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제 식민지 시절을 아파 하던 아버님..
등에 업고 6.25피난 길을 떠났던 어머님..
너희 처럼 행복한 세대가 없다고 저녁 밥상머리에서 빼놓지 않고 애기 할때마다,
일찍 태어나 그 시절을 같이 격지못한 우리의 부끄러움과 행복 사이에서
말없이 고구마에 김치를 얹어 먹으며 누런 공책에 바둑아 이리와 영희야 이리 오너라
나하고 놀자를 몽당 연필에 침묻혀 쓰다가..
단칸방에서 부모님과 같이 잠들던 때에도 우리는 역시 이름없는 세대였다.
검은 교복에 빡빡머리, 중학교, 고등학교, 6년간을 지옥문보다 무서운 교문에서
매일 규율부원에게 얻어맞는 친구들을 보며 나의 다행스런 하루를 스스로 대견해 했고,
성적이 떨어지면 손바닥을 담임 선생님께 맡기고 걸상을 들고 벌서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였으며, 이름없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학생지도 선생님께 잡혀 정학을 당하거나,
연애박사란 글을 등에 달고, 교무실, 화장실 등.. 벌 청소를 할 때면 지나가던 선생님들에게
머리를 한대씩 쥐어 박혀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다 무용담이 되던 그때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쥐꼬리만한 월급쟁이 시절 동료들과 쓴 소주 한잔 곁드리며, 아픔을 달래던 노총각 시절.
80년대 그 어두운 그림자는 드리워지고 데모대열 속에 끼어 이리저리 내몰리면서
어쩔 수 없이 두 편으로 나뉘어 체류탄을 피해왔던 그때에도 우리는 이름없는 세대였다.
일제세대, 6.25 세대, 4.19 세대, 5.18세대, 모래시계 세대.... 등등
자기 주장이 강한 신세대 등, 모두들 이름을 가졌던 시대에도,
가끔씩 미국에서 건너온 베이비 붐 세대 혹은 6.29 넥타이 부대라 잠시 불렸던 시대에도
우리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불임의 세대였다.
상사들의 꾸지람 한마디에 다른 회사로 갈까 말까 망설이고,
후배들에게 잘 보이려구 억지로 신세대 노래 골라 부르는 쉰 세대들..
아직은 젊다는 이유로 후배 세대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임금 인상, 처우 개선 등 맡아서 주장하는 세대...
과장, 차장, 부장, 이사 등.... 조직의 간부란 이유로 조직을 위해,
후배를 위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세대들... 팀
장이란 이상한 이름이 생겨서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알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노조원 신분이 아니여서 젊은 노조원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드러누운 정문을 피해 쪽문으로 회사를 다니는 세대들...
IMF에 제일 먼저 수몰된 힘없는 세대. 전부터 품어온 불길한 예감처럼 맥없이 무너지는 세대,
벌써 몇몇 친구는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에 덜컹 내려앉는 가슴을 쓰러 내리며 눈물 훔치는
우리들 이지만 이제는 우리도 우리만의 이름 하나쯤 만들어 부르고 싶다.
권력자들 처럼 힘있고 멋지게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던 어느날..
늘어난 흰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을 삶을 뒤돌아보니. 늙으신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시고
아이들은 성장했지만, 제갈길 바쁘고 다른길은 잘 보이지 않고, 벌어 놓은것은 노후를 지내기도
빠듯하고, 일손 놓기에는 너무 이르고 도전하기에는 이미 늦은 사람들,..
회사에서 이야기하면 알아서 말 잘 듣고, 암시만 주면 짐을 꾸리는 세대. 주산의 마지막 세대,,
컴맹의 제 1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그런 일들을 이제와서는 미안해 하는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퇴출세대"라 부른다.
50을 이미 건넜고, 60대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길 기다리는 이 시대의 위태로운 다리 위해서
바둑돌의 사석이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다가 소주한잔 마시고 집에 오는 늦은 밤.
골목길 포장마차에서 팔지 못해 애태우는 어느 부부의 붕어빵을 한봉지
사들고 와서 식구들 앞에 내 놓았다가 아무도 먹지 않을 때,
밤늦은 책상머리에서 혼자 우물거리며 먹는 우리들..
모든 사람들이 세대 이름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도 우리를 이야기 할때,
여지껏 이름없이 살아온 세대가 아닌 이제야 당당히 우리만의 이름을 가지게된
"기막힌 세대" 바로 이땅의 50대들이 아닌가....
고속 성장의 막차에 올라 탔다가 이름 모르는 간이역에 버려진 세대.
진정 우린 이런 모든것들을 운명으로 받아 들이며, 관으로 들어가
자연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이 땅의 50대들이여....!! 살면서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맙시다.
첫댓글 역경의 세대를 살아오신 아버지 세대, 하지만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한 세대의 모든 분들을 존경합니다.