 위치한 40년 전통의 평양냉면 전문점 을밀대는
평소 자주 들리는 평양면옥이나 을지면옥,필동면옥,남포면옥과는 위치적으로 외 떨어져 있기에 어쩌다 한번 오곤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염리동사무소 골목 KT 건물 바로 앞에 겉 모습만 봐도 냉면맛의 포스가 느껴지는 을밀대엔
乙密臺란 한문 간판이 멀리서도 볼 수 있게 번듯한 서체로 세로 걸림 되어 있다,,,
20여평 남집한 홀 안엔 때이른 점심을 먹으려는 손님으로 벌써 번잡하고 2인용 식탁을 잡고 앉자마자 물낸명을
주문한다,,,요 몇일 12월 같지 않은 포근한 날씨와는 사뭇 다른게 바람이 제법 매워 뜨끈한 양지국밥을 먹을까도
생각 했지만 입에선 "여기 물냉면이요" 라는 말이 자동의 튀어 나오고 만다 (냉면은 역시 겨울 냉면!)
잠시후 뜨거운 육수가 주전자 채로 나오고 무김치와 겨자가 뒤를 따른다, 한우 고기와 사골로 끓인 육수로 차디
찬 냉면이 들어 갈 위장을 먼저 풀어주고 있노라니 널쩍한 스텐그릇 위로 고명이 빼끔히 보이며 내게로 닥아 온다!
이곳 을밀대 물냉면의 특징은 첫째 삶은 계란을 허리쪽으로 잘라 준다는 것과 둘째로 냉면육수는 언제나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상태이고 셋째는 약간 각이 진 것 같은 도툼한 면발에 있다,,,자양동 남포면옥의 그것과 가장 유사한
면발로 얼음물에 씻어 나오기에 면발 자체가 차고 쫀득하면서도 잘 끊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육수의 담백함은 평양면옥과 필동면옥의 중간쯤으로 몇번은 먹어 봐야 그 참맛에 인이 배길 것이다
계란을 먼저 먹고 고명을 옆으로 내리고는 면발에 식초를 적당량 뿌리고 한입 크게 베어 문다,,,아~ 이맛이야!!!
식초만을 넣은 육수를 면발과 함께 마시다 한번 더 육수를 추가해선 이번엔 겨자를 풀어 면발과 함께 마시는 것이
내가 평양냉면을 먹는 방법으로 두가지 육수맛을 볼 수 있기에 이 방법을 선호한다,,,
아쉬움 이라면 냉면에 들어가는 고기가 다른 집에 비해 좀 적다는 거다,,,달랑 종잇장 같은 쇠고기 두점이 전부다
두툼한 제육과 편육이 두점씩 들어가는 여느집에 비해 빈약하지만 그래도 맛은 수준급이다!
냉면 한젓가락에 제육과 편육을 조금씩 베어 먹는 맛의 조화가 평양냉면 맛의 백미라고 여기는 나로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또한 돼지고기 편육이 메뉴에 없다는 것도 불만이다, 다른 유명 냉면집엔 별로 없는 수육이 메뉴에
올라와 있긴 한데 大 3만원 少 1만5천원이라 서너명이 같이와도 냉면에 곁들여 먹기엔 배보다 뱃꼽이 더 크다 또한
냉면과는 쇠고기 제육 보다 월등한 맛의 조화를 이루는 돼지고기 편육이 없다니,,,
그나마 다른 집에 비해 좀 헐한 가격 7천원과 을밀대 만의 면발과 살얼음 육수의 담백함이 입꼬리를 올려준다!
예나 지금이나 출입문 바로 옆에 달린 아주 오래 된 하얗고 동그란 모양의 벨 스위치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옛 추억을 되 살려 준다! (이 스위치는 화장실용으로 누르고 나가면 화장실 문이 열려있다 ㅋㅋ)
다음번엔 천원 비싼 회냉면을 먹어 볼 요량으로 식당문을 나서지만 그때 가봐야 알 것 같고,,,
염불 보시도 못 받으시고 묵묵히 나가신 나이 지긋하신 탁발스님께서 역시 빈손으로 옆 횟집에서 나오시길 기다려
유교의 대표적 인물이신 퇴계선생님을 고이 접어 빈 탁발 봇짐에 넣어드리니 空手來 空手去가 무엇이며 儒佛仙이
다 뭐란 말인가,,,빈 배(腹,舟)를 체우면 곧 다시 빈 배(腹,舟)가 되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